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긴어게인 Mar 26. 2019

[서산] 물위에 떠있는 암자 간월암  

물 위에 떠있는 아름다운 작은 암자 간월도의 간월암

해결되지 않을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정확히 말하면 아픈 게 아니라 무거울뿐이다. 사람들로 받는 상처!! 그것은 오롯이 나만의 몫이다.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단 말이다. 그중에 가족 간에 생기는 건 이루 말할 수 없다. 한 가지 나이를 들면서 느낀 건 사람과의 관계는 엉키기 전에 엉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엉켜버린걸 잘 푸는 건 쉽지 않다. 이미 실이 끊어져 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매듭짓기 힘들다. 그 매듭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무겁다.  무거운 마음으로 7시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이미 해가 밝아 있다. 봄이 왔나 보다. 가족과 친구들과 들뜬 마음으로 떠나는 꽃구경이 익숙한 그 봄이 아닌 듯하다. 혼자서 이다. 추운 겨울 퇴근길 꽁꽁 얼어버린 손과 얼굴을 집안에 들어와 잠시 평안하게 몸을 훈훈하게 그저 그런 맘이고 싶다. 어딘가로 가건 지금 이 무거운 마음을 조금은 녹이고 싶다. 나 혼자의 욕심일 뿐이지만.


마음이 무거울 때면 조용한 곳이 좋다. 풍경이 멋진 곳이라도 내 맘이 시끄러운걸 편해하지 않는다. 그럴 때면 찾는 곳 간월도의 간월암이 있다. 아직은 조용한 곳 그래서 혼자라서 더 좋은 곳이다. 서울에서 2시간이면 충분하다. 집을 떠난 지 1시간 30분 정도 지나서였을까? 서해안 고속도로를 지나 안면도에 접어들면서 천수만로가 펼쳐진다. 간월도로 가기 위해 바다를 건너는 길이다.


『간월암은 밀물 시 물 위에 떠있는 연꽃 또는 배와 비슷하다 하여 연화대 또는 낙가산 원통 대라고 부르기도 했다. 고려 말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수도하던 중 달을 보고 홀연히 도를 깨우쳤다 하여 암자 이름을 간월암(看月庵)이라 하고, 섬 이름도 간월도(看月島)라 하였다. 간월암은 밀물과 썰물 때 섬과 육지로 변화되는 보기 드문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

썰물 때라 육지로 변화된 작은 암자에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다. 밀물 때 사라지는 바닷속 갯벌을 두 명이서 거닐고 있다. 새삼 신기한 것도 없을듯한데 그 느낌을 느끼고 싶은지 둘이서 다정하게 걷는 모습이 예뻐 보인다. 내 맘도 이렇게 두련다. 굳이 없어지지 않을 마음의 무거움이 들어와 잠시 잊힐 땐 잊고, 물이 걷혀 드러날 땐 아파하면 되지



바다 위 작은 암자답게 옆의 바다를 끼고 올라가는 계단길이 멋스럽고, 겉모습만 봐도 몇백 년의 세월을 견디어 온 듯한 나무들과 평온해 보인다.


끝없이 펼쳐져있는 서해 바다를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마치 내 세상인 것처럼 편하게 보낼 수 있는 이 자리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가끔씩 오고 가는 이들만 없으면 이 의자에 누워서 음악도 듣고 한숨 잤으면 이 무거운 마음도 싹 사라질 것 같은 마음이다. 봄답게 바람도 불지 않는다. 더도 덜도 없이 평화롭다. 일상에서 이런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은 욕심을 내본다.


2019년 3월 2일

최여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