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부터 주 3회 이상 다니고 있는 필라테스센터에는 여러 선생님이 계신다. 요일이나 시간에 따라 다른데 지금까지 세 분의 선생님을 만나봤다. 모두 필라테스 전문 강사로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지만, 수업 스타일은 제각각이다.
A 선생님은 유치원 선생님처럼 상냥하다.
수업 시작할 때마다 기구의 명칭, 사용법부터 차근차근 설명한다. "아주 잘하셨어요~", "바로 그거예요.", "좋아요~"를 연발하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B 선생님은 페이스 메이커 같다.
조금씩 난도를 올려가며 수강생들을 부추긴다. 옆에 서서 "할 수 있어요.", "조금만 더 버틸게요."라고 말할 때면 도저히 힘을 놓아버릴 수가 없다.
C 선생님은 사감 선생님이다.
제대로 해내지 않는 수강생에게는 어김없는 일침이 가해진다. 웃음기 없이 싸늘한 말투로 "지금 뭐 하시는 거셔?", "자세가 왜 흐트러지셔!", "뭐지? 왜 멈추지?"라고 말하지만 듣는 이의 기분이 나빠지지 않는, 묘한 매력의 소유자다.
수업을 들으며 운동에만 집중해야 하지만, 강사라는 직업을 가진 나는 그들의 모습에서 많은 걸 배운다. 거울 치료가 되어 '학생들에게 너무 쌀쌀맞게 말하지 말아야지, 무리하게 강요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할 때도 있다. 게다가, 함께 운동하는 남편이 "큰일났네. 저 선생님 조만간 짤리겠어. 나만 편애한다고 컴플레인 많이 받겠는데?"라고 말할 때면 조심해야 할 행동이 하나 추가 된다. 남자 수강생 편애 금지!
하지만 대부분은 좋은 본보기로 챙겨두게 된다. 각기 다른 개성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그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정확한 딕션.
여섯 명의 수강생이 일사불란하게 같은 동작을 수행해야 하므로 두 번 세 번 말하지 않는다. 정확한 발음으로 명확한 설명을 한다. 강사들에게는 꼭 필요한 능력이다.
둘째, 수강생 이름 외우기.
단 한 번을 만났는데도 다음에 가면 내 이름을 불러준다. 영업을 위한 내적 친밀도 높이기 전략이라고 하더라도, 가히 칭솔할 만한 능력이다. 이름 외우기에 취약한 나는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할 능력이다.
셋째, 밀도 있는 수업.
50분에서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시간을 단단하게 채운 수업을 한다. 도입, 전개, 마무리가 잘 짜인 수업이 끝나고 나면 흐른 땀 이상의 만족감이 생긴다.
넷째, 수준별 수업.
수강생 여섯 명의 신체 능력은 제각각이다. 심화 동작까지 모두 가기에는 무리인 경우도 많다. 1:1 맞춤 수업이 아니라 6:1 수업일지라도 선생님들은 개별 수강생의 능력을 파악해 그에 맞는 강도를 조절한다.
다섯째, 매번 다른 수업
총 마흔한 번의 강습을 받는 동안, 같은 내용의 수업이 한 번도 없었다. 지루할 틈이 없고 늘 기대가 된다.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내 목소리가 또박또박 잘 들릴까?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 속상하지는 않을까? 뭔가 배운 게 많다는 느낌을 받을까? 너무 어려워하지 않나? 너무 쉬워하지는 않나? 늘 반복되어서 지루해하지는 않을까?'
필라테스 강습을 들으면서 온통 내 수업 생각만 하는 나는, 훌륭한 학생이 못 된다. 안드로메다로 간 내 동공과 풀려버린 몸을 놓치지 않는 선생님의 날카로운 한마디가 날아온다.
"유정님. 지금 뭐 하셔!! 딴생각하셔? 필라테스하다 말고 뭐 하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