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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변머리 Jul 09. 2017

지역에서 정당활동 하자

들어가는 글

정당이란 무엇이고 무엇이 아닐까. 이런 물음을 사실 정당의 사회적, 역사적 기원을 추적하거나 아니면 특정 시점에서 정당들의 행태를 살피면 될 것이다. 여러 연구들은 한 사회나 국가 수준에서 정당의 역할, 즉 중앙당이나 원내 정당을 다룬다. 그렇지만 그 정당의 근간이 되는 지역 조직이 실제 어떻게 작동하는 지에 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정당이 무엇이냐는 물음은 기초단위 지역에서는 배부른 소리일 수 있다. 법적으로 존재를 부정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정당 기초단위 지역조직의 실무자로 일하고 있다. 정당조직의 최소 단위는 국회의원 선거구를 기준으로 나뉘고, 이를 지역위원회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리처럼 작은 정당은 <ㅁㅁ당 ㅇㅇ구 갑(지역)위원회>처럼 국회의원 선거구 수준으로까지 세밀하게 만들어지지 못하고 시군구 수준의 단위에서 창당하게 된다. 갑 지역과 을 지역의 당원 수를 합쳐야 겨우 지역위원회 창당 숫자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2004년 지구당 폐지로 인해 정당의 지역적 기초가 무너졌다고 이야기 한다. 지금은 지역위원회로 부르는 이 지구당은 과거 정치부패의 온상으로 지적되어 왔다. 실제 그러했나의 문제는 차후에 다루기로 하고 우선 이 지구당과 현재 지역위원회라 부르는 것의 주요 차이를 알아보자. 공직선거 후보자나 정당 실무자에게 있어 가장 큰 차이는 정당 이름으로 사무실을 낼 수 없다는 점이다. 동네에 가끔 보이는 <ㅇㅇㅇ의원 사무소>는 당선자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낙선했거나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은 정당의 이름을 걸고 사무실을 내지 못한다.


그럼 한 선거에서 다음 선거 기간동안 낙선자나 정치지망생들은 무엇을 하나? 본업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해당 지역 선거구를 돌아다니며 소위 기반을 닦는다. 그 기반을 닦는 데 있어 중요한 매개가 또한 정당의 지역조직이다. 당선되지 않더라도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것은 여느 광역, 기초단위 의원보다 정치적 위상이 높다. 그리고 정당에 따라선 해당 선거구의 국회의원이 그 지역위원장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관료들은 본인 담당 행정구역에 해당하는 현역 의원들이 눈앞의 상전이고 낙선한 정치인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인사권자인 자치단체장은 정당 소속이고, 눈앞의 상전인 지방의원들도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지역위원장은 선거당락을 떠나 매우 정치적 위상이 높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행정이 정치를 대신하고 정당정치보다 참여정치, 숙의정치가 발달하면서 당원을 움직일 수 있는 지역위원장의 권한은 많이 약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현역 국회의원을 겸하는 지역위원장의 경우는 예산이라도 따오니까 여전히 높다)


아무튼 정당을 통해 정치인이 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이렇게 다르다. 정당이 없으면 정당 비슷한 것이라도 지역에 만들어야 생계형 정치인이라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당 비슷한 걸 만들 정도면 그걸 생계형이라고 볼 수 있을까.


선거에서 후보의 당락이 최우선 관심사이긴 하지만 정당에는 정치를 직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출마자와 정당의 지역조직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그리고 그 차이는 각 정당의 운영방식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한국의 큰 정당들은 국회의원 후보를 주로 외부에서 영입한다. 따라서 당원이 아니었던 자를 후보로 내세우기 위해 당원으로 가입시키기도 하는 건 기본이다. 매력적인 스펙과 스토리를 지닌 인물이 공천을 받아 지역을 배정받으면 기존 지역위원장이 현역 의원이라도 한방에 날아간다. 지역위원회는 그것을 조용히 추인한다. 때로는 경선도 치른다. 이 경우는 중앙당과 지역위원회(를 앞세운 현역의원)의 힘겨루기가 될 것이다.  


정치를 직업으로 삼지 않는 많은 당원들이 있다. 좋아하는 정치인을 후원한다는 생각으로 당비만 내는 사람도 있고, 공직후보자까지는 아니지만 당의 지역조직에서 나름 기여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각기 저마다 원하는 바가 있어서 이런저런 단체에 가입한다. 정당도 그중 하나이다. 그리고 정당에는 지역조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앙당에는 각 부문별 위원회가 있고, 정책 연구소를 두고 있다. 그리고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원내 정당과 각 의원사무실도 있다. 정당에 참여하는 방식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중에서 나는 정당의 지역조직에서 일을 한다. 앞으로 정당의 지역조직이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써 볼 예정이다. 하지만 쓸거리가 그렇게 많을 지 모르겠다. 작은 동네에서 작은 정당의 실무자가 할 일이 그리 많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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