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첫째가 어렸을 때, 욕조에 물을 받고 참방참방 노는 것을 참 좋아했습니다.
동동 띄운 거북이나 오리 장난감으로 이야기를 지어 내는 것도 좋아했지만, 아이가 특히 좋아한 건 수도꼭지 아래에 덤프트럭을 가져다 놓고 물을 받은 뒤 쏟아 내는 놀이였어요. 하지만 계속 물을 틀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얼마가 지나면 저는 항상 물을 잠그었고, 영문을 모르는 아이는 자꾸 물을 틀어 달라고 떼를 부렸습니다.
물이 자꾸 차오르잖아. 잠그어야지.
수도꼭지에선 물이 콸콸
과학 시간에 배웠던 것처럼, 지구에는 대기라는 포근한 이불이 있습니다. 덕분에 지구에서는 여러 동식물과 인간이 번성할 수 있었죠. 차가운 우주 속에서 온실처럼 만들어 준다는 의미로 이산화탄소, 메탄 등의 기체를 온실 가스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원래는 균형을 이루던 지구의 대기 시스템이 200여 년 전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인류가 산업화를 이루어 내며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석 연료를 태우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화석 연료는 탄소 기반이기 때문에 태울 때 산소와 만나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발생시키게 됩니다.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압니다: C + O2 = CO2!) 온실 가스가 지나치게 많아진 거죠.
실제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50% 이상 증가했습니다. 욕조에서 물이 넘치지 않으려면 (기후 때문에 지구상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지 않으려면) 수도꼭지를 조금씩 닫아야(배출량을 제어해야) 하겠죠. 계속 콸콸 물을 틀어 놓고 "아, 왜 이렇게 욕조에 물이 넘치는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겠죠.
그냥 잠그면 되지.. 아닌가?
하지만 수도꼭지를 잠근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잘 알려진 화석 연료가, 우리 삶에 너무나 구석구석 맞닿아 있기 때문에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져 버렸죠.
1937년 23억 명에 불과했던 인구는 2020년이 되자 78억 명으로 폭발했고, 늘어난 사람들은 저마다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화력 발전을 하고, 살 곳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로 벌목을 하며, 돌아다니기 위해 자동차와 선박, 비행기를 이용하고 있고요.
특히 요즘 같은 디지털 문명 시대에는 '전력'에 엄청나게 의존합니다. 휴대폰 배터리가 절반 이하로 내려가면 눈으로 충전기와 콘센트를 찾는 사람이 저만은 아닐 거예요. 휴대폰뿐인가요? 집 안 거의 모든 가전제품과 TV, 컴퓨터, 아이패드, 전등까지, 전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단 한 시간도 살아가기가 어렵습니다.
문제는 전기가 주로 '뭔가를 태우며'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화력 발전소에서는 석탄을, 가스 발전소에서는 가스를 태워 만들지요. 집에 있는 콘센트에서는 한없이 무해해 보이는 그 녀석을 만들기 위해, 저기 멀리 있는 발전소에서는 엄청난 양의 온실 가스와 연기를 공중으로 내뿜고 있다는 거죠. 초록초록 환경보호 포스터에서 보이는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은, 많이 늘기는 했지만 아직은 전 세계 에너지 믹스의 아주 적은 부분만을 차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처럼 살아가다 보면 지구가 계속 덥혀지는 것이지요.
한없이 몸집이 불어난 국제 가스회사나 석유회사들을 탓하고 싶지만, 이들도 사실은 사람들의 수요에 발맞춰 사업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게다가 어느새 병원과 공원에 후한 기부금을 내고, 저소득층 아이들의 교육비를 지원하며, 신재생 에너지와 환경운동가들을 지원하기까지 하는 부자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 버렸습니다.
모두가 이유는 알지만 당장 원인을 제거할 수는 없는, 참으로 얄궂은 상황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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