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금지곡 2. Bo Peep Bo Peep(티아라)

수능 100일 기도 자서전 #2 - 2004년 한 살 때

by 늘봄유정

D-95 (2022.08.14)

태어난 지 사흘 째 되던 날, 너는 드디어 우리 집에 처음 입성하게 된단다. 형때와 마찬가지로 엄마는 산후조리를 집에서 네 외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했거든. 외할머니께는 퍽 고생스러운 일이었는데 그때는 내 새끼들, 너와 네 형 생각만 했던 것 같구나...

아기 침대에 누워있는 너를 보며 네 형이 꺼낸 첫마디는,

"안녕? 나는 OOO이야. 네 이름은 뭐니?" 였단다. 그 모습이 얼마나 설레면서도 평화로워 보였던지.

왜 그런 얘기 있잖아. 동생의 탄생은 남편에게 첩이 생긴 것과 같은 정도의 충격이라는... 그래서 동생이 생기면 큰아이의 퇴행이 일어나기도 한다던데 다행히 네 형에게서는 눈에 띄고 신경 쓸만한 행동이 보이지 않았지. 오히려 너를 너무 챙기고 잘 놀아줘서 짠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였을까? 너는 자라면서 형을 참 좋아했고 둘이 거의 싸우지도 않았지. 네 형이 고등학생일 때도 엘리베이터 앞에서 형에 안기던 네 모습이 생각난다. 그런 널 가만히 내려다보던 네 형 모습도 생각나고...

대화가 많은 형제는 아니지만 싸우지 않았던 것, 그리고 군대 간 형에게 편지도 안 쓰냐는 엄마의 타박에 네가 던진 한마디. 그것에 엄마는 안심을 한다.

"형제는 속정이여~"



D-94 (2022.08.15)

신생아 황달이 심했던 너는 생후 한 달이 채 안 되어 황달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널 보살펴야 해서 엄마도 함께 입원을 했지. 거즈로 눈을 가린 채 인큐베이터에 누워 형광등 불빛을 쐬고 있는 네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단다. 작고 조그만 몸이 아니라서 더 짠했지. 4.06kg으로 태어났으니 한 달 정도 됐을 때는 우람해진 몸이 인큐베이터를 꽉 채웠어. 발길질을 한 번 할 때마다 인큐베이터가 휘청휘청했다. 기저귀도 채우면 안 된다며, 오줌을 쌀 것 같으면 기저귀를 대주라는 간호사 선생님의 말이 야속했지. 언제 쌀지도 몰랐거니와 한번 쌌다 하면 인큐베이터 벽면을 타고 줄줄 흐르는 액체를 수습하느라 진땀 좀 뺐거든.


황달 이후에는 아토피로 고생했지. 살이 접히는 부위와 귀 뒤, 두피엔 누런 고름과 딱쟁이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매일 베갯잇을 바꿔줘야 할 정도로 누런 고름이 흘러나왔고 목욕을 시킬 때마다 목욕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딱지들 때문에 얼마나 속상하던지... 아토피는 이후로도 몇 년이나 널 힘들게 했다.

오른쪽 종아리 뒷면에 생겼던, 신생아 딸기 반점이라 불리는 혈관종도 엄마를 속상하게 했던 것 중 하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옅어지기는 했지만 행여나 안 없어지면 어쩌나 걱정됐지. 엄마에게 다리를 내밀며 다리에 털이 너무 많아 싫다는 요즘의 너는 모를 거다. 혈관종이 없어진 대신 털을 얻은 거라면 그 또한 기쁜 일이라는 엄마의 마음을...

환절기 때마다 비염으로 고생하고 지난해 여름 대상포진에 걸렸던 널 떠올리면 타고난 체질이 좋지 않았구나 싶다. 그래도 그 정도인 걸 다행으로 여기고 잘 자라준 걸 감사하게 생각한단다. 털 좀 많으면 어떠니...



D-93 (2022.08.16)

생후 6개월 정도 됐을 때 네 별명이 '식신'이었던 거 모르지?

붙잡고 일어서기 시작하면서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고 잔뜩 먹어댔기 때문이야. 형 때는 첫 아이라 먹이는 것에도 예민한 엄마였는데, 돌도 안된 너에게는 겁 없이 다 먹였던 것 같구나...

한 손으로 상을 잡고 일어서서 다른 한 손에 생크림을 잔뜩 묻혀가며 케이크를 파먹고 있는 네 사진을 발견했단다. 얼른 들어 올려 손을 닦아주고 못 먹게 하지 않은 이 엄마, 뭐라니? 귀엽고 이쁘다고 사진이나 찍고 있었다니... 어떤 동영상에서는 보행기에 앉아 초집중해서 쥐포를 빨아먹고 있는 네가 나오더라. 조미료 덩어리 쥐포를 손에 쥐어준 네 엄마, 참...


그랬던 너는 자랄수록 먹는 것에 관심이 없었지. 입에 들어간 음식을 씹지 않고 멍하니 있어서 엄마가 "냠냠~"이라고 말해줘야 겨우 씹어 삼키곤 할 때가 많았으니... 끼니가 됐으니 마지못해 먹는 사람,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면 엄마가 좋아하는 걸로 먹자는 10대로 성장한 너.

먹고 싶은 게 없어서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먹는 즐거움을 모르니 삶이 주는 즐거움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게 아닐까 걱정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믿는다. 넌 그저 호들갑 떨거나 극성스러운 걸 싫어할 뿐 누구보다도 열정적이고 삶에 진심인 사람이라는 걸 말이다.



D-92 (2022.08.17)

네 백일이 채 안됐을 무렵, 할머니가 하와이 고모네 집에 놀러 가신 적이 있었지. 할머니 집 근처에 살던 네 사촌 형들을 할머니 대신 엄마가 열흘간 돌봐야 했단다. 여섯 살, 다섯 살 사촌 형들에 네 살짜리 네 형, 그리고 갓난쟁이 너. 이렇게 네 명을 데리고 놀이터에 나가면 동네 어르신들이 꼭 한 마디씩 하셨단다.

"다 댁의 아들이유? 에구... 힘들겠네..."

한 명이 똥을 싸면 나머지 세명도 줄줄이 메들리로 똥을 쌌고, 밤마다 돌아가며 이불에 실수를 했단다. 네게 젖을 물리면서 틈틈이 형들 밥을 챙겼고 티격태격 싸우는 형들 중재도 해야 했어. 엄마를 도와주겠다고 오셨던 외할머니는 속이 상해 집으로 돌아가셨고 도움을 받을까 불렀던 도우미 아주머니도 혀를 차며 하루 만에 그만두셨단다. 서럽기도 하고 힘도 들었던 엄마는 열흘 동안 자연스레 살이 빠졌지.


그것도 벌써 19년 전 이야기다. 꼬물꼬물 거리던 녀석들이 벌써 커서 대학도 가고 군대도 갔지. 겨우 열흘 돌보면서 힘들다고 밤마다 징징거리던 20대의 엄마는 40대가 되었고 60대의 할머니는 80대가 되었네. 이제 너만 고등학교 졸업하면 엄마 인생의 시즌1이 끝나는 기분이 들 것 같다. 그래서 네 자서전을 쓰는 지금이 네 형의 것을 썼을 때보다 더 엄숙하게 느껴지는 걸까.



D-91 (2022.08.18)

돌 당일에 걷기 시작한 형과 달리 생후 열 달이 되던 때부터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너. 뭐든 형보다 빠를 수밖에 없었지. 놀이터 죽돌이로 사는 것도 그때부터였단다. 집 바로 앞 형이 다니던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형 하원 시간부터 해가 질 때까지 거의 매일 놀았었지. 돌도 안된 아가가 엉금엉금 계단을 기어 올라가 미끄럼틀로 내려오는 모습에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같은 단지에 살던 친할머니가 동네 산책을 다니다 너를 발견하시면 엄마에게 꼭 한 소리를 하셨단다.

"열 달 된 애가 저래도 된다니? 저렇게 놀이터에서 노는 열 달 된 애기, 난 본 적이 없다?"

눈치 없는 엄마는 그게 '그만 놀리고 얼른 집에 데리고 들어가 씻겨라~ 병균 옮으면 어쩌려고 그러니?'라는 말이라는 걸 모르고 "그쵸~ 어머니~ 얜 진짜 발육이 남다른 거 같아요~"하면서 신이 났었단다.


세월이 흘러 할머니와 엄마의 대화는 이렇게 진화했다.

"형들이랑은 좀 다르구나. 좀 기대를 걸어봐도 될까?"

"그러게요 어머니~ 얘는 좀 다른 것 같네요~"

남다른 발육과 활동력으로 할머니 마음을 불안 불안하게 했던 네가 이제는 또 다른 방식으로 할머니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구나. 하지만 이제 엄마는 할머니 말씀 이면의 진심을 아는 나이란다.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제일인 게다 애미야."

그러니 아들아. 건강하게 올해를 잘 지내자.


*덧 : 각 챕터의 이름은 수능 금지곡 제목입니다.

수능 전에 들으면 수능 시험날 온종일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곡들이죠.

그곡들의 제목을 상기시킴으로써, 금기에 과감히 맞서겠다는 엄마의 의지입니다.



Bo Peep Bo Peep - 티아라
매거진의 이전글수능 금지곡1. 쏘리 쏘리 (슈퍼 주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