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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의 글쓰기 공부

잭슨 폴록과의 동행

by 영동 나나


어깨가 살짝 앞으로 굽었다. 손등의 핏줄은 두드러지고, 손목의 뼈마디는 각졌다. 하지만 나는 매일 아침 책상에 앉아 자판을 두드린다. 글을 쓰는 이 순간, 더 이상 나이 든 여자가 아니다. 무언가를 여전히 갈망하는 사람, 세상과 연결되려는 사람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70세다.


글쓰기를 하고 있다. 많은 책과 강의를 접하게 된다. 모든 사람에게 창의성이 있고, 습관을 만들어 꾸준히 써야 하고, 자신의 성장을 느끼며 재미있게 써야 한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용기만 가지고 글을 쓰다가, 뉴북스팀에서 '아티스트 웨이' 책을 만나 다양한 것을 배우며 3년이 지났다. 스스로 창의성이 있다는 생각도 들고 꾸준히 쓰려고 노력했다. 강의나 책을 통해서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고 글쓰기의 기쁨도 있다.


하지만 글쓰기와의 허니문이 끝난 것 같다. 쓰는 것을 즐기고 나만의 만족이 아닌 독자를 생각하는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독자의 마음을 끌어내는 것 이상으로 작가가 독자를 끌고 가야 한다고 말한다. 일반적인 정보나 표현은 식상하다. 나만의 경험과 표현을 찾아내고 만들어야 한다. 독자보다 많이 깊이 알아야 하고 그것을 쉽게 표현해야 한다.


내 안에 쌓인 경험 -나이가 많으니 당연히 많겠지- 이 많다고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경험을 표현하기 위해서 다양한 문화, 책을 읽어야 하고 표현하는 법과 단어들을 공부해야 한다. 기초를 튼튼히 하고 기둥을 잘 세우라고 한다. 나는 집도 세우기 전에 집안부터 꾸미려고 한다.


막막하고 스스로가 창피해서 에세이를 잘 쓰는 방법이 무엇인지 챗GPT에게 물어보았다. 좋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내 눈에 띈 것은 코세라 강의를 소개한 것이었다. 바로 강의를 신청하고 미국의 유명한 교수 강의를 들어본다. 영어로 듣는 것아 아니고 한글 자막으로 이해를 한다. 글쓰기의 기본을 가르쳐 주는데 나는 처음 듣는 내용이다. 공부에 왕도는 없었다. 주어진 강의와 과제를 열심히 하며 과정을 따라가고 있다.


마라톤 경기의 중간에 끼어든 느낌이다. 꾸준히 노련하게 뛰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힘차게 뛰어들었지만 얼마 못 가 헐떡대는 모습이다.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숨을 고르며 훈련받은 거북이처럼 조용히 뛰고 있다. 준비가 부족한 나는 두리번거리며 누가 잘하나 살피다 포기할까 두렵다.


글쓰기를 하다 보면 절망에 빠지고 갈피를 잡지 못한다. 오죽하면 잭슨 폴록 그림이 이해가 간다. 온통 얽히고설킨 선들이 내 머릿속 뉴런이 연결을 시도하는 것 같고 길을 찾으려 애쓰는 모습 같다.


내 머릿속 같은 잭슨 폴록의 그림


그래, 처음으로 돌아가자,

80세에 글 좀 쓰는 작가가 되기 위해 70세에 다시 시작하는 작가가 되자. 10년 후엔 지금보다 분명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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