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과 옷에서 짬내가 나기 시작한 것은 겨울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영하의 날씨에도 틈틈이 환기를 했건만 짬내는 사라질 줄을 몰랐다. 짬내가처음 걸리적거리기시작한 것은 외투에서부터였다. 옷을 펄럭일 때마다코끝에 미세하게 전해지는 냄새가 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니었다. 고급스러운 향이 나는 로션을 바르고 섬유 탈취제를 뿌려도 소용없었다.누군가와 대화하는 와중에도 내 신경은 스멀스멀 올라오는 짬내에꽂혀있었다.
짬내는 이내 속옷에서도 났다. 필라테스를 하고 있노라면 땀과 함께 짬내가 올라와 죽을 맛이었다. '도대체 하루에 얼마나 밥을 해대는 여자이길래 저렇게 짬내가 날까?'하고 옆에 있는 사람이 생각하지는 않을지 신경이 쓰였다. 지인들에게 물으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분명 짬내가 나는데도 내가 신경 쓸까 봐 솔직하게 얘기해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단정 지어버렸다. 안 날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집에 들어오면 온통 짬내로 가득했다. 소파, 침대, 쿠션, 침구 등 천으로 된 모든 곳에서 났다. 몸에 뿌리는 바디 스프레이를 온 집안에 뿌려도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짬내가 진동했다. 하지만 나를 제외한 가족들은 전혀 맡지 못하는 냄새였다. 이쯤 되면 내 후각이 아니라 뇌가 문제가 아닐지 의심이 들었다. 계속 가다가는 신경쇠약에 걸리겠다 싶었던 나는 공기청정기를 냅다 주문해 버렸다. 몇 개월 동안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녀석,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봄이 오기 전에는 꼭 장만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아이, 수년간 썼던 공기청정기를 버린 순간부터 내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욕망.
공기 청정기를 가동한 후 짬내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어쩌면 결제했던 그 순간에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살림 장만에 대한 명분은 온 집안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던 짬내였을까 코끝에 머물렀던 나의 욕망이었을까. 다음 욕망은 어떤 신경을 자극할까? 장바구니에 담겨있는 목록을 차근차근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