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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 에디터 Feb 04. 2020

사랑은 코미디가 아닌 전쟁이다

데릭 시엔프랜스의 ‘블루 발렌타인’

많은 이들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열광하고 사랑의 환상에 취해버리곤 한다. 아기자기한 배경과 화려한 음악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의 사랑은 우연적이며 갈등 또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끔히 해소된다. 그러나 필자에게 실제 사랑은 코미디보단 전쟁에 가깝다. 현실 속 사랑은 사랑스러운 음악도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상대방의 마음을 제멋대로 조종하지 못하고 쉽게 화해를 할 수도 없다.


데릭 시엔프랜스의 ‘블루 발렌타인’은 이렇게 현실적인 사랑을 가감없이 그려낸 대표적인 작품으로 남들과는 조금 다른 사랑관을 가진 당신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다.

▲ 영화 '블루 발렌타인'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의대생 신디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솔직하고 다정한 남자 딘에게 푹 빠지게 된다. 자신의 모든 걸 받아주고 안아주는 그에게 사랑을 느낀 신디는 딘과 결혼을 선택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현실적인 문제들로 지쳐만 간다. 이와는 반대로 운명적 사랑을 믿는 딘은 신디와의 사랑은 회복될 수 있는 거라고 굳게 믿으며 관계 회생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하지만 이미 식어버린 신디의 마음은 되돌리기 힘들어지고 둘의 꼬일대로 꼬여버린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어긋나게 된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신디와 딘이 행복하던 연애시절과 우울한 현실인 결혼생활을 돌아가며 보여준다. 사실 신디는 딘과 사귀기 전 만났던 바비의 아이를 임신해버린 상태였다. 딘은 신디의 모든 걸 품어주며 결혼을 하고, 태어난 아기에게도 열성을 다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현재의 생활에 집중하는 신디와는 반대로 딘에겐 낭만’밖에’ 없었다. 그는 변하겠다고 그녀에게 항상 말하지만, 변하지 않았다. 신디의 답답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끝까지 사랑이란 감정에만 집착하고 매달렸다. 딘은 여전히 사랑만 있으면 되는 사람이었고, 신디는 더 이상 사랑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그렇게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함으로써 사랑의 정점과 추락점을 적나라하게 묘사해냈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나 옛날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평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는 불가하다는 것, 그게 바로 지독한 현실의 사랑이란 걸 보여준 것이다.

▲ 영화 '블루 발렌타인' 스틸컷     © 네이버 영화

‘블루 발렌타인’은 내용뿐 아니라 미장센도 함께 감상할 만한 요소다. 신디와 딘의 마음을 보여주듯 영화의 색은 시종일관 탁하고 어둡다. 심지어 둘이 행복할 때조차 하늘이 흐리기만 하다. 아마 그들에게 닥칠 미래에 대한 복선 아니였을까? 또한 '벽'을 배경으로 자주 사용함으로써 둘 사이에 이미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하며 이를 없애기 힘들 것이란 암시도 띄고 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의 연출은 주제를 관통하고 있는데, 사랑이 끝났다고 말하며 이혼을 요구하는 신디를 뒤로 하고 홀로 걸어가는 딘 앞에 아름다운 불꽃축제가 펼쳐진다. 그렇게 사랑은 가장 밝았다가도, 점차 어두워져 결국에 사라지는 불꽃놀이처럼 영원할 수 없는 것이다.


아름답게 핀 벚꽃이 후두둑 떨어지는 비에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화려한 단풍이 겨울이 되면 땅에 툭 하고 떨어져버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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