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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Jay Dec 07. 2023

진정한 프로가 되기

가르치는 일 외에도 나에게 주어진 일들은 정말  많다. 수업 준비, syllabus라 불리는 계획안 짜기,  영역별 3-4 개의 learning outcome에 맞는 과제 만들기,  시험문제지 만들기, 회의 참석하기, 매 시간 출석기록 및 관리하기, 학업에 관련된 학생 상담, 시험 전후 moderation이라 불리는 시험지 검수, 채점, 시험 후 검수 단계까지... 그 많은 일들이 학기 중에 다 해야 할 일들이지만 학기가 다 끝난 11월 말부터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12월 중순까지의 2-3주는 좀 느슨해져도 되는 가장 편한 시간이다. 하지만 요즘 난 다음학기 시험지를 만드느라, 다른 학교 시험지 검수하느라, 다음학기 계획안 짜느라, 온라인 플랫폼 정비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차를 마치고 1월에  돌아와 해도 늦지 않는 일들이지만 마음속으로 다짐한 게 있어, 올 말은 지난 몇 년과 좀 다르게 보내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 2-3 년은 work life balance라는 아주 그럴듯한  핑계로 quiet quitting을 시도해 본 듯하다. 주변을 돌아보니 나보다 적게 일하는 듯한데, 같은 돈을 받고, 같은 일 하는데 나만 더 열심히 일할 필요가 있나라는 회의가 생겼었다. 그런다고 리더로서 자질이 많이 부족한 매니저가 알아주지도 않고 나만 힘들어진다는 근거 있는 이유도 그 시작의  배경이었다.  

그렇게 한 두어 해를 적당히 하며 직장 생활을 해 봤다. 몸이 좀 편해졌고 마음이 좀 느슨해지고 정해진 시간만 딱 일하니 개인적인 시간이 좀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만 좋았다.

배운 것도 별로 없고, 발전이 없이 그냥 제자리에 있는 듯한 느낌.... 허무하기도 했고, 보람도 없었다. 어느새 나는 그냥 주어진 일만 하는 기계가 되어버린 듯했다. 주도적으로 했던 일이라곤 작년부터 해온 research 정도....

성취감이 없었다.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년은 좀 더 전문적으로 일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그리고 그 시작은 지금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시험지 제작에 들어갔고, syllabus를 짜기 시작했다. 같은 팀 동료들에게 시험 안을 이메일로 공유하고  feedback을 받고, 주도적으로 학습 계획안을 짜고 공유하고.... 연중 가장 편안하고 느긋해야 할  1-2주..... 동료들과 커피, 점심을 먹으러 다니며 학기 중에 누리지 못한 여유를 맘껏 누릴 수 있는 시간들.... 나는 요즘 그  시간들이  그나마 스스로에게  만족스럽게 지나가는 듯하다. 열심히 일하는 나를 칭찬한다. 이제 3일만  더 일하고 1년 내 기다리던 5주의 연차 시작이다. 난 아마도 방학 때도 이번에는 다음 학기 준비를 종종 할 듯하다.... 누구에게 잘 보이고, 남들보다 더 잘하려고 가 아니다. 나 스스로가 더 준비된 선생으로 다음학기를 맞이하고 싶어서다. work life balance와 quiet quitting을 몸소 실천해 본 결과 그 진정한 의미는 내가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걸 깨닫는 듯하다. 난 그 두 가지의 장점들만 잘 챙겨서 좀 더 professional 해지기로 결심했다. 적어도 돌아오는 2024년에는 2023년 보다 더 프로다운 나를 만들기로.... 나를 위해서, 나 스스로의 성취감, 만족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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