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폭력을 당한다는 것

by 노을여운

출근길 복새통 같은 지하철 안에선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러다보면 시선이 겹칠 때도 있죠

우연히 시선이 겹친 사람들은 흠칫 놀라며 서둘러 시선을 거둡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시선은 날 것 그대로의 관심을 표현하는 아주 거친 방법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받습니다

제가 원하지 않아도요

제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면, 그 사람들은 놀라며 겸연쩍어합니다

아마 제가 눈을 내리깔면 왼쪽 눈은 아래로 향하는데, 오른쪽 눈만 희번덕하게 띄고 있기 때문일겁니다

이해는 갑니다

저 역시 저와 같이 평범하지 않은 사람을 보면 신기해서 쳐다볼거 같거든요

그런데 그 이상의 해석과 판단이 얹혀지기 전에 서둘러 시선을 거둘 겁니다

시선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조차도 폭력이기 때문입니다


왜 '눈으로 욕한다'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말로 하거나, 글로 쓰는 등 무언가를 표출하지 않는다고 해서 감정이 발산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분위기를 잡으면서 위압감을 조성하기도 하고요,

어떤 사람들은 무대응, 무답변으로 입장을 표명합니다


원치 않은 시선을 받을 땐 마치 발가벗겨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지하철을 타야 합니다

전 구경거리가 아니에요

시선을 회수해주세요

이전 03화누군가의 이해를 사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