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큼 더 더워질 거래?

by Hoon

열 살 첫째는 홍콩에서 살다 와서인지 반바지, 반팔 매니아입니다.


겨울에도 별로 춥지 않은 홍콩에서는 12월에도 그렇게 입고 얇은 바람막이 하나를 걸치고도 낮에는 외출할 만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들어오니 12월은 웬걸, 10월만 되어도 찬바람이 쌩쌩하네요. 그러다 보니 저희 집 아침 풍경은 매일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하는 부모와 반바지를 고수하는 아이의 줄다리기입니다.


"엄마, 오늘은 몇 도야?"

"오늘은 최저 기온이 9도야. 아침엔 추우니까 긴바지 입어!"

"어제는 10도였다며. 그런데 별로 안 춥던데. 반바지 입고 재킷 입으면 안 돼?"

"안된다니까! (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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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툴툴거립니다. "9도나 10도나, 1도 차이인데 뭐.."



1도 더워지는 게 뭐 대수라고

이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더워진다는 말을 많이들 합니다.


실제로 '올해는 관측 사상 두 번째로 더운 여름'이라든가, '유럽은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수백 명이 사망'했다든가, 이런 기사가 매 해 대서특필되고 있는 실정이지요. 비실비실거리는 북극곰의 사진과 함께 말이에요.


그런데 말이지요, '온난화'라 함은 대체 얼마큼의 기온 상승을 말하는 것일까요? 더운 여름철, 최고 기온이 33도든, 34도든 덥기는 매 한 가지입니다. 이제 수십 년 후면 그 기온이 50도까지 치솟는다는 말일까요?


일단, 인간이 온실가스를 대기 중에 내뿜기 시작한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보았을 때, 지구 평균 기온은 약 1도 정도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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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 생각보다 괜찮은데..?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생각보다 관성이 굉장히 크거든요. 게다가 육지보다 면적이 큰 바다가 온실 가스를 꿀꺽꿀꺽 삼켜 주고 있기 때문에, 이제까지 배출된 온실 가스로 인한 기온 변화가 그만큼 드라마틱하게 보이지 않은 것뿐이죠. 사실은 현세(Holocene, 공룡이 대멸종한 이후 지속되고 있는 홀로세)에 지구의 기온은 위로도, 아래로도 1도 이상 변한 적이 없습니다. 45억 년 이상 되는 지구의 역사 중, 지난 200년 동안 인간은 순식간에 기후를 교란시킨 것이죠.


Screen Shot 2022-10-06 at 9.54.51 AM.png 지난 2,000년 간 그린란드의 온도 변화 (그래프: Carbon Brief)

위 그래프는 지난 2000년 간 그린란드의 온도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줍니다. 그린란드의 빙상을 실제로 관찰해서 얻은 결과이기도 하고,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해도 같은 결론이 나오죠. 안정적이던 기온이 지난 200여 년 동안 갑자기 치솟기 시작한 것입니다.



6도의 악몽, 그중 1도가 벌써 올랐다는 것

쉽게 말해 1도, 1도가 생명줄이나 다름없습니다. 마크 라이너스의 <6도의 악몽>이라는 책을 보면(책 제목이 '6도'의 악몽인 이유는 6도가 오르면 게임 끝이기 때문입니다), 1도씩 기온이 오를 때마다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1도 상승: 산호초 70퍼센트가 죽거나 사멸 중, 해양 온난화로 인해 허리케인 증가 (이미 친숙..)

2도 상승: 빙하 녹는 속도가 2배가 됨, 그린란드의 빙하가 전부 녹아 세계 주요 도시가 침수, 북극곰 멸종

3도 상승: 아마존 열대우림 유역이 완전히 말라버림, 수많은 동식물 멸종, 북극 빙하 80% 소멸

4도 상승: 해수면 50cm 상승

5도 상승: 빙하와 열대우림 완전히 소멸

6도 상승: GAME OVER


UN 국제 기상기구(IMO)에 따르면, 지금대로 별다른 조치 없이 쭉 가면 2100년 경이 되면 섭씨 3-5도가량 오를 것이라고 합니다. 이건 '평균'이라서, 한국 수도권의 경우 약 1.5도, 유럽의 경우 2도 가까이 올랐으며 극지방은 이보다 훨씬 심각해서 2.6도나 올랐습니다. 극지방은 올 세기말이 되면 8도 이상(!) 오를 수도 있다고 하니,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가죠.


지구 기온이 이렇게까지 급변한 적이 없다 보니, 기후학자들은 2도 정도가 넘어가면 우리가 예상치 못한 피드백 현상이 일어날까 무척 두려워합니다. 피드백 현상의 예를 들어 볼까요? 하얀색이 햇빛을 반사하는 건 다 아시죠? (중동 사막에서 흰옷을 입은 압둘라 같은 분들을 생각해 보세요.) 그런데 요즘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에 흰색 부분이 적어지고, 그래서 반사시킬 햇빛마저 모두 흡수함으로써 온도 상승이 더욱더 가속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지구의 대기 시스템에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여러 요소가 있기 때문에, 지금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기후가 변할 수도 있는 것이죠.


이제 더워지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얼마만큼,' 그리고 '얼마나 빨리' 오를지 주목해야 하는 셈입니다.



표지 이미지: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