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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Nov 11. 2024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https://brunch.co.kr/@yjeonghun/191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현 바이든 행정부가 열심히 추진하던 기후변화 대응 관련 정책을 모두 무효화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곤 했습니다. 즉,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2위인 미국의 배출량을 감축하고자 하는 노력과, 화석연료에 제재를 가하려는 정책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인플레 감축법까지 - 모두 다 철폐하겠다고 말한 것이죠. 


설마 설마 했는데, 역시 미국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합니다. 스윙 스테이크 7개 주를 몽땅 트럼프가 가져가 버린 걸 보니, 생각처럼 박빙도 아니었나 봐요. 제가 일하는 분야가 직결되어 있는 데다, 심지어 미국 회사이기 때문에 향후 저의 밥그릇(...)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요즘입니다.  



롤백, 롤백, 롤백ㅠㅠ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했던 모든 것들을 트럼프가 취임 즉시 이전으로 되돌리려 애쓸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산불에 폭염에, 이미 극명해진 기후 위기를 겪는 인류에게 결코 반갑지 않은 소식이지요. 특히 환경 정책은 연속성이 없으면 이전까지의 노력도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에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석탄이 좋아! 2019년 사진 (출처: CNN)

바이든이 재가입했던 파리 협약에서 아마도 확실히 탈퇴할 것이고 (세계: 들어왔다 나갔다 들어왔다 나갔다, 장난하냐??) 부수적으로 국제 사회에서 약속했던 각종 기금에 기여하는 분담금 규모도 대폭 축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 환경청(EPA)의 역할도 축소될 것이라 예상되고요. 예전 임기에도 EPA의 수장으로 이상한 사람(...)을 임명하는 바람에 많은 우수한 인재들이 EPA를 떠나 버렸다고 하지요.  


하지만 암담하다고만 말하기는 약간 이릅니다. 인플레 감축법의 경우 철회하겠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거든요. 워낙 통합적이고 대규모의 법이라서 이를 하루아침에 무효화시키기는 어려울 겁니다. 게다가 청정에너지 산업에 워낙 돈을 많이 풀어놔서, 미국 전역에 고용이 촉진되고 경제적 가치가 창출되고 있는데요, 이 혜택이 민주당 주에만 돌아가는 건 아니거든요. 조지아나 켄터키처럼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이 아닌 곳에도 태양에너지 발전소나 배터리 공장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제아무리 대통령이 취소하라 한들 공화당 정치인들이 "넵"하고 따라주는 건 아니란 거죠. 


대외적으로는 미국이 크게 한 발짝 후퇴하겠지만, 전문가들은 결국 산업계가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합니다. 인플레 감축법으로 이미 불이 지펴진 청정에너지 산업이 쭉 이대로 성장할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가 약속한 대로 "Drill Baby, Drill (규제 완화를 통해 화석연료 개발을 촉진한다는 의미)"의 미래로 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약속된 돈보따리는 있긴 하니까 

그러면 이쯤에서 인플레 감축법이 과연 어디까지 왔나 얘기해 볼까 합니다. 


인플레 감축법은 이름과 달리 기후변화 대응에 엄청나게 커다란 돈보따리를 풀기로 한 법안인데, 바로 그래서 트럼프가 자꾸 무효화를 주장하는 겁니다. 이렇게 큰 규모의 예산이 책정된 건 처음이었기에, 관련 업계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죠. 한국의 경우는 전기차 관련하여 오히려 장벽이 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만큼 미국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엄청난 영향력이 예고된 법안이었던 거예요. 그리고 이 법안 안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가정용 기기에 대한 리베이트 제도입니다. 여기서 리베이트란 에너지 효율적인 장비를 구입할 때 사람들이 일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리베이트 제도를 말합니다. 리베이트를 주려면 돈이 필요한데, 그 돈을 정부에서 지원해 주겠단 겁니다. 

인플레 감축법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하려는 미국 (이미지: Climate Central)

그런데, 이 법안이 통과된 게 어느덧 2022년이라 이겁니다. 2024년도 저물어가는 마당에, 예고되었던 돈보따리는 잘 풀리고 있을까요?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연방 국가인 미국은 연방 정부에서 무언가 결정하더라도 실제 이행은 주 정부에서 합니다. 그래서 IRA를 시행하겠다고 발표를 했어도 실제로 그 예산을 쓰려면 주 정부 차원에서 나눠줄 방법을 찾아야 한단 겁니다. 회사에서 "우리 회사 사원들을 위해 1억 원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팀원 수에 따라 팀장들에게 지급할 테니, 각 팀원에게 얼마를 지급할지는 팀장들이 알아서 하쇼."라고 한 것과 다름없지요. 일단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가는 에너지 복지의 형태가 될 것 같기는 한데, 갑자기 기준과 절차를 정하려니 갈팡질팡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팀은 돈 안 받아도 괜찮습니다."라고 할 팀장은 없겠죠? 일단 돈은 받겠다고 손을 들어 놔야죠. 계획은 나중에 짜더라도 말이죠. 


아무튼 그래서 요즘 미국 각 주에서는 올해가 가기 전에 새로운 리베이트 프로그램을 부랴부랴 꺼내놓기 바쁩니다. 몇몇 주는 시범 프로젝트 형식으로 아주 적은 가구에만 혜택을 주기로 발표했는데, 아무래도 완전히 이행하기에 부담을 느낀 것 같기도 하고요. 기존에 에너지 복지 차원에서 이행되던 제도에 덧붙여서 "참, 인플레 감축법 관련해서도 예산 있으니까 추가적으로 지원해 보세요^^"라는 식으로 홈페이지가 업데이트되기도 하는 상황입니다. 또, 가정 부문 중에서도 싱글 하우스 대신 콘도나 아파트 같은 Multi family 건물들에만 우선 혜택을 주기로 한 주도 있습니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는 느낌이에요. 

현재 초록색 주들에서는 리베이트 신청이 가능합니다. 내년 초에 더 많은 주에서 가능할듯 합니다. (출처: 미국 에너지부)

아무튼 일단 받아놓은 돈보따리가 있긴 하니, 트럼프도 이걸 내놓으라 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찌 될지 한 번 지켜봐야겠습니다. 



https://theconversation.com/what-trump-can-do-to-reverse-us-climate-policy-and-what-he-probably-cant-change-243129

https://www.pbs.org/newshour/show/what-to-expect-from-the-new-trump-administration-on-climate-and-environmental-poli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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