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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긴어게인 Aug 11. 2019

프롤로그 - 산티아고 순례 530 km

시작이 주는 설레임과 두려움

2018.09.14!! 내인생에 지워지지 않을 몇일 중의 하나일 것이다. 프로젝트 26개월의 여정 중 17개월(65%) 시점, 어떤 이유에서건 내려와야 했다. 나의 인생 순간에서 내 의지대로 할수 없는 상황이었고, 최선을 다했지만 억울하고 아쉬운 감정이야 어떤 단어로도 표현될 수 없었다. 누군가가 얘기했다. “지금은 모두 잊어야 한다. 그래야 견딜수 있다. 그곳에 다녀와라. 그곳에 다녀오면 다 버리고 온다, 다 내려놓을수 있다”. 그래서 바로 다음날 떠났다. 산티아고로. 그리고 지중해의 끝 0Km 피스테라까지!! 

 

아무런 준비없이. 그저 지인의 도움을 받아 몇가지 물품과 가방을 꾸렸다. 여행을 갈 때 꾸리는 짐의 무게가 그 사람의 삶의 무게라고 했던가!! 스스로 가방을 꾸리면서 내 인생의 힘든 짐들인 것 같아 그저 빼고, 또 빼고 그러하기를 반복, 결국 필수품을 챙기고 떠났다. 7 kg의 배낭 무게보다 내 맘의 무게는 3배, 5배 아니 10배는 넘은 것 처럼 목 아래까지 꽉찬 무언가를 느꼈다. 20일만 지나면 가벼워지겠지.그 맘으로 그곳으로의 첫걸음을 시작했다.

 

다 잊기 위한, 다 내려 놓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6시30분쯤 기상해서 어둑어둑한데서 짐꾸리고 나가 걷기 시작한다. 30분쯤 지나면 등뒤에서 동트는 일출이 떠오르고 하루 종일 숲길을, 흙길을 혼자서 걷는 반복되는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길의 방향을 알려주는 노란 화살 표시만 보고,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을 메고, 물집이 생겨 한걸음 한걸음 떼는 것 조차 힘든 발걸음으로 걷는다. 그렇게 걷다 보면, 낯선 곳에서의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낯익은 곳에서의 나의 일상은 잊어버렸다가도, 어느 순간 파고드는 생각들로 차오르는 분노는 잊지 않고 나의 아픈곳을 찔렀다. “아프다!! 그냥…생각말자, 그냥 걸어보자…하루만!!” 그렇게 1분,10분,1시간,1일….그러면 하루가 저문다. 어느 새 시간이 지났다. 위로가 되었을까!! 나도 모르게 대자연의 모습에 젖고, 일상을 평화롭게 살아가는 현지인의 모습에 웃고, 그리고 나와 같은 아픔에서인듯 이곳에 찾아온 순례자들과 어느새 친구가 되어 갔다. 그렇게 힘들었다 해도 먹을게 찾아지고, 잠이 와 졸리고 그렇게 그렇게 세상은 살아만 졌다. 걷고 있는 이곳의 모습에, 건강한 나의 모습에, 하나둘씩 한국인, 외국인과의 짧은 대화, 때로는 긴 대화로  친구가 되면서 그들의 인생 얘기에 모든게 감사함을 느껴졌다. 막상 걷다 보니 힘든것도 없고, 내려놓을것도 없더라. 그리고 내 스스로 위안은 어느 순간 이렇게 까지 살아온 나에게 한마디 한다 “내가 좋다 욕봤다 고생했다.  내가 좋다 지금의 나. 내가 좋다 부족했지만” 순례길의 끝!! 처음에는 누군가의 말처럼 버리고 올려고, 내려놓고 올려고 했는데. 막상 그길에 서서 보니 버리고 올것도 내려놓을것도 없었다. 누가오던 어떤 날씨이든 몇백년전이든 지금이든 그 모습 그대로인 그 길 처럼 말이다. 나도 그러고 싶다. 그래서 좋다. 그 길이.  그 20일을 함께 한 그 길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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