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금지곡1. 쏘리 쏘리 (슈퍼 주니어)
수능 100일 기도 자서전 #1
D-100 ( 2022.08.09)
형이 재수하던 때, 엄마는 수능 100일 전부터 형의 자서전을 썼단다. 100일 동안 치성을 드리는 마음으로 형의 20년을 기록했지. 그리고 입시가 끝났을 때, 책으로 엮어 선물해줬단다. 형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거나 고맙다는 표현 따위를 했을 리는 없지. 하지만 엄마는 섭섭하지 않았단다. 수능을 앞둔 100일, 글을 쓰던 그 100일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며 형과 함께한 20년을 돌아보니 온통 감사한 일 가득이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다짐했지. 네가 고3이 되어 수능을 100일 앞두었을 때, 똑같은 감사기도를 시작해야겠다고...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구나.
네가 벌써 고3이 되어 진로를 고민할 나이가 됐다는 것이 놀랍고 너를 위한 <수능 100일 기도 자서전>을 쓸 날이 이렇게 성큼 다가왔다는 것도 당혹스럽다.
앞으로 100일.
우리 신나게 즐겨보자꾸나.
엄마는 너와 함께 했던 모든 순간을 떠올리며 100일을, 너는 내일의 너를 위해 힘껏 도약하는 100일을 보내보자. 그 끝에서 기쁘게 만나자.
D-99 (2022.08.10)
너의 탄생은 철저히 계획적이었단다. 네 형에게 세 살 터울의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기다렸고 봄에 태어나게 해주고 싶어서 또 기다렸지. 형이 태어난 5월은 너무 더웠거든. 그보다는 이른 3월을 DDAY로 잡고 너를 만들었단다. 2003년 7월, 단번에 임신을 하고 입덧이 시작되고 4kg이 빠졌지. 걱정하지 마. 4kg을 내어주고 20kg을 얻었으니...
임신 기간 동안 엄마가 가장 많이 먹고 싶었던 게 뭔지 아니? 치킨이었어.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지만 그때는 임신을 핑계로 더 열심히, 많이 먹었단다. 오죽하면 아빠가 그랬지.
"그렇게 치킨만 먹다가 닭대가리에 닭살 돋은 애 낳으면 어쩌려고 그래?"
살짝 걱정되기도 했지만 어쩌겠니. 내가 먹고 싶었던 게 아니잖니? 다행히 너는 닭대가리도 아니었고 피부도 매끈하게 자라주었구나.
D-98 (2022.08.11)
너를 임신했을 때, 꿈을 꾸었단다.
잔잔한 파도가 칠 듯 말 듯, 무릎 정도 높이의 바닷물이 끝없이 펼쳐진 어느 바닷가였지. 그 왜 있잖아. 해는 쨍한데 덥지 않고 물은 에메랄드 빛으로 맑고 투명한... 광고에 나오는 그런 장면. 그 한가운데에 엄마가 서 있었는데 어디선가 큰 검은 가오리가 나타났지. 정말 크고 새까맸어. 몸통도 크고 꼬리도 길었지. 그 가오리가 엄마 주위에서 계속 맴도는 꿈이었지. 경이로운 꿈을 꾸고 나서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그런데, 그 꿈을 언제 꾸었는지 기록이 없더구나. 임신 초기였던 것 같은데 임신 일기장 어디에도 그 얘기가 안 쓰여있는 거야. 게다가 임신 일기장도 형 때처럼 빼곡하지가 않아. 드문드문 기록된 내용마저도 온통 세 살 된 네 형 얘기더라. '형이랑 뭘 먹었다 너도 맛있었지? 형이랑 어디를 놀러 갔다 너도 재밌었지? 형이랑... 형이랑...'
둘째라서 관심을 덜 갖게 된다는 건 이런 데서 드러나는가 보더라. 동생이라 차별받는다고 느끼는 일 없도록 더 의식해서 챙겨주려 했고, 서운함을 느끼게 하지 않으려고 각별히 신경 써서 키웠다고 믿었는데 과거의 기록을 들추니 온전히 너만 등장하는 씬은 별로 없구나. 아마 이 자서전에서도 형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 테고 말이지...
형이 군대에 가 있는 지금 이 시간의 기록에는 온전히 너만 등장하겠구나. 고3이자 외동이었던 시간, 엄마 아빠가 오로지 너만 바라보는 1년 반의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단다. 충분히 즐기기를...
D-97 (2022.08.12)
너를 임신한 기간 동안 엄마는 참 많이 울었고 우울했단다. 그 점이 아직도 미안하지. 좋은 것만 보여주고 좋은 음악만 들려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큰아빠와 큰엄마가 이혼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봐야 했고 다섯 살, 네 살이던 사촌 형들이 큰아빠와 함께 우리 동네로 이사를 왔지. 할머니 댁, 큰아빠 댁, 우리 집이 모두 같은 단지에 모여 살았던 거야. 아직 엄마의 손이 많이 필요했던 형들을 위해 엄마가 해야 할 일이 많았단다. 배부른 몸을 이끌고 형들 유치원에 쫓아다녀야 했고 할머니와 형들을 태워 기사 노릇도 많이 했지. 몸은 무겁고 속은 안 좋은데 쉬고 싶을 때 쉬지도 못하니 짜증도 나고 슬프기도 했단다. 아빠랑 형에게 날카롭게 굴기도 했고 울기도 많이 울었지. 그러니 뱃속의 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네가 자라면서 아플 때, 아토피가 심했을 때, 비염이 심해 계속 재채기할 때, 작년에 대상포진에 걸렸을 때... 그때마다 생각했단다. 네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조금 더 편하게 품지 못해 아픈 걸까 하고 말이야. 아니라고 해도 어쩔 거며 그렇다고 해도 어쩌겠니.
그저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너를 사랑하면 되지.
D-96 (2022.08.13)
2004년 3월 27일이 네 탄생 예정일이었단다. 소식이 없었지. 배는 당장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는데 진통도 없고 아무 징후가 없는 거야. 병원에서는 나흘 후에 유도분만을 하자더구나.
3월 31일. 밤새 꿈을 꾸었단다. 배가 아픈 꿈이었지.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참 생생한 꿈이구나 했지. 출산을 하러 가는데 운전을 엄마가 했단다. 출근한 아빠 회사에 들러 아빠를 조수석에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지. 엄마도 참~ 약한 척할 줄 모르지만, 아빠도 참 그렇지? "운전, 내가 할까? 당신이 할 수 있어? 그럼 그냥 가자. 여기서 금방인데 뭘." 하며 조수석에 날름 앉더라.
간밤의 꿈은 꿈이 아니라 진통이었단다. 병원에 도착했을 땐 이미 자궁문이 7cm나 열려있었지.
"관장을 하다 아이가 나올 수 있으니 너무 힘주지 마세요!"라던 간호사 선생님의 걱정 어린 말이 아직도 생생하구나. 예정일을 나흘 지났을 뿐인데 너는 이미 훌쩍 커있었단다.
4.06kg
"의사 선생님이 아이가 크다고 얘기 안 해주셨어요?"라며 여러 명의 간호사 선생님들이 놀랐지.
아이가 크다는 걸 안다한들, 엄마가 뭘 할 수 있었겠니. 병원 도착 두 시간 만에 순풍~ 낳았으면 됐지.
네 탄생과정을 지켜보고 탯줄을 직접 자른 아빠, 첫마디는 이랬다.
"셋째, 바로 준비할까?"
내심 딸을 바랐던 아빠였거든. 셋째가 딸이라는 보장이 없으니 깔끔히 포기했다. 대신 딸 노릇 하는 둘째 아들이 생겼지.
*덧 : 각 챕터의 이름은 수능 금지곡 제목으로 넣었단다.
수능 전에 들으면 수능 시험날 온종일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곡들.
그곡들의 제목을 상기시킴으로써, 금기에 과감히 맞서겠다는 엄마의 의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