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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 에디터 Feb 04. 2020

우리 모두는 영화의 주인공이다

쥬세페 토르나토레의 <시네마 천국>


▲ 영화 '시네마천국' 스틸컷.     출처 : 네이버영화

내가 어렸을 적 영화는 상당히 다가가기 힘든 예술로 느껴졌다. 알 수 없는 장면의 행렬이 이어지고 과장된 표정과 잔혹한 연출들, 영화를 보는 건 이것들을 이해해야 되는 과정이라고 본 것이다. 이는 줄곧 성인이 되기까지 영화를 어려워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담배를 물고 난해한 복장을 한, 소위 아티스트의 전형적인 겉모습을 한 그들만이 영화를 예술 그 자체로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평범한 내 인생조차도 영화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바로 <시네마 천국>을 보고 말이다.


<시네마 천국>의 주인공은 ‘토토’라는 남자로, 영화는 어른이 된 토토가 자신의 소년 시절을 회상하는 형식이다. 어린 시절 영화가 세상의 전부였던 소년 토토는 학교 수업을 마치면 마을 광장에 있는 낡은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이라는 극장으로 달려가 영사 기사 ‘알프레도’의 어깨너머로 영사기술을 배운다. 이 과정에서 토토와 알프레도는 둘도 없는 절친한 사이가 된다. 그러나 광장에서 관객들에게 야외 상영을 해주던 알프레도가 갑작스러운 화재사고로 인해 실명하게 되고, 토토는 그의 뒤를 이어 시네마 천국의 영상기사로 일하게 된다. 그렇게 청년이 된 토토. 토토의 친구이자 아버지와 같은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알프레도는 토토가 엘레나와 그녀의 부모님의 반대로 인해 사랑에 실패한 후, 좌절하자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더 많은 것을 배우라며 다그친다. 알프레도의 강경한 의견에 토토는 큰 도시로 떠나게 된다. 시간이 흘러 토토는 도시에서 성공한 부자가 되고 알프레도가 세상을 떴다는 소식에 고향으로 내려가 그의 장례식을 치룬다. 이미 폐허가 되어버린 시네마 천국 극장을 혼자 걷던 토토는 알프레도의 마지막 선물을 발견하게 되고, 알프레도의 애정이 듬뿍 담긴 필름을 보며 우는 토토의 모습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 영화 '시네마 천국'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시네마 천국>은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동안 토토의 인생만을 그리고 있다. 거대한 전쟁장면이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멋진 영웅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 속에는 알프레도와 같이 언제나 곁에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추억으로 남기고 떠나버린 인연, 첫사랑의 실패와 아픔, 부모님과의 관계, 개인의 성장 등 우리네 인생 안에 존재해온 수많은 오마주가 담겨져 있다. 나에게 가장 크게 남겨져 있는 이 영화의 잔상은 시네마 천국 극장 앞에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영화를 감상하던 장면이다. 관객들은 광장에서 영화를 보며 서로 사랑을 나누고, 영화를 통해 감동받는다. 따라서 <시네마 천국>은 '영화'와 '토토의 삶'을 중심 소재로 함께 이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인생은 한편의 영화’가 될 수 있음을 전하고자 한 것이다.


우리의 시간은 우정, 낭만, 설렘, 질투 등 다양한 감성적 양상으로 가득 차 있다. 영화의 실험적 시도나 이해하기 힘든 언어를 통해 미장센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한 사람의 인생은 이미 영화적 요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겐 사랑을, 누군가에겐 성장의 지름길을 알려준 1988년의 <시네마 천국>은 노스텔지아의 근원이 되는 예술로서 여전히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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