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이미 알고 있었어?

by Hoon

어릴 적, 엄마가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는 색종이로 하트도 예쁘고 오리고, 우산을 가져가야 하는 날도 정확하게 알고 있고, 모르는 걸 물어보면 언제든 척척 대답해 줬거든요. (가끔은 아래 웹툰처럼 초능력자라고 생각될 때도 있었어요)

엄마는 초능력자.. (출처: 인터넷 줍줍)

엄마 같은 어른들은 뭐든지 다 알고, 문제가 생기면 뭐든 해결해 줄 수 있단 믿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 아들들이 보아도 엄마가 그런 모습일지 저는 슬그머니 의구심이 듭니다. (아직도 우당탕탕) 다른 어른들도 마찬가지예요. 당장 가까운 미래에 지구가 무슨 모습일지,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확신하기 어려워요. 아이에게 기후변화에 대해 가르쳐 주다보니, 어른으로서 스스로의 모습에 실망스럽습니다.



문제가 생길 걸 알고 있었어?

화석 연료의 사용으로 인해 지구의 에너지 균형이 깨질 것은 이미 한참 전부터 예견되어 왔습니다. 온실 효과나 온난화에 대해서는 이미 100년도 더 전에 이론이 생겼고, 실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와 지구의 기온 변화 추이도 아래 그래프와 같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졌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그래프: NOAA.gov)


다음의 편지를 한 번 보실래요?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태움으로써 연간 60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배출되고 있습니다. 2000년이 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이 현재에 비해 25%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대기의 열 평형을 교란시켜 기후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지역적 또는 국가적 차원에서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타 과정들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이게 몇 년도에 쓰여진 편지일까요?


정답은 1960년대로, 대학 연구자들이 린든 존슨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이미 80년 전부터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를 예고하고 있었고, 정책결정자들에게 이를 알리려고 애쓰고 있었단 소리죠.



본격적으로 논의된 지도 30년

많이 양보해서 저 옛날에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이슈였다고 칩시다. 1990년대부터는 전 지구적으로 기후변화가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어요. 1992년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UN 리우 회의(별명으로 지구 정상 회의, Earth Summit이라고 합니다)에서 온실가스 농도의 안정화에 대해 언급했거든요.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참여하는 정상 회의에서 기후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미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지구 기후의 변화가 과학적으로 명백하며 당장 행동에 옮겨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의미죠.


실제로 기후변화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구심점이라고 할 수 있는 UN 산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1988년 처음 생긴 이래 이제까지 여섯 번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이게 그냥 보고서가 아니라, 엄청 엄청 중요한 보고서예요. 제일 최근에 나온 여섯 번째 보고서의 경우 참고로 한 논문만 해도 14,000건이 넘으며, 700명이 넘는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함께 작성했습니다. 가장 최신의 과학적 발견과 이론을 집대성한 자료라고 볼 수 있죠.


광범위하고, 빠르며, 강력해지고 있는 기후변화 (이미지: https://climate.copernicus.eu)


그런데 이 보고서를 찬찬히 뜯어 보면, 전 세계의 과학자들의 어조 변화를 잘 볼 수 있습니다. 2007년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인간의 영향에 대해 "very likely(인간 때문인 듯하다)"라는 표현을, 2013년 보고서에서는 "extremely likely(인간 때문임이 거의 확실하다)"라는 표현을 쓰다가, 작년 보고서에서는 "unequivocal(인간 때문임이 명백하다)"이라는 말로 쐐기를 박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의 목적은 전 세계 국가들의 정책 결정자들에게 조언을 하고자 함인데, 쉽게 말해 "빨리 행동하세요, 위험해지고 있습니다." -> "지금 당장 행동하세요! 벌써 진행되고 있다니까요!!"-> "야!!!! 당장 하라니까!!!!" 이런 메시지를 길고 어렵게 써 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요, 어른들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한참 전부터.




표지 이미지: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