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아름다운 호기심의 방 Cabinet of Curiosities
1683년에 세워진 세계 최초의 공공 박물관이자, 세계 최초의 대학박물관이 된 옥스퍼드에 있는 옥스퍼드대학교 애슈몰리언 박물관 (The Ashmolean Museum)이 있고, 1753년에 세워진 세계 최초의 국립박물관이 된 영국박물관 (The British Museum)이 있으니 말이다.
15-16세기 대항해시대를 거쳐 영국은 바다를 건너 세계무대로 진출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문화와 접촉하게 되고, 그곳에서 모은 전리품들을 본국으로 가져오게 되면서, '박물관의 탄생'이 시작되게 된다. 그들만의 다양한 컬렉션들은 부유한 귀족들의 소장품으로 관리되기 시작했고, 이는 17-19세기의 'Cabinet of Curiosities (호기심의 방)'으로 대표되는 세계에서 수집된 각종 진귀한 물건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따라서, 이상하고 아름다운 '호기심의 방' 시리즈를 소개해보려 한다. 첫번째로 런던에 있는 웰컴 컬렉션 (Wellcome Collection)을 살펴보도록 하자.
Welcome과 헷갈리면 안된다. L이 두개인 Wellcome Collection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Wellcome이라는 사람의 Collection으로부터 시작된 박물관이다. 영국에서는 컬렉션의 소장자가 '기증 (Donation)'을 통해서 그 사람의 이름을 딴 박물관 등이 많다. 웰컴 컬렉션은 박물관이자 도서관으로, 건강과 의료에 관한 다양한 소장품을 통해 관람객에게 다양한 전시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웰컴 컬렉션에서는 사람들이 과학과 의학, 삶 그리고 예술을 어떻게 아우를 수 있는지 초점을 맞추어 전시를 제공하고 있다.
본명은 Sir Henry Solomon Wellcome으로 원래는 미국인으로, 제약회사의 거구인 인물이다. 그의 유언에 따라 Wellcome Trust라는 재단을 설립하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과학 연구에 힘을 쏟었다.
그는 평생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며 경매와 딜러를 통해 많은 인류의 의학에 관련한 컬렉션을 수집하였으며, 이는 Sir Henry's Wellcome Historical Medical Museum이라는 박물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추진하였다.
그의 죽음 이후에 많은 그의 컬렉션들은 전 세계로 흩어지게 되었고, 그의 핵심적인 소장품은 현재의 Wellcome Collection를 구성하고, 또한 런던 Science Museum의 장기적 대여로 이어지게 되었다.
제약회사로 부를 일군만큼 그의 컬렉션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일렬로 진열된 수많은 유리 병들이다. 비슷한 종류 별로 다양한 색깔고 투명하게 보이는 것이 매우 특이한 점이다.
일렬로 진열된 유리병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참 안정되고 정갈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 유리병들은 Henry Wellcome의 수집 습관을 보여준다. 웰컴은 만약 제약에 관한 재밌는 스토리가 있다고 판단이 들면, 습관처럼 약을 담았던 유리병을 모았다. 그 예로 그는 5000개의 약 유리병을 모으게 되었다.
헨리 웰컴은 인류학(anthropology)와 건강(health)에 관련된 것에 아주 호기심이 많이 있었는데, 제약 사업가인 그는 해외로 여행을 많이 다녔고, 그 결과 자신의 문화권 밖의 다양한 사람들의 스스로 건강을 지키는 행동에 많은 관심을 두게 되었다.
여기 전시된 마스크는 스리랑카에서 왔는데, 악령을 쫓는 데 사용함으로서 병이 전파되는 것을 물리치기 위해서 주로 사용되었다. 마스크의 대부분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걸쳐 수집되었다. 아마도 이 마스크를 끼면, 악령을 물리칠 수 있다는 스리랑카인의 믿음에 '나와 다름'에서 오는 호기심을 불러오지 않았을까?
이 컬렉션은 인간의 몸이 어떻게 관찰되었는지, 또 어떻게 건강과 병을 이해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중국의 침술의학과 사상의학을 보여주는 사람모형, 유럽의 두개골 연구에 관한 글, 해부학에 관련된 오브제 등 의학 공부에 관련된 여러가지 소장품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소 사실적인 표현에 징그럽기도 하나, 또 공시대의 다양한 유물을 한번에 볼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는 것 같다.
필자가 영국의 박물관에서 이따금씩 놀라는 것인데, '사회적 소수자'를 배려한 박물관 전시가 매우 잘 되어 있다는 점이다.
위의 꽃병의 표면과 모양은 우리 몸의 각기 다른 건강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여드름, 골다공증, 암, 건선 등을 나타내며, 우리가 가족의 꽃병을 물려받은 것처럼, 사람들 또한 이런 의학적 요소를 물려받는다고 한다.
설명글을 통해 나타나 있지만, 오브제에 관한 설명글을 쓸 때에도, 점자로 해석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시각장애우를 위해서 직접 만져볼 수 있다. 전체적인 꽃병의 모형과 디테일한 점자표현까지, 과연 사회적 약자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를 위한 박물관 답다.
벽면에 있던 상자를 잡아 당기면, 실제 방문객들이 만져볼 수 있는 오브제가 나오고, 이에 대한 설명을 점자로 친절하게 제공하고 있다. 시력이 나쁜 방문객들도, 오감을 활용하여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실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웰컴 컬렉션은 단지 19세기에 시작된 '이상하고 아름다운 호기심의 방'이라고 하기엔, 다양한 관람객을 대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전시를 제공하고 있다. 어쩌면 그냥 '눈'으로만 즐기는 전시를 기획할 수도 있었을텐데, '버튼을 누르면 들을 수 있는 설명 오디오',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오브제', '점자' 등 컬렉션과 방문객 사이의 직접적인 상호작용 (interactive) 관계를 유도하고 있는 점이 인상깊다.
이렇게 회화도 전시하고 있는데, 약간은 기괴하고도 적나라한 사실적인 표현이 '이렇게까지 보여줘도 되나?'싶을 정도이지만, 이렇게 사실적인 표현이야 말로, 가장 그 시대를 잘 알 수 있는 것 아닐까? 수술하는 장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 등 좀 더 잔인한 장면의 회화들도 많았는데, 내부의 검열을 거치지 않고(?)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더욱 사실적으로 느껴지고 그 시대의 의료 생활상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던 그림들이었다.
왼쪽 사진은 중국의 '진단 인형'으로 과거 여성의 몸을 직접적으로 만질 수 없어서, 이 인형을 통해서 중국의 여인들이 아픈 곳을 나타내었다고 한다. 다소 인형의 자세가 에로틱한 것이 더욱 눈길을 끈다.
오른쪽 사진은 사람 몸과 얼굴에 있는 타투를 전시한 것이다. 인간의 신체조직인 피부를 어떻게 지금까지 보존 할 수 있는지 의문 스럽긴 하지만, 19세기 프랑스 선원들의 타투를 하는 것 (애니메이션 뽀빠이를 생각해보면, 뽀빠이의 팔뚝에 해군 관련 타투가 있는 걸 보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뉴질랜드 마오리 족의 얼굴 타투를 석고모형을 본따서 나타낸 것이다.
제약 회사 비즈니스 차 나가게 된 해외 업무 그리고 거기서 발견하게 된 다른 소수민족들의 의료행위.
의학에 대한 호기심과 건강에 대한 열정적인 관심으로 시작된 의료 용품과 관련한 '수집(Collecting)'...
개인적인 수집품을 통해 만들어진 '호기심의 방 (Cabinet of Curiosities)'은 대중들에게 더 많이 향유되고 공유될 수록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것 같다.
세계 각지에서 온 의료와 관련된 여러가지 소장품, 그리고 의료 그 자체를 벗어나서 넓게 다루어 보는 우리 '건강'에 대한 이야기 - 삶과 죽음, 성행위, 타투, 출산, 병 등 우리의 삶을 따라가보자.
아래는 웰컴컬렉션에 대한 역사와 Sir Henry Wellcome에 대한 간략한 영상을 소개한다.
런던에 머무는 동안 웰컴 컬렉션을 방문해보고 싶다면...
Wellcome Collection, 183 Euston Road, London NW1 2BE.
가장 가까운 역은
Euston Square
Euston
Warren Str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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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10:00—16:00
Sunday Closed
https://wellcomecollection.org
Reading Room이 무척이나 아름다우니, 꼭 방문해보고, 시간이 되다면 공부를 해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