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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Jul 18. 2024

살림의 적, '습도'에 관하여

장마철을 맞아 적는 단상

이 말에 동의하는 주부들, 계실까요? 


살림의 적은 다름 아닌 '습도'다 


이건 저의 뇌피셜이긴 합니다만, 실제로 평균 습도가 매우 다른 나라들에서 살림을 해 본 결과 몸으로 느껴본 교훈이기도 합니다. 쨍하고 건조한 미국 서부에서 5년, 고온다습한 홍콩에서 4년을 살았거든요.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없습니다. 


극과 극인 곳들.. (이미지: Unsplash.com)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 때 - 평균 습도 60% 수준, 오후 습도 40%대 

- 화장실 청소: 세면대나 욕조에 물 뿌려서 청소한 뒤 환풍기 돌리지 않아도 몇 시간 지나면 바짝 말라 있음

- 깜박 잊고 먹다 만 김을 식탁 위에 올려둬도 며칠 지나도 바삭함 

- 이불 빨래하고 몇 시간만 널어놔도 뽀송함 

- 모기 없음, 곰팡이 없음 


홍콩에 살 때 - 름철 습도 에브리데이 90% 이상, 100%도 찍음   

- 더위 때문이 아니라 습기 때문에 1년 300일은 에어컨 가동해야 함 

- 화장실 팬 365일 24시간 가동해도 꿉꿉함 

- 옷장마다 습기제거제 꽉꽉 채워놔도 가죽 가방, 의류에 곰팡이 파티 

- 제습기는 방마다 필수, 여름철엔 매일 두세 번씩 물통 가득 참 

- 빨래 안마름. 말랐다가 다시 습기 머금어서 젖는다는 게 학계의 정설.. 

- 김은 뜯는 순간부터 축 처지기 시작함. 건조식품 보관 매우 주의해야 함 

- 여행 갈 때 일주일을 집을 비우더라도 에어컨 약하게 틀어놔야 함(그럼에도 불구하고 변기물에 곰팡이 핌) 

- 외출 시 내 몸에서 모기와 샌드플라이가 잔치 벌임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홍콩 디스 하는 것 같지만, 홍콩 역시 매우 사랑하는 1인입니다. 순수히 '살림'의 차원에서 본 것임)


습기제거제를 자주 바꿔주는 것도, 제습기 물통 비우는 것도, 곰팡이 청소하는 것도 살림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니 살림의 적은 습도 아닐까요? 



더 더워지면 더 습해진다 

그런데 주부들에게 슬픈 소식. 기후변화가 진행되며 대기가 머금은 습기의 양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어쩌고 저쩌고 방정식(정확히는 Clausius-Clapeyron 방정식)에 따르면 대기의 온도가 1도 올라갈 때마다 7% 더 많은 습기를 머금을 수 있다고 하거든요. 이미 지구 표면의 평균 기온은 1도 이상 올랐으니, 절대적으로 많은 양의 수증기가 대기 중 머무른단 소리죠. 


그 말인즉슨, 지구의 물 순환이 더 강해진단 소립니다. 한 번 비가 올 때 왕창 와서 물난리가 나고, 건조한 지역은 바싹바싹 더 많이 증발하여 가뭄이 심해지죠. 그렇다고 물난리와 가뭄이 똔똔(?)이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결과적으로는 총강수량이 더 많아지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거든요. 특히 문제는 호우가 잦아진다는 겁니다. 한 번에 하늘에 구멍 뚫린 듯 왕창 쏟아지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인프라로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새로운 치수 정책이 절실해지지요. 


물론 이게 우리가 느끼는 '꿉꿉함'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건 아닙니다. 습도는 절대습도와 상대습도가 있는데, 우리가 보통 얼마나 쾌적한지 느끼는 정도는 상대습도와 관련이 있거든요. 대기에 수증기가 더 많아진다 함은 절대습도를 말하는 건데, 땅과 바다가 수분을 증발시키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상대습도는 오히려 살짝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는 지역도 있다고 합니다. (근데 왜 이리 꿉꿉하죠)


하지만 살림과 관계없이, 지구에게는 분명 큰일입니다. 아니, 지구에게 큰일이 아니고 인간에게 큰일이에요. 최근 중국 남부에 70년 만의 가장 큰 홍수가 나서 '전시상황'이라고 칭할 정도로 비상입니다. 지난달에는 방글라데시와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도 연이어 보도되었었고요. 점점 익스트림해져 가는 날씨 뒤에는 이렇게 온도와 습도 상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말 나온 김에, 홍콩 침수 (이미지: Unsplash.com)

게다가 폭염이 찾아올 때, 같은 온도라도 습도가 높으면 건강에 더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폭염이 찾아온 날 온습도를 그래프로 나타낸 건데요, 빨간 그래프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이 보고된 경우입니다. 습도가 올라가면 더 낮은 온도에서 같은 위험에 직면함을 알 수 있지요. 

이미지: Mora et al. (2017)



아무튼 그래서.. 온도도 문제지만 습도도 문제입니다. 살림을 넘어서 건강에도 치명적이니까요. 습하고 꿉꿉한 장마철, 기후 위기와 우리의 미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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