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잠을 통 못 주무시는 어머니는 밤새 TV를 켜놓으십니다. 골프 채널을 가장 좋아하셔서 밤새 골프 경기 중계를 틀어놓습니다.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유튜브를 보십니다. 알고리즘에 따라 무한 재생되는 정치 평론가들의 채널이 시끌시끌합니다. 소음과 불빛 때문에 깊은 잠에 못 드시는 거 아니냐고 물으면 잠을 못 자기 때문에 틀어놓은 거라는 말씀만 되풀이하십니다.
이 습관의 역사는 꽤 오래됐습니다. 대학생이었던 남편이 새벽에 살금살금 귀가하면, 거실에는 화면조정 중인 TV가 틀어져있고 소파 앞에 이불 하나 깔아놓고 까무룩 잠드셨던 어머님이 "이제 오냐?"하고 물으셨다는 걸 보면 말입니다.
- 어머니. 오늘 아침에 보니 큰아이가 방에 없는 거예요. 안 들어왔나? 벌써 나갔나? 궁금했는데 벌써 출근을 한 거 있죠? 새벽에 들어왔는데도 출근은 제시간에 하는 거 보면 신통방통해요~-
저 딴에는 큰아이가 기특해서 자랑할 요량으로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님의 관심은 다른 지점에서 머무셨습니다.
"큰애가 언제 들어왔는지, 들어오기는 했는지를 모른다는 거야? 그냥 잤다는 거냐? 애미가 돼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자식이 안 들어왔는데 어떻게 잠이 오냐... 세상이 험한데 자식이 들어오는 건 확인을 하고 자야지."
- 아... 그게... 늦은 밤까지는 저도 깨 있었는데 그 이후에는 도저히 못 기다리겠더라고요... 저도 다음날 일이 있고 하니...
"그러면 초저녁에 좀 자두고 기다려야지. 어미는 그러는 거 아니다. 자식이 잘 들어오는 걸 확인해야지."
호되게 꾸짖지는 않으셨지만 무게 있게 전해주신 어머님의 말씀에 저의 숙면을 반성하게 됐습니다.
그러고 보니 큰아이가 제대한 후인지, 아니면 그보다 더 이른 고등학교를 졸업한 때부터인지, 어느 순간부터 아들이 번호키를 누르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깊이 잠이 들어버린 저입니다. 문득 불안한 마음이 일곤 했지만 점점 '별일이야 있겠어?'라는 마음이 지배적이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나 스물세 살이여~ 걱정하지 말고 일찍 자~"라는 아들의 말에 기대어 코까지 골며 잠이 들었습니다. 자식의 귀가를 기다리며 새벽까지 거실 바닥에 누워계시던 어머님을 생각하니 상대적으로 제가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친정어머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잠이 다 뭡니까. 12시가 넘어도 딸내미가 들어오지 않으면 아파트 1층 보도블록에 걸터앉아 울면서 기다리곤 하셨지요.
어머님께 핀잔을 들었어도, 자신이 없습니다. 유난히 피곤한 요즘은 더 일찍, 더 깊이 잠들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함께 사는 식구가 들어오지 않아 궁금하고 걱정되지만 내일의 피곤이 더 두렵고 걱정되는 저는 그저 아침에 일어나 아이 방문을 열어 '무사히 잘 들어왔구나' 확인하는, 그런 어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