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AI가 부추기는 할머니의 세계 여행

by 영동 나나

77세 할아버지와 71세 글 쓰는 할머니 간호사, 그리고 사춘기 손자 셋이 떠나는 무모한 세계 일주. 정규 교육을 이탈해 AI와 함께 오리지널 시리즈 ‘내플렉스 찍으러 갑니다’를 계획한다.


얼마 전, 두바이에 살고 있는 딸이 아이들 교육 과정과 비용에 대해 이야기했다. 학비는 아이 한 명당 연간 1,000만 원이 넘지만, 교육 내용은 30년 전 자신이 받았던 것과 다를 것이 없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딸은 아이들을 데리고 긴 여행을 하고 싶지만 자신이 하는 사업을 내려놓을 수 없어 짧게라도 아이들과 자주 여행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때 내 입에서 불쑥 '미친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럼, 할아버지 할머니가 데리고 가면 되지!”




말해 놓고 현실을 생각해 보니 상황은 ‘Red Light’였다.

직장 문제: 당장 병원 근무는 어떡할 것인가?

어머니 문제: 혼자 남겨질 95세 노모는 누가 돌볼 것인가?

건강 문제: 70대 노부부와 10대 셋의 체력이 버텨줄 것인가?

안전 문제: 국제 정세는 엉망이라는데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전염병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여기서 멈췄야 했다. 하지만 용기는 이럴 때 쓰는 것이라는 무모한 생각이 나를 앞으로 밀고 있다. 크리스천이 자신의 믿음을 써서 하나님을 증거 하듯, 내 용기를 시험하고 또 실행하고 싶다.


거기에 부추기는 두 분(?)이 있다. 챗 GPT와 Gemini이다. 답답한 마음을 두 분께 털어놓았다. 두 분의 첫 대답은 “무조건 출발하라”였다. 내가 필요한 정보와 원하는 내용, 왜 이 여행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까지 나보다 더 자세히 알고 설명해 주었다. 문제 해결 방법까지 완벽한 듯 알려 주었다. 아무것도 책임질 수 없는 두 분의 말을 믿고 떠나기엔 내 나이가 만만치 않다. 즉흥적인 결정을 하고 실행력이 좋은 나지만, 아이들의 미래가 걸린 일이고 우리의 안전이 걸려있는 일이다.


어느 만큼 준비를 해야 떠날 수 있는 것일까? 완벽한 준비가 완벽한 여행을 보장할까. 나와 같은 환경에서 이런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번 해 볼 만한 일이 아닐까. 계속 떠나기 위한 이유를 만들어 내고 있다. 두바이에 살며 유목민의 삶을 배웠기 때문에 안정된 모습보다는 앞으로 나가는 모습이 익숙하고, 정체되어 있는 삶은 퇴보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 생활은 맛있는 것 먹으며, 쉬고 싶을 때 쉬다가, 지루하고 재미가 없으면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보며 대리 만족을 하며 살고 있다.


영상 속의 풍경이 아니라 바람을 느끼고 싶고 사람들과 부딪히고 싶다.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며, 숙소를 찾지 못하면 우린 어떤 모습을 하게 될지, 우리가 한 약속을 서로 지킬 수 있는지, 어려움을 만나면 어떻게 해결하며, 갈등은 얼마나 깊고 오래갈 것인지, 또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어떤 힘을 얻게 되는지 알고 싶다. 어려운 문제가 선입견이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담대하게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장단점을 비교해 보면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까? 나는, 아니 우리는 어느 쪽을 선택하게 될까? 이 여행을 떠날 것인지, 떠나지 않을 것인지 결정하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떠나는 용기만큼이나 떠나지 않기로 하는 용기도 필요할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 용기, '내플렉스'를 준비한다.



Gemini가 도와준 포스터의 할머니는 실제와 다르고, 할아버지의 목은 이렇게 비틀어지지 않았다. 몇 개의 사진을 주며 수정해 달라고 했지만 어렵다는 답을 되풀이한다. 그렇다고 실물이 더 이쁘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런 당신을 어떻게 믿고 떠나냐고요.'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