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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긴어게인 Dec 28. 2020

울지 않은 1년을 보낸 이유 3가지

슬프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잘 견뎠고 잘 보냈음에 감사한다

무덤덤하거나 아님 위로가 되었거나


낮에 세차를 하고 돌아오는 길, 체감 온도는 낮지만 따뜻한 햇살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업무와 관련되어 몇 가지 아티클이 떠오른다. 언제 읽어야 하나!! 연말이 되면서 필독이라고 하는 '2021 트렌드코리아'도 읽어야 하는데... 해야 할 숙제만 머릿속으로 가득하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렇게 올 한 해가 다 가는구나.. 에휴" 그렇게 짧은 한숨을... 그러고 나서 또 문득 든 생각 "올해는 울어본 날이 하루도 없네..."라고.


살아오면서 눈물을 흘렸던 이유는 너무나 많다. 대학에 실패하고 후기에 갈 수밖에 없었던 10대 마지막부터, 공부보다는 아르바이트로 지치고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방황하던 20대, 만만하다는 이유로 가족과 친한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 해버리고 미안해서 울던 일, 직장생활과 병행해서 1년을 공부했던 AICPA, 시험을 치른 후 버지니아에서 사는게 너무 지루하고 힘들다고 울던 일, 너무 빠른 승진으로 무겁기만 한 책임, 시기, 질투에 속상해서 울던 일, 혼자만 모든 것을 잃은 듯 불투명한 미래의 답답함에 짜증나서 제 풀에 질려 울던 일... 그렇게 살아왔다. 가끔씩 끄적끄적하던 내 일기장과 메모장에는 그랬다. 


울어본 날이 없는 1년, 새삼스럽게 이게 무슨 중요한 거냐고 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의미가 있다. 물론, 울어본 날이 없다고 해서 슬프거나 힘들지 않은 날이 없었던 건 아니다. 적어도,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고 오늘이 다인것 처럼 나를 내팽개치며 슬퍼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만큼 내성이 생겼다고나 할까? 어쩌면 무덤덤하거나 아님 위로가 되었거나 그랬을 것이다.  


첫째, 상담을 받았다


순례길을 다녀오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 2년이 되었다. '내려놓자... 건강, 나 자신 그리고 가족과 소중한 내 사람'들만 생각하자라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내려놓으려고 애쓰는 마음이 어쩌면 더 고단했다. 현재의 직장을 퇴사하지 않은 이상 나와는 유쾌하지 않은 사람들과 계속 부딪혀야 했고, 그들이 잘난척 하며 다니는 것도 싫었다. 감정을 드러내면 지는 거라고. 조직에서의 자리와 인정이 다 의미 없는 것이라고 애써 괜찮은 척 하지만 불편했다. 또, 내가 미워하는 누군가가 있고 그들이 잘살고 있고 그런 그들을 신경 쓴다는 게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내 자존감 영역'을 건드리는 것이 몹시 불편했다. 그래서 상담을 신청했다. 10회의 상담을 받으며 나를 찾으려고 애썼다. 정제되지 않은 나의 생각을 얘기할 수 있었고,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 처음은 어색했고 마지막에는 편안했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나는 훌륭한 사람"이다라고. "나는 열심히 살았다"라고.


나는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나 자신이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항상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고, 함께 일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감정을 담아 글을 썼다

혼자만의 억울한 감정일 뿐이었다. 그 감정을 담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시작은 전문가는 아니지만 회사의 후배들에게 강의했던 '보고서 작성'에 대한 노하우와 엄마와 동생과 떠난 여행 에세이였다. 어느 순간, 하루하루의 일상 그리고 한 단어로 쉽게 설명되지 않는 '나의 감정 생각'이 글로 옮겨지고 있었다. 그렇게 보내는 늦은 밤에서 새벽까지, 몇 번을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면서 나의 하루의 루틴이 되었다. 때로는 그날의 화난 상황에 대해 글을 쓰다 보면 딱히 화낼 이유가 없음에 어이없어 웃고 넘어간다. 별일 아니었음을...  1년 동안 38개의 글을 발행했다. 발행은 하지 못했지만 끄적끄적한 글들이 '작가의 서랍'속에 외출하지 않고 얌전하게 남아 있다. 많은 글은 아니지만 소소한 나의 일상을, 나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었던 시간들이 위로가 되고 행복했다. 나의 글을 읽어주고, 좋아요(LIKE IT)를 눌러 주는 한사람 한사람에게 감사할 수 있어서 좋다. 감사한 마음에 내 마음도 포근해진다. 

'작가의 서랍'에 남아 있는 나의 감정 생각



셋째, 언제나 나의 편인 가족과 친구가 있다

앞으로 크고 작게 어렵고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상황들을 잘 견뎌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인생의 가장 위기였고 힘든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을 견디면서 나의 곁에 있었던 나의 소중한 가족과 언제나 내편인 나의 친구에게 감사하다. 바쁘다는 이유로 너무나 무심하게 대했던 나의 가족!! 그리고, 나를 고치려 하지 않고, 질책하지 않고 그저 내 얘기를 들어주는 나의 친구!! 그런 친구가 있다. 나의 바닥을 다 보였지만 나를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적어도 나를 아는 90%가 오해를 해도 '그렇지 않을 거야... 그랬다면 무슨 이유가 있었겠지'라고 말해줄 수 있는 진짜 친구가 있어서 행복하다. 그 행복함이 하루하루를 견디고 잘 보낼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


하루하루 어떻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봄, 여름, 가을, 겨울 너무나 익숙한 4계절을 수없이 보냈어도 단 하루도 똑같은 날들이 아니듯이 나의 마음도 똑같지 않다. 그렇지만, 달라진 게 있다면 나의 하루에는 눈물보다는 감사함이 있다. 그래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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