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원래는 이렇게 안 더웠어?

by Hoon
미래가 두렵다


작년, 영국의 한 대학에서 10개국 10,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습니다. 16세에서 25세 사이의, 정말 꽃다운 나이의 젊은이들이었죠. 그런데 무려! 75%의 젊은이들은 '이것' 때문에 미래가 두렵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60%는 '이것' 때문에 두렵거나 극심하게 걱정된다고 했고, 56%는 '이것' 때문에 인류가 망했다(doomed)고 답했죠. 또 40%는 '이것' 때문에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습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네, 바로 기후변화입니다.


사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기후변화는 주요 어젠다가 전혀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드러나는 필자의 나이..) 고등학교 때 과학 시간에 대기의 온실 효과에 대해 배우긴 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심각하며 이렇게 빨리 인류에게 피해를 가져올지는 한 번도 진지하게 다뤄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불과 수십 년 사이에 기후변화라는 이슈는 나라 안팎을 떠들썩하게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그 이유는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해졌기 때문입니다.



턱 밑까지 찾아온 변화

지난 2년 동안 있었던 일만 나열해 볼까요? 코로나 직전에는 호주에서 산불이 일어나, 10억 개체 이상의 동식물들이 죽거나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다음 해인 2021년에는 북미에서 폭염으로 조개, 홍합, 불가사리 등이 해안가에 '익어서'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고요. 이 때도 마찬가지로 죽은 생물이 10억 개체 이상이라고 추정됩니다.

파키스탄의 홍수(scientific american)과 호주의 산불(unsplash)

올해라고 나은가요? 한국에선 강남에서 엄청난 물난리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영국에서 사상 최초로 수은주가 40도를 찍었고, 파키스탄은 홍수로 인해 국토의 1/3이 물에 잠겼고요. 그린란드의 얼음은 매년 꾸준히 줄어들어서, 올해는 "연속" 26년째(!)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해요. 남극 주변의 해빙 역시 1979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요.


기후변화 때문에 매년 곤충의 1-2%가 멸종하고 있고, 매일 12종의 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기후변화라 함은, 단순히 지구 온난화, 즉 기온의 상승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지구의 평균 기온이 올라가며, 이로 인해 수반되는 기류와 해양의 변화, 폭우와 홍수, 가뭄과 물 부족, 그리고 더 강력해진 태풍까지 전반적인 변화를 모두 포함하죠.


심지어 겨울철 유달리 추워진 날씨조차 지구 온난화 때문입니다. 원래는 추운 공기가 제트기류 덕에 극지방에만 갇혀 있었는데, 온난화로 인해 이 제트기류가 약화되며 찬 공기가 남하하는 것이니까요. 이렇듯 기후변화는 이제 사시사철, 지구촌 곳곳을 건드리고 있습니다.



"엄마, 원래는 이렇게 안 더웠어?"

저는 여덟 살 터울의 아들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제 돌을 앞둔 꼬맹이는 태어나서 줄곧 마스크 벗은 어른을 본 적이 없습니다. 열 살 첫째도 이제 마스크를 안 쓴 교실의 풍경은 생각이 잘 안 난다고 해요.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이란 것이 실감이 나요.


책과 담을 쌓은 첫째지만, 제가 최근에 슬쩍 밀어 넣은 책을 한 번 보더니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북극곰이 살 곳이 없대. 원래는 이렇게 안 더웠어?" (아들 녀석은 엄마가 어렸을 때는 마차를 타고 다니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온실 가스와 기후변화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니, "그럼 우리 이제 자동차 타고 다니면 안 돼?" "그럼 어른들은 왜 그걸 안 막았어?" 등,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더군요.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 줘야 할까요?


편의를 위한 인류의 발전이 생각지 못한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아직도 대응책은 한없이 미비하다는 것을, 너희가 살아갈 세상은 생각보다 많이 불안정할 것이라는 것을.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한 명료한 대답과,

그럼에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


지금 시작합니다.



표지 이미지: unsplash.com

[1] https://www.bbc.com/news/world-58549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