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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Sep 11. 2019

나에게 영화란 무엇인가

졸업을 앞둔 영화 전공생의 의미 찾기

나에게 영화란 무엇인가

 _나에게 영화란 ‘충족’이다.


 ‘영화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주제를 받았을 때, 나는 쉽게 답을 내놓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 학기만을 남겨둔 영화 연출전공 대학생에게는 의미 있지만 쉽지 않은 질문이었다. 지금 나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일까? 아니 과거의 나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였기에 나는 지금 영화학과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있을까? 자연스럽게 처음 ‘영화’라는 것을 시작했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며 ‘영화’라는 것을 하겠다고 학교 방송부, 외부 영화스쿨, 영상동아리, 청소년영화아카데미 등 여러 곳을 전전하며 이것저것을 경험했던 과거의 내가 떠오른다.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영상고등학교를 가고 싶어 했던 중학생 시절의 내가 스쳐 지나간다. 조금 더 과거로 가보면 내 인생 최초의 영화, 처음으로 극장에서 관람했던 영화 등이 떠오른다. 그중에서도 처음으로 ‘영화’라는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영화 <괴물>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괴물>이라는 영화는 다양한 방면에서 의미 있고 훌륭한 영화이지만, 나는 이 영화를 보며 괴물에게 잡혀간 ‘현서’를 구하기 위해서 흩어졌던 가족들이 다시 결합하여 고군분투하는 모습만 눈에 보였다. 그리고 몇 년 후, 나는 우연히 <써니>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고 그렇게 이 두 영화 때문에 영화전공을 하는 대학생이 되었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무엇이었을까?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바로 ‘충족’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괴물>을 관람했던 2006년 무렵에 우리 가족은 여러 가지 사정들로 인해 해체될 위기를 겪었다. 나는 좋지 않은 가정 분위기 속에서 지내게 되었고 결국 우리 가족은 해체하게 되었다. 그런데 영화 <괴물> 속에서는 해체됐던 가족이 다시 모여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려 나간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내 안에 결핍되어있던 어떤 부분을 영화가 대신하여 채워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로 인해 나의 부족한 부분들이 충족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영화 <써니>도 마찬가지였다. 늘 갈망하던 진정한 친구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고, 나에게 결핍된 부분을 관람을 통해 경험하고 충족하게 하는 영화였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원하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경험을 하게 해 주고, 그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무언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졌다.


 이렇게 시작해 영화를 공부하는 동안 나는 영화를 통해 내가 원하는 여러 가지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영화는 내 생각을 남들에게 표현하고 보여주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시켜주었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협력하며 결과물을 내놓고 그 과정에서 나라는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 하는 나의 마음을 충족시켜주었다. 어떤 창작물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도, 영상을 통해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싶다는 욕구도 충족시킬 수 있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8~9년의 시간 동안 고등학교, 대학교, 단편영화, 독립영화, 상업영화를 경험하며 지금 이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여러 가지를 영화를 통해 충족시켜왔다.


 이제 나는 연출이 아닌 기획을 통한 소통이라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새로 생긴 이 목표를 ‘영화’를 통해서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분명한 건 이 목표는 영화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기획을 통한 소통이라는 목표는 영화를 통해 지금까지 내 안의 여러 가지를 충족시켜오지 못했다면 세우지 못했을 목표이다.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나에게 영화란 ‘충족’이다. 나는 지금 이 글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것들을 영화를 통해 충족시켜왔다. 영화는 앞으로의 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고, 그 초석을 위한 나의 내면을 충족시켜주었다. 나의 미래를 위한 값지고도 소중한 경험들을 충족시켜준 영화는 졸업 후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간다고 해도 의미 있는 존재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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