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예술'이라고?
여러분, 이 그림 어때요?
예쁘죠? 그런데 이게 사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패널(IPCC) 보고서 표지입니다. (네??)
예쁜 그림인 줄만 알았는데, 이게 사실 그래프예요. 화가는 지구의 기온 상승 곡선에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완성했다고 하지요. 자세히 살펴보면 점점 올라가는 기온과, 우리가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가 그림에 표현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하지요.
예술은 과학에 접근하기 쉽게 해 주고, 과학은 예술에 의미를 더해준다. 예술과 과학은 기후변화에 대한 사실들을 특별하고 강력한 방식으로 서로 주고받는다.
(Art makes the science more accessible, and science makes the art more meaningful. Together they communicate the facts about climate change in a unique and powerful way.)
- Alisa Singer
환경이 예술의 장으로 들어온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위기 속에서도 언제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인간의 특징이니까요. '환경 예술' 또는 '녹색 예술'은 폐기물로 조형물을 만든다든지, 오염물로 안료를 만들어 그림을 그린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환경 보호를 촉구해 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후 '데이터'를 미술로 승화한 것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극히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줄만 알았던 데이터나 그래프가, 예술가의 눈과 손을 거쳐 '아름다움'을 덧입었으니까요. 기후변화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예술 작품들은 요즘 점점 많아지는 추세인데, 그중 특별히 그래프를 미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작품 몇몇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이 멋진 호랑이는 하강하는 그래프를 타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산림 황폐화 그래프에 기반하고 있는데요, 1970-2010년 동안 우림 지역이 어떻게 줄어들었는지를 나타내는 그래프입니다. 숲이 사라지면 숲에 기대어 살아가는 무수한 동식물들도 사라지겠죠. 작가는 이 그림에서 동물 종을 서식지에서 떼어 놓는 이미지를 그려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호랑이 그림과 비슷하게, 이 그림은 1980-2014년까지 미국 워싱턴 주와 캐나다 경계의 노스 캐스케이드에서 빙하가 줄어드는 그래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걸 볼 수 있지요.
같은 작가의 이 작품은 산불을 형상화했는데요, 여기서 나타난 그래프는 지구의 온도 상승 그래프입니다.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면 습한 지역은 더 습해지고 건조한 지역은 더 건조해지는데요, 후자의 경우 잦은 산불이 문제가 됩니다. 올해도 작년에도, 북미에서는 예전보다 잦아진 산불 때문에 대기 오염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상승하는 그래프를 타고 치솟는 화염이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네요.
그림이 아름다움이라는 측면에 주목했다면,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전달합니다. 바로 엊그제, 뉴욕타임스에서는 '올해의 사진'을 발표했습니다. 이 중 많은 사진이 전쟁과 기후에 관한 사진이었어요.
위 사진은 원래는 물이 없는 데스 밸리 국립공원 한 곳에 태풍 힐러리가 찾아온 8월, 하룻밤새 호수가 생긴 곳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지구에서 가장 건조하고 더운 이곳에서 이 호수가 나타나는 걸 보니 깨달은 바가 많았습니다. 이곳에 와 보니 정말 굉장했어요. 여기는 나무는커녕 식물이 거의 하나도 없었지요. 호수는 마법처럼 느껴졌고, 의미심장했어요. 아름다웠고, 한편으로는 기후변화가 가져올 수 있는 극단적인 현상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Mette Lampcov, 뉴욕 타임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이번 여름, 뉴멕시코 주의 농부들이 동이 트기 전 양파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해가 뜨면 너무나 덥기 때문에 오밤중에 일을 시작했다고 해요. 2023년은 기록된 역사상 가장 더웠던 한 해였지요.
배를 띄우는 선착장에 더 이상 물이 닿지 않는 애리조나 주의 Powell 호수 모습입니다. 수자원이 남용된 데다가, 기후변화로 20년 넘게 가뭄에 시달려서 이렇게 수면이 쑥 내려가 버렸다고 합니다.
캘리포니아 주 훔볼트 레드우드 주립 공원의 '거인의 길'이 홍수 때문에 폐쇄되었습니다. 올해는 원래 건조해야 하는 캘리포니아에서도 홍수가 날 만큼 기상 이변이 많았지요.
책을 읽다가 이런 말을 보았어요.
아름다움은 존재의 축제다
- Joanne Dodgson
제가 여기서 소개한 그림도, 사진도, 출발점은 기후 위기지만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휘몰아치는 변화 속에서도 우리가 존재하는 한, 축제는 계속되려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