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중에는 숨쉬기 좀 불편해지겠지요. 사람들은 잘 모르더라고요. 이산화탄소 농도가 1,000 ppm을 넘어가면 두통과 구역질이 생기거든요. 지금은 400 ppm 수준이예요. 연간 2 ppm 정도 더해지는 셈이에요. 그러니 아직 시간이 꽤 있다는 소리죠. (기후 위기 대처에) 서두를 필요는 없어요.
(“Eventually, it actually simply gets uncomfortable to breathe. People don’t realize this. If you go past 1,000 parts per million of CO2, you start getting headaches and nausea. And so we’re now in the sort of 400 range. We’re adding, I think about roughly 2 parts per million per year. So, I mean, it still gives us, so what it means is like, we still have quite a bit of time. We don’t need to rush.”)
전엔 '지구 온난화'라고 했다가 요즘은 '기후변화'라는 말을 쓰는데요, 그 이유는 어떤 장소들에서는 기온이 오르고 있지만 다른 장소들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말이 안 되기 때문이에요. 모든 장소가 다 더워지는 건 아니거든요. 반대로 가고 있는 곳들도 있습니다.
(“You use the word ‘global warming,’ and today they use the word ‘climate change,’ because, you know, you have some places that go up, so they were getting themselves in a little trouble with the word ‘global warming,’ because not every place is warming. Some places are going the opposite direction.”)
이제껏 기후에 관해 이렇게 멍청한 대화는 없었다!
(dumbest climate conversation of all time)
- 빌 맥키번
최근에 어떤 두 인물 사이에 오간 대화가 화제입니다. 여러 이야기가 오갔지만 그중 일부를 위에 적어 두었는데요, 물론 전부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핵심을 한참 비껴간 말들이 많았죠.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물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현재 문제가 되는 건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지구의 대기 시스템이 교란되었다는 거잖아요. 요즘 한국만 봐도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고, 강우 패턴도 열대성 스콜로 바뀌는 등 눈에 띄는 변화가 많은 상황입니다.
기온 상승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구 대부분의 지역의 기온이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극히 일부 지역(특히 해상)은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로 평균보다 약간 온도가 낮아진 지역도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지구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기온 상승은 매우 확연한 추세잖아요. 본질을 흐리는 이런 논의, 대체 누가 하는 걸까요?
어중이떠중이의 대화라면 차라리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아닙니다. 어처구니없게도, 대화의 한쪽은 세계 최강국 미국에서 이미 대통령을 한 번 했으며 또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입니다. 그리고 다른 한쪽은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한 명이자 첨단 산업계를 이끄는 스타 일론 머스크고요.
어찌 보면 이들은 현대 사회의 정, 재계를 대표하는 거물들인데, 그들이 기후에 대해 나눈 대화 수준은 결국 "따뜻해지는 곳이 많으면 해안가 부동산이 더 창출될 것"이라는 예측 이상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서 아무리 고군분투해도 진짜 권력과 부를 거머쥔 사람들은 딴생각을 하고 있단 것 아닐까 싶어 씁쓸한 마음이 들었어요.
요즘은 그래도 기후 위기 대응이 더 이상 지구 환경을 위한 선의의 행동이 아닌, 비즈니즈 측면에서도 꼭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이 대두되고 있는데, 이들의 대화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후변화라는 같은 '현상'을 보면서도 '팩트'를 각기 다르게 해석하고 반응하니까요.
최근에 읽은 헥터 맥도널드의 <만들어진 진실>이라는 책이 생각났습니다. 사실 요즘 정보를 접할 기회가 너무도 많다 보니, 우리는 그중 일부만 받아들이게 마련이잖아요. 내 마음속에서는 '진실'이라고 믿는 수많은 사실들이, 부분적으로는 맞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경우도 있죠. 또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어맞지 않더라도 나에게만 주관적으로 진실로 통하는 것들도 있고 말이에요.
예전에 트럼프 행정부 당시 환경 정책 분야의 수장이었던 마이런 이벨이라는 사람이 있는데요, 기후변화 부정론자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흡연자에게 금연 캠페인을 맡긴 꼴이었죠. 아무튼 이렇게 트럼프와 짝짜꿍이 잘 맞는 사람은 아까 인용한 것과 유사하게 이런 말들을 했습니다.
"기후변화가 사실이라면 추위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다"
"많은 곳에서의 삶이 더 쾌적해질 것이다. (추위로 유명한 미네소타의) 미네아폴리스 날씨가 캔자스시티와 비슷해진다고 불평할 사람은 없으니까."
물론 이 말 자체로 틀리진 않아요. 그러나 극심한 더위로 인한 사망자 급증이라든지, 더 더운 지역에 사는 수십 억 명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눈 딱 감고 무시했을 때만 '진실'이 될 수 있는 발언들입니다. 전체적인 그림과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면 (그 자체는 팩트일지 몰라도) 결코 진실이 될 수는 없는 사례죠. 이런 진실 아닌 진실이 사람들 맘 속에 자리 잡을수록 우리는 상황을 타개하기 어려워질 겁니다.
요즘 너무 덥다 보니 에어컨 없이는 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7월은 기록 상 가장 더운 7월로 기록되기로 했고요. 하지만 아무리 우리끼리 떠든다 한들, 지구 기후 시스템은 불확실성이 너무도 크기에 당장 어떤 피해가 닥쳐올지, 뭐가 '진실'일지 말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적어도 '멍청이'처럼 오도되지 않기 위해선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죠.
최대한 다양한 소스의 정보를 습득하고,
질문하고, (왜? 정말?)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할 것. 그리고 무엇보다,
꾸준한 관심을 가질 것
그 어느 때보다 무더운 여름이지만 앞으로 다가올 여름에 비하면 그나마 가장 시원한 편일 것이라고들 하죠. 여러분 마음속의 '진실'은 무엇인가요?
*관련 뉴욕타임스 기사
https://www.nytimes.com/2024/08/13/climate/elon-musk-trump-climate.html
*가디언 기사
*표지 이미지: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