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환오 Apr 14. 2024

마흔이 넘어 돈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회사만 다니면 될 줄 알았던 지난날들이여. 이젠 안녕.

3년 전, 남편이 10년 동안 다니던 대기업 회사를 그만뒀다. 죽을 만큼 힘들어했기에 그냥 묵묵히 남편의 퇴사를 응원해 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이가 없었다면 모를까, 우리에게는 당시 3살, 7살 두 어린 자녀가 있었으며 나 역시 육아로 경단녀가 된 지 몇 년째였다. 남편은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이직은 생각하고 있지도 않았다.

퇴사 후 남편이 야심 차게 도전했던 일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가상화폐 채굴이었다.(남편을 이해 못 한다기보다는, 채굴을 통해 돈 버는 시스템을 여전히 이해 못 하겠다.)

지금은 실패하고 접었지만 그 이후에도.. 방황의 시간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3년이란 긴 시간 동안 나는 살이 아니라 뼈가 마르는 듯했다. 


그러다 몇 년 전,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신사임당 이란 채널을 알게 되었다.

친오빠가 시간 날 때 보라면 권해줬던 그 채널. 그 채널을 기점으로 나는 '돈'이라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TV에 경제 관련 뉴스가 나오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나? 싶던 참, 무지하고도 무지했던 20대. 

그저 열심히 회사만 다니면서 월급의 80프로 가까운 금액을 은행에 적금으로 묶어두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경제 개념은 부모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지 않나? 딱히 앉혀 놓고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온 삶 속에서 말이다. 우리 부모님은 정말 단 하루를 허투루 사신 적이 없는 분들이셨다. 찢어지게 가난하지도, 그렇다고 부유하지도 않은 대한민국 평범한 중산층 가정. 하지만 두 분 다 오랜 기간 맞벌이를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넉넉한 노후는 준비하지 못하셨다. 넉넉함은 고사하고, 70대 중반이 넘으신 아버지가 고령으로 더 이상 아파트 경비원도 못하게 되자 엄마는 일 못 구해서 큰일이라며 걱정을 하셨다.

두 분 다 열심히 사셨지만 슬프게도 돈에 대해서는 무지하셨다.

아직도 주식하면 큰일이라는 부모님. 

이런 분들 밑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투자는 무조건 투기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내 돈을 잃지 않으려면 은행에 예금, 적금만이 살 길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열심히 모은 돈으로 부모님께 십원 한 장 손 벌리지 않고 결혼도 했으며(아마 그 당시 나는 이런 내가 꽤나 자랑스러웠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돈으로 자산을 샀어야 했는데 말이다.) 남편은 감사하게 대기업에 다니고 있어서 육아 때문에 내가 회사를 관두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덜했다.

해외발령 났을 때는 월급이 내 3배가 됐던 적도 있었으며(자랑글이 아니라 중소기업 다니던 당시 내 월급은 심하게 박봉이었다.) 그 돈은 무조건 적금 아니면 예금이었다. 항상 은행 통장에 두둑이 있던 돈들이 이제는 3년을 버티고 나니, 다음 달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이 상황에서 나는 자본주의에 대한 진실을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되었다.

회사 다니는 방법 말고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나 미친 듯이 고민하다가, 그와 관련된 책과 영상들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그동안 내가 돈을 잘못 다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투자공부를 했더라면, 지금 내가 돈 때문에 덜 힘들지 않았을까.

박명수 오라버니가 그랬지. 늦었다고 느꼈을 때가 진짜 늦은 거라고.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내 나이는 이미 마흔을 넘겼고, 남편은 아직도 자리를 못 잡고 있고, 둘째는 이제 겨우 여섯 살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3년 동안 가진 돈으로 버틸 수 있었다는 건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 아닐까.

남편은 분명 이 시간에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나는 그 시간을 이제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직접 공부하며 발로 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알아보기로 했다.

드디어 내 이름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왔는지도 모르지!

이만한 정신승리가 또 있을까 싶지만은 두 아이들 때문이라도 더 이상 좌절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남편이 10년을 더 버티고 관둬서 내 나이 50이 넘어 돈 공부를 하는 것보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경제에 눈을 떠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뭔가 끝까지 정신승리인 거 같은 기분이지만 쩝....


                     

작가의 이전글 내 이름 좀 불러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