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이해를 사는 일

by 노을여운

흔히들 '커스텀'이라고 하죠.

어떤 사람은 스타벅스에 가서 자신있게 주문합니다.

"초코 프라푸치노에 휘핑크림 3번, 드리즐 4번, 시럽 2번 뿌려주세요!"

반면 저는 스타벅스에 가서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시켜먹는 사람입니다.

저도 맛있게 먹고는 싶은데 귀찮기도 하고, 숫기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게 꼭 필요한 것일 경우엔 저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하겠죠.

오른쪽 눈이 불편한 저의 경우엔, 주로 관리받을 때가 그렇습니다

속눈썹 펌을 하러 갈 때 관리사는 눈을 감으라고 말하지만 저는 눈을 감을 수 없기에 양해를 구합니다

혹은 눈이 충혈되어 눈물이 흐를 수 있으니 계속 닦아달라고 말합니다

역시 피부 마사지를 받을 때에도 시술사가 팩을 해야 하니 눈을 감으라고 말하지만 저는 눈을 감을 수 없기에 다시 한번 양해를 구합니다

팩도 조심히, 천천히 붙여달라고 하죠


처음엔 아무렴 상관없었습니다

제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니까요

이 정도의 말은 소비자로서 당당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몇 번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시간이 계속 흐르다보니

눈이 아니라 제 마음이 불편해지더군요

계속 위축되었거든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서비스를 사는 것이지 누군가의 이해를 사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이 불편함과 주눅듦은 제가 이해를 구하는 것의 대가였던 것입니다

신체적 불편함을 지니고 있다는 건 '을'이 되는 일입니다


기껏 눈 한 쪽 불편한 저도 이런데

팔 한 쪽, 다리 한 쪽, 혹은 팔 두 쪽, 다리 두 쪽 모두 불편한 사람은 세상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요?

이들이 세상에 잘 보이지 않는 것도 이런 연유 때문 아닐까란 생각이 조심스레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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