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제가 일 년여 투병 끝에 먼 길을 떠났다.
떠난 이의 뒤에는 하나뿐인 여동생과 조카 둘이 남았다.
세상 착한 이였다.
빈소를 찾은 그의 오랜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늘 시대를 뒤따르던 매제 탓에 동생은 많은 고생을 했다.
어린 나이에 호락호락하지 않은 시부모를 모두 수발했고, 남편이 직장에서 조기 퇴직한 후 퇴물이 된 컴퓨터 기술자들이 쉽게 안착하던 pc방을 24시간 운영하면서 몸과 마음고생을 했다. 그나마 몇 해가 지나지 않아 이웃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경쟁업체들로 인해 문을 닫았다.
그렇지만 매제는 그의 시대를 몸으로 버텨가며 성실하게 가장 역할을 했다. 그게 결국 병을 부른 모양이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은 아빠를 닮은 착하고 고운 성품으로 잘 성장했다.
그는 내 아버지의 만만하지 않은 바둑 상대이기도 했다. 짐작건대 그는 아버지보다 한 수 위였을 것임이 분명하다. 아버지는 늘 아슬아슬하게 패배한 바둑알을 거두면서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다음을 기약하곤 했다. 그는 내 부모님뿐만 아니라 3남 1녀인 우리 형제들에게도 늘 다정한 사람이었다.
아들과 딸 각각 하나씩을 두었던 그는 외국에 나가 있던 아들이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기 전까지 고통스러웠을 시간을 견뎌냈다.
“00아빠, 00이 들어올 때 공항에 마중 나가려면 힘을 내야지.”
그가 자신의 육체적 한계를 고통스러워할 때마다 내가 그의 귓가 가까이에서 반복적으로 건네던 말이다. 의식이 있을 때면 그는 잔잔한 미소로 답을 했다.
아빠가 임종하기 전에 결혼했으면 좋겠다는 주변의 권고로 조카는 사귀던 여성과 서둘러 날을 잡았다. 그러나 그의 육체는 아들의 결혼식까지를 견디지 못했다. 그의 의지도 이번에는 육신의 고통을 견디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임종하던 날 아침 그의 모습은 오랜 기간을 앓던 사람 같지 않게 고운 모습이었다고 여동생이 말했다. 힘들고 답답했던 일상을 살면서도 유지했던 생전 품성이었을 것이다.
올여름 무더위가 예스럽지 않다. 폭우로 변해 갑자기 쏟아지는 비도 익숙한 풍경이 아니다. 먼 길을 떠난 그가 무더운 날씨나 먹먹한 비구름의 방해를 받지 않고 멀고 긴 여행길을 온전하고 평온하게 하기를 기원한다.
하늘나라에서는 아주 오래전 여의었던 부모님을 만나 반가운 해후를 하고 더 이상 아프지 않고 행복한 시간만을 보내기를 기원한다. 홀로 남은 내 여동생과 조카들에게는 가끔 꿈에서라도 나타나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2024년 여름은 혹독한 더위뿐만 아니라 슬픔이 가득한 잔인한 계절로 기억에 남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