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olina P. Rindova 외 1인을 읽고
두번째 글은 저번 글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소비자/사용자의 디자인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요인으로 '신기성(novelty)'이 얼마나 비중을 가지고 있는지를 연구한 내용입니다.
참고문헌 : Technological Change, Product Form Design, and Perceptions of Value (Violina P. Rindova*, Antoaneta P. Petkova, 2007, Organization Science, 18)
디자이너에게 새로움이란 마치 하나의 과제와도 같다.매거진 '디자이너 모놀로그'의 다른 글(https://brunch.co.kr/@yjjang/12)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고객들은 친숙함을 원하는 동시에 새로움을 원하는데, 이 신기성(novelty)은 낯섦으로써 사람들을 유혹하는 특성이 있다.
이 논문은 그 신기성을 주제로 서술한다. 특히, 기술의 발전과 제품의 형태 디자인이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하는지를 논술하고 있다. 본문에서도 우선 인정하는 것은, 그 신기함, 혁신성이 디자인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으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기술에 대한 공부를 지속하고 있다고 서술한다.
그러나 동시에, 혁신성과 연관되어 초래되는 '불확실성' 또한 강조한다. 즉 위의 매거진 글의 표현에 따르면 '불친숙성'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텐데, 본문의 표현은 지나친 혁신으로 인해 사용자가 사용 시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정도를 넘어서, 기술 자체가 아직 정착되지 않아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부분까지를 포함해 불확실성으로 명명한다.
즉, 여기까지는 우리의 통념과 마찬가지로 혁신은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혁신 자체만을 강조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일정 수준에서의 조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크다. 단, 이들은 여기에서 한 가지 차별점을 강조하는데, 이 혁신성을 전통적으로는 기능적인 요소에 중점을 두었던 데 비해, 형태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즉, 기술적 발전과 형태 디자인 간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의 방점을 둔 것이다.
이 부분에서 '가치'에 대한 중요한 언급이 나오는데, 디자이너 / 개발자는 어떤 가치를 사용자가 수용하길 바라면서 제공하지만, 소비자 / 사용자는 그 의도와는 또 다른 가치를 수용한다는 것이다. 이 둘을 나눠 전자를 의도 가치(Intended Value), 후자를 수용 가치(Perceived Value)라 하며, 이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사용 이전의 '경험'을 꼽고 있다. 즉, 이전에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제작자의 의도 가치와 수용 가치는 달라진다는 점을 언급한다. 그리고 의도 가치를 소비자가 특정 가격을 내고 구매하고, 이를 수용함으로써 실현 가치(Realized Value)가 발생한다.
연구자들은 이 가치 간의 차이량에 따라 혁신의 필요성이 달라질 수 있음을 설명하는데, 의도 가치와 수용 가치가 비슷하다면 사용자는 제작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온전히 사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때 만약 실현 가치가 높다면 가장 이상적인 상태다. 실현 가치가 낮다면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의도 가치와 실현 가치의 차이가 크다면 실현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또 반대로, 혁신성이 이 가치들을 변화시키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지나치게 혁신적인 제품은 사용자가 참고할 만한 이전의 경험, 혹은 인지적 자산(assessible schema)이 부족하기에 마련인데, 이 때 의도 가치와 수용 가치 간의 간격은 현격하게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인지의 변화를 적절하게 겪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나 새로운 물건을 보게 되면 이해할 수 없고, 이상하고, 사용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감정(긍정적 태도와 부정적 태도)이 혁신성의 평가에 영향을 주는 부분도 설명하는데, 얼리어답터 성향을 지닌, 혁신에 긍정적인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새로움에 대한 반응이 다르고, 때문에 수용 가치 평가에서도 달라짐을 설명한다. 그 밖에 사용 과정에서 인지적 어려움에 부딪히고 이를 복잡하게 해결한 경험이 있을 수록, 혁신에 대해 보수적일 수 밖에 없음도 이야기한다. 이들은 목표 소비자 집단에 대한 이야기로 묶을 수 있겠다.
이후의 논의는 기능적, 상징적, 심미적 관점에서 이 '혁신'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지를 논하고 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위의 Fig 1. 에서도 보이듯이, 좌측의 '디자인 선택' 시점에서 혁신성을 기능성과 심미성 측면에서 동시에 고려하고, 이것이 상징적 측면에까지 영향을 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위의 전제와도 연결되는데, 기능적 혁신성과 심미적 혁신성이 동시에 고려됨으로써 혁신에 의해 인지적으로 받게 될 충격을 완화하고 감정적으로 호감을 이끌 수 있는 정도의 혁신을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상징적 관점에서 이 새로운 디자인을 카테고리화 하는 작업으로 이어지는데, 이 역시 지나친 혁신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 선택에서 사회인지화 과정(sociocognitive process)으로 넘어오면 이렇게 선택된 디자인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수용 가치로 습득되는 지를 보여준다. 이 전체적인 흐름을 도식화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디자인 시점에서 의도 가치를 잘 수용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요소가 고려되어야 할 지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다.
이 주제는 확실히 난제이기 때문에, 이 논문도 완벽하게 짜여진 명확한 방법론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사실 만약 제시했다면, 그것은 무언가 빠진 상태였거나 거짓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어떤 마음 가짐이나 자세, 고려해야할 포인트들은 일정 수준 짚어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 / 사용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 접근이다. 디자이너, 개발자 등 제작자로서 혁신에 빠지다보면 사용자를 놓치게 되기 쉽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거나 세심하게 보여주지 않은 부분들이 사용자에게는 배신감이나 인지적 스트레스로 다가갈 수 있다. 꼭 위의 프레임워크가 아니라도 이 점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새로우면서도 친숙한' 그 애매한 중간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