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여행이란..

나는 상해에서 오류 코드가 되어버렸다

by 노을여운

이번 기나긴 추석 연휴 동안 상해 여행을 갔다왔다.

상해는 생각보다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비행시간이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여태 상해를 가볼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끌림이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약간의 거부감까지 있었다.

이번 여행은 순전히 '무비자'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었다.


그런데 웬걸.

상해 여행의 가장 큰 장벽은 '언어'였다.

중국인은 간단한 영어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where is toilet?"

"Where can I order?"

"Plese this location"

등등

초등학생도 알만한 기초 영어인데도 중국인과 대화가 전혀 되지 않았다.

손짓, 몸짓, 발짓까지 동원해야 겨우 소통이 되었다.

아니 이건 뭐랄까.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 송신이었다.

내가 답답해죽겠으니 말이다.

처음엔 나의 한국어를 듣고 고개를 휙 돌리던 중국인도

내가 절박하게 온몸을 사용하여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는 걸 보고는

메시지를 수신하는 척이라도 해주었다.


나중에 되어선 진이 빠졌다.

완전히 발가벗겨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최소한의 의사소통도 거부한 채 기본적인 욕구 충족에만 몰두하게 되었다.

인간이 되기 위해 필요한 의례, 예의, 도덕 같은 것들은 필요 없었다.

그렇게 서서히 동물이 되어갔다.


누군가는 그런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가장 잔인한 형벌은 고립이라고.

그 고립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무기는 아마 언어의 제거라고 생각한다.

언어란 누군가를 해석하기 위한 일종의 코드다.

언어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 알리고,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고, 교감이 발생한다.

만약 언어가 없으면 나는 오류 코드로 분류돼 분명 버려지고 말 것이다.

5일 동안 나는 잠시 오류 코드로 전락해버렸다.

엄청난 야경을 자랑하는 문명의 국가에서 비문명을 경험한 기분이 들어 내내 불쾌했다.


한국에 오니 그렇게 기쁘고 편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