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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Jay Sep 16. 2023

인간관계, 갈등

한 달에 한번 난 시험알바가 있다. 학교 내에서 하는 영어시험... 한 번 나가면 5-6 명의 학생들의 speaking test를 한다. 지난주도 어김없이 1시까지 나가 1시 30분에 시작하는  시험시작을 준비했다.


토요일은 내가 일하는 학교에서 현지 한국 학교가 몇 개의 교실을 빌려 수업을 진행하는데 보통 1시쯤에 수업이 끝나고 OET는 1시 30분 시작을 한다. 그날따라 항상 사용하던 교실이 아닌 다른 교실에 배정이 되었다. 2층에 있는 배정된 교실을 찾아갔더니, 낯익은  한국 선생님이 아직 교실에 남아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계셨다. 아는 얼굴이라 별생각 없이 들어가 한국말로 인사하고 아직도 한국학교에서 일하시냐 지나가는 말로 한번 물어보고, 웬일로 토요일 일을 하러  왔냐는 질문에 영어 시험이 있다... 간단히 대답하고 그분이 짐을 챙겨 나가는걸 한쪽 구석에서 기다렸다. 뭔가 싸하고 어색한 분위기의 일 이분이 지나고, 마땅치 않은 얼굴로 나가길래, 나도 기분이 좀 그랬지만... 난 시험 준비를 해야 했기에 그리곤 그냥 잊어먹었다.


생각해 보면 꽤 오랜 인연이다. 우연찮게 비슷한 시기에 같은 전공으로 석사공부를 했고 같은 해에 졸업을 했고, 연배도 비슷했고, 어쩌다 보니 한국학교에서 같이 일하기도 했고.... 그런데도 그 분과는 쉽게 친해질 수 없는..... 뭔가 나랑은 잘 맞지 않았던 선생님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나에겐 항상 살짝 불편한 분이었다.


사회성이 그다지 좋지 못한 나는 그냥 나만 그런 느낌이려니 했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오늘 시험을 주관하는 매니저가 잠깐 얘기 좀 하자며 회의실로 들어간다. 알고 보니 이 한국 선생님이 토요일 내가 자기 수업을 방해했다고 학교 시설 관리 담당자에게 불평 이메일을 넣었단다.

내용인즉슨,  한국 학교가 렌트비를 내고 쓰는 교실인데 내가 수업 중간에 들어와 수업을  방해했고, 나 때문에 애들이랑 본인이 하던 수업 멈추고 짐 싸서 급하게 나갔다고.... 시험 주관 매니저는 잔뜩 화난 어조로 말을 한다.... 그가 화난 건  나 때문이 아니었다... 그 한국선생님 때문이었다. 


그날, 안 그래도 나에게 전달할 문서가 있어, 내가 교실에 들어가고 얼마 안 있어 바로 2층으로 따라 올라왔던 매니저는 마침 그 한국선생님이 짐을 챙겨 나가는 걸 보았고, 그 사이 내가 교실 한쪽 구석에 서서 어중되게 서 있는 모습을 보았었다. 그는 그때 단 한 명의 아이도 없었고, 수업이 진행되고 있지 않았다는 걸 나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도대체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불평을 한 건지 이해가 안 된다며, 나를 대신해 씩씩거리고 있었다. 신경 쓰지 말라며, 그래도 나에게는 알려줘야 할거 같아 얘기한다며, 그 한국 선생님에 대해 나에게 물어온다. 이번 일 말고도 매니저 본인도 토요일 한 두어 번 그분 때문에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며....


기분이 안 좋다. 한국 아이들이 한국말을 배우고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공간... 그래서 꽤 오래전, 난 기를 쓰고 6년여의 시간을 토요일을 반납해 가며 그곳에서 일했었다. 하지만 그 작은 한국 사회에서 조차 수시로 나를 괴롭히는 학교 정치와 드라마에 나도 모르게 휩쓸리다 두 손 두 발 다 들고, 어느 날 맘먹고 손절을 해버린 곳이었다. 지금도 내 기억엔 그곳에서 일했던 몇 안 되었던 선생님들이나  관계자들 중 누구 하나와도 맘 편하게 잘 지낸 기억이 없는 이상한 곳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물론 나의 사회성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자잘한 왕따도 있었고, 흔히 말하는 험담은 말할 필요도 없고, 시기, 질투, 알력싸움...... 그곳은 뉴질랜드 이민생활 내내 뭔가 납득할 수 없게 날 힘들게 한 유일한 처음이자 마지막 집단이었다.... 사는 곳만 바뀌었을 뿐, 그 당시 나를 포함한 그들은 아주 좁은 한국 사회에서 살고 있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뭐가 그분을 그렇게 맘 상하게 해서 그런 말도 안 되는 complaint을 했는지 모르겠다......  뭔가 그동안 있었던 나에 대한 안 좋았던 감정을 그렇게 표현한 건지...... 진짜 본인 생각엔 내가 본인의 수업을 방해했다고 믿는 건지.....? 몇 분 일지언정 내가 본인의 조용한 시간을 방해해서 화가 났던 건지....... 좋게 생각해서 그분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본인이 인지했던 상황이 나와는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다.


난 단지 아는 얼굴이길래, 과거의 일은 과거로 묻고 오랜만에 마주쳤길래, 같은 한국사람이니...... 나보다 한 두어 살 연상이니.... 혼자 있길래... 시간이 1시가 거의 다 되었기에..... 예의상 인사는 하려 했던 거뿐인데.... 나의 극히 한국적인 마인드가 후회가 되는 일이었다......  내가 교실밖에서 본인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불평하는 이메일을, 본인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런 식으로 없는 일을 꾸며 넣어  과장해서 썼던 건지, 왜 그렇게까지 꼬여 있는지, 뭐가 그렇게 화가 났었는지 좀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그곳은 내가 일하는 직장이고 나의 터전이다. 그런 이메일을 보낼 땐 어떤 식으로든  사실 확인 절차가 있을 거라는, 어떤 경로든 그 이메일, 문제의 중심에 있는 내가 그 걸 보게 될 거라는 생각은 미처 못 했던 걸까........ 나보다 더 오래 이민 생활을 해왔고,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의 결과로  이제 한 학교의 교사로서 자리를 잡게 된 그분의 노력을 높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뜬금없이 나를 물고 늘어지는 거지 라는 기분 나쁨, 화남.... 엉뚱한 곳에서 마주친, 뭔가에 마땅찮음이 많이 쌓여있는 듯한 그분의 비뚤어진 속내를 살짝 들여다본 듯해  잠깐  마음이 복잡했다.   갈등은 어디에나 있고 인간관계만큼 복잡한 것도 없겠지만..... 이곳 뉴질랜드에서는 솔직하게 쿨하게 사는 게 최선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 솔직하게 살아야한다...스스로에게 또 남에게 부끄럽지 않게....' 이일로 다시 한번 사회생활, 인간관계에 대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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