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가 궁금해 (28) 인디언 여인 ‘사카가위아’ 초상...발행 중단
시카고에서 ‘1달러 동전’ 톺아보기
미국에 살면서 처음 1달러 동전을 봤다. 설을 맞아 동양인도 아닌 서양인이 일하는 직원들 한 명 한 명에게 ‘빨간 봉투’에 담아 선물했다고 하니 더 뜻깊은 사연. 처음 봤으니, 당연 신기했다. 동전 앞면에 아이를 업고 있는 동양인, 뒷면에 독수리… 2000년 발행… 사연도 궁금했고, 왜 흔히 볼 수 없는 건지, ‘재물복을 가져다준다’는 통설은 왜 생긴 건지, 이거 말고 또 뭐뭐가 있는지… 두루두루 알고 싶었다.
그래서 검색.
먼저 동전 앞면의 애 업은 이 아줌마 누구지? 인디언 여인 ‘사카가위아’(Sacagawea. 1788 ~1812.12.20)란다. 19세기 초 서부 대륙 탐사 당시 정부가 꾸린 ‘루이스 클락 원정대’와 현지 원주민 간 통역을 맡았던 인물로, 미국에서는 포카혼타스와 더불어 가장 유명한 인디언 여인으로 알려졌다.
사카가위아는 원정대 안내자 겸 통역을 맡아 인디언들과 원정대 간 우호적인 소통을 이끌어냈고, 원정대원 부상과 굶주림 등을 해결하는 역할도 했다고 한다. 원정대를 처음 만날 당시 16살이었던 그는 임신한 상태였고. 수개월 함께 원정하는 동안 낳은 아이(Jean Baptiste Charbonneau)와 함께 동전의 앞면을 차지했다.
사카가위아란 이름은 인디언 말로 ‘배를 띄우는 여인’을 뜻하며, 그런 그녀의 역할을 인정해 미국 정부는 지난 2000년 처음 그녀 얼굴을 새긴 1달러 동전을 만들어 보급했다. 이 동전은 뒷면의 문양을 바꿔가면서 미국 대통령을 새긴 1달러 주화가 새롭게 등장한 2007년까지 발행됐다.
곁얘기. 사카가위아의 역할은 정작 인디언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삶과 영토를 ‘정복당하도록 하는’ 데 일조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자기 때문에 고향에서 쫓겨나 고통받는 인디언들의 현실에 슬퍼하고 괴로워했다고 한다.
애 업은 사카가위아 모습과 함께 동전 앞면에는 ‘In God We Trust’(우리가 믿는 신 아래’)란 표어와 ‘LIBERTY’(자유)가 새겨져 있다. 참고로 ‘In God We Trust’는 미국의 공식 표어로 1864년 미국 동전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84차 미 연방의회가 이를 국가표어로 선포하는 법을 통과시켰고 1956년 7월 30일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해 미국의 공식 표어가 됐다.
‘사카가위아 달러’ 뒷면에는 미국을 상징하는 독수리(흰머리수리) 문양 왼쪽에 ‘에 플루리부스 우눔’(E Pluribus Unum)이란 글귀가 적혀있다. 당연, 뭔 말인지 몰랐다. 라틴어로 '여럿이 모여 하나'(Out of Many, One)라는 뜻으로 미국의 건국이념이란다.
미국 독립운동에 참여한 스위스 출신의 예술가 피에르 드 시미티에르(Pierre Du Simitiere, 1737~1784)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격언 "하나는 모든 것으로 이뤄져 있고 모든 것은 하나로부터 나온다."로부터 영감을 얻어 고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방국가인 미국은 평등한 13개 주(州)가 모여 하나의 국가를 이뤘다는 건국 정신을 기리기 위해 1776년 건국 때부터 이 문구를 국가 인장(印章)에 넣어 왔다. 현재는 다양한 민족 · 인종 · 종교가 모여 미국이 성립되었다는 의미로 쓰이며, 미국의 1센트에서 50센트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동전의 뒷면에 이 문구가 새겨져 있다. 2014년 11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추수감사절 주례 연설에서 '에 플루리부스 우눔'을 언급하면서 주목받은 바 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미국인이라면 우리는 그 사람의 출신이나 피부색, 종교와 상관없이 그들의 헌신에 감사한다”며, “이는 미국의 신조인 에 플루리부스 우눔, 즉 ‘여럿이 모여 하나’라는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 주변 테두리에 별 문양 16개와 ‘UNITED STATES AMERICA’, 그리고 ‘ONE DOLLAR’가 각인됐다. 왜 별 개수가 16개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여기서 하나 더.
미국의 1달러 동전은 1794년 실버 달러로 처음 만들어진 이래 금과 은, 비금속으로 주조되고 있다. 금색 금속으로 만들면 골드 달러’, 은색 금속으로 만들면 ‘실버 달러’로 부르는데, ‘사카가위아 달러’는 ‘대통령 달러’와 함께 금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지만, 동전이 금색 빛을 띠기 때문에 ‘골드 달러’로 “부른다.
더 알아봤다. 그럼 도대체 ‘사카가위아 달러’는 뭐뭐로 만들어진 걸까. 구리 성분이 제일 많다. 88.5%를 차지한다. 다음 아연이 6%, 망간이 3.5%, 니켈이 2% 함유됐다. 지름:26.5mm, 무게:8.1g이다.
내친김에 하나만 더. 현재 ‘사카가위아 달러’ 2000년 발행 주화는 아마존에서 4.9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여기까지 선물 받은 1달러 동전에 대한 모든 것. ‘1달러 동전’ 자체에 대한 얘깃거리도 당연, 풍부하다. 조금만 더 알아보면…
미국에서는 1달러 지폐가 있어 1달러 동전이 애초 발행 목적과 다르게 잘 통용되지 않는다. 미국에서 1971년부터 1달러 지폐를 동전으로 대체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를 해왔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당초 1달러 지폐가 금방 헐어 대신 오래 쓸 수 있는 동전으로 대체할 목적으로 발행했지만, 처음 동전이 크고 무거운 데다 보관하기도 여의치 않아 개인이나 기업 모두 동전을 선호하지 않았다. 특히 동전을 새로 내놓으면 지폐를 없애는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은 1달러 지폐와 동전을 함께 유통해 동전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결국 미국 정부는 ‘창고에 쌓이기만 하는’ 동전 처리에 어려움을 겪다 지난 2011년부터 수집용을 제외한 1달러 동전 발행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1달러 동전을 보기가 쉽지 않은 이유이다.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1달러짜리 주화가 만들어졌다. 미국 제34대 대통령인 아이젠하워를 모델로 1971년 만들어진 게 첫 모델이다. 너무 크고 무거워 제대로 유통되지 못했다는 평가.
두 번째 동전은 여성의 투표권 획득에 앞장선 여성 운동가 ‘수잔 앤서니’(Susan B. Anthony)를 채택해 1979년, 1981년, 1999년 세 차례 발행됐으며, ‘사카가위아 달러’가 바로 세 번째 동전이다. 이후 2007년부터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을 모델로 3개월마다 한차례 ‘대통령 주화’를 내놓고 있다.
글끝. 1달러 동전이 2달러 지폐와 함께 행운 또는 재물복을 가져준다고 해서 집안에 잘 보관하면 그렇게 된다는 말이 있단다. 찾아봐도 그런 말은 없다. 못 찾는 건지. 그래도 어쨌든 신기하니, 보관함 잘 둬 안방 어딘가에. 유칼립투스 향도 가득, 별안간 부자가 된 기분. 날도 좋네. 게다가 오늘 밸런타인데이. ^^(11:37.0214)
<참고자료>
미국의 달러를 소개합니다 - 1달러 동전(블로그)
https://m.blog.naver.com/robertpark70/221571459402
미국 통용 1달러 동전들(블로그)
미 역대 대통령 초상 담긴 1달러 동전 발행(블로그)
[스크랩] 1달러 동전
https://m.blog.daum.net/a20041253/5966767
미국-1달러 동전(위조화폐방지연구소)
http://www.numerousmoney.com/tboard/board.php?board=ww12&command=body&no=17
[US REPORT] 애물단지 된 1달러 동전…가볍고 소지 편한 1달러 지폐에 밀려
https://m.mk.co.kr/news/international/view/2015/05/423356/
US Coin Guide
https://coins.thefuntimesguide.com/category/hobbies-crafts/coin-values-worth/
US Coin Guide-Sacagawea Dollar
https://coins.thefuntimesguide.com/sacagawea_dollars/
위키피디아
https://en.m.wikipedia.org/wiki/Dollar_coin_(United_States)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B%AF%B8%EA%B5%AD_1%EB%8B%AC%EB%9F%AC_%EC%A3%BC%ED%9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