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시카고 우체국(USPS) 빙자 스캠 사기 메일 주의

시카고가 궁금해 (41) ‘우편물 재배달’ 메일…우체국 직원 “스캠”

우체국(USPS) 빙자 스캠 ‘이렇게 당했다’

‘우편물 재배달’ 사기메일…우체국 직원 “스캠” 확인 아찔


한국에서 고마운 분이 ‘선물’을 보내주기로 했다. 기다리고 있던 터, 이런 문자 메시지가 왔다.

‘오늘 아침 너 없어 배달 못 했다. 아래를 방문해 확인해라. 사이트 주소’


이렇게 문자가 왔다. 스캠의 시작.


그래? 하고 들어갔다. 출근 직후라 집에 아무도 없는 게 맞고, 기다리고 있는 게 있기도 해서 의심은 추호도 없었다.


사이트 클릭해 들어갔다. 트래킹 넘버가 나오고 ‘이렇게 저렇게 배달 원하는 날짜 지정해라’ 이러고 제시된 3단계.


•1단계 주소 등 개인 정보 입력.
•2단계 배달 일자 지정
•3단계 재배달 일자 확인


안 속을 사람 있나. 누가봐도 USPS.


아무 생각 없이 1단계 시작. 하란 대로 이름하고 주소 입력 후 확인. 2단계로.


사람 있는 시간이 토요일이니 가까운 토요일로 날짜 지정. 웅? 근데 3.99불인가 ‘배달료’를 내라는 안내. 우이씨 뭔 돈을 달라고 하나. 이러면서도 사기라곤 생각 못 했다. ‘토요일’이라 돈 내라나보다하고 다시 빽, 평일로 정했다. 웅? 또 돈을?


언제 찾으러 가나, 그냥 결제해버릴까 생각했다. 근데 토요일 집에서 얼마 안 떨어진 우체국, 바람도 쐴 겸 이사 와 한 번도 안 가봤는데 나들이 겸 다녀오지, 거기서 멈췄다. 결단코! 4불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음.

그리고 토요일 오전 볼일을 마치고 먼덜라인 우체국엘 갔다.


덕분에 첨 와본 먼덜라인 우체국.


미국 와 우체국은 두 번째인가 세 번째. 별로 올 일이 없다. 순서를 기다려 창구 직원에게 갔다.


“배달 안 한 물건 찾으러 왔다. 문자도 받았다. 확인해 달라”


뜨악한 직원 표정. 문자를 보여줬더니 “우린(USPS) 문자나 이메일 안 보낸다.” 웅? 뭔가 싸~한 느낌의 전조. 첨부된 사이트 클릭해 화면을 보여줬더니


“이건 스캠(scam)이다. ‘PO Box clerk’ 이런 것만 봐도 이건 가짜”


그가 너무 쉽게 스캠이라고 말해버리니 가짜일 리 없단 내 확신이 반발. “다시 봐달라. 이게 어케 스캠이냐.” 그의 확언. “스캠 맞다.”


돌아서 나오면서 사이트를 확인해봐도 ‘그럴 리 없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저 친구 정직원도 아닐 거야, 그런 생각까지 했다. 보고 또 봐도 사이트 어디 ‘스캠다운’ 구린 데 하나도 없었다. 로고도, 링크도, 디자인도 다 정확하고 ‘진짜’ 같았다. 나름 이런 사기 유형을 잘 안다고 생각해온 나였다. 귀신을 속여도 난 못 속인다 자부하고 살아온 나였다.


‘집에 가서 온라인 배달 신청해야겠다’ 발끈하고 우체국을 나왔다. ‘맞다, 안 맞다.’ 설왕설래. 제삼자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미국에서 40년 가까이 산 형님에게 SOS. 받은 메시지를 보내 스캠 여부를 문의했다. ‘미씨USA’에서도 유사 사례 있는지 확인해보자 했다.


당했다.


일단 아는 형님. ‘사기인 듯. 주소가 usps.com이 아니네. 아뿔싸. 가장 기초적인 거, 사이트 주소를 놓쳤다. 보내온 문자 첨부 사이트 주소는 register-usps.com. ‘등록’하라니 그러나보다 간과한 내 실수.

미씨USA 확인 결과도 내 뼈를 때렸다. 나 받은 문자와 유사한 ‘스캠 문자’ 인증. 거기에 달린 댓글은 더 구체적이다. 내가 행한 패턴을 그대로 반복한 사람들의 증언들.


이미 많은 사람이 유사 피해를 경험했다. 구글 검색 결과도 잔뜩.


스캠 맞다. 정말 완벽한 사기. 4불이 안 아까웠고, 우체국 가는 거 나들이라 생각 안 했으면 덜컥 나도 당했을 터. 4불 결제 창에서 잠깐 망설였겠지만, 사기라곤 꿈에도 생각 안 하고 개인정보도 입력한 만큼 결제도 당연 진행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 침 꿀꺽.


몇 해 전 보이스피싱에 당한 후배한테 ‘넌 교수라면서 그런 꾐에 당하냐’ 했던 나도 생각났다. 보고 또 봐도 사이트 완벽하다. 흠잡을 데 없다.


온라인 결제 당분간 안 하는 걸로. 1불이라도 내가 찾아서 필요해서 하는 거 아니면 꿈도 안 꾸는 거로.

아찔한 하루.


<14:520226.흙.2022.完>


<업데이트: 19:29.0227.2022> 리뷰 작성 후 ‘진짜’ 우체국 안내장이 왔다. ‘배달 왔는데 사람 없어서 그냥 간다. 재배달 방법은 이러저러하다. 불라불라’ 노란 종이가 우편함에 고이 들어있더라.(이메일이나 문자로 재배달 안한다는 우체국 직원 말은 맞다.) 거기에 적혀 있는 주요 내용.


‘진짜’ 재배달 안내문은 이렇게 종이로 온다.


‘진짜’ 재배달 안내문은 이렇게 종이로 온다. 우편함에 들어있다. 근데, 사람 없어도 그냥 문 앞에 두고 가면 안되나. ‘사인이 필요하다’는 조항이 있단다. 분실하면 우체국 입장에서도 골치 아플테니. 이해는 하지만.


여기 QR코드가 있다. 스캔하면, 정말 깜짝 놀랐다. 스캠 사이트 화면하고 99% 동일하다. 트래킹 번호 있는 것과 첫 문장 PO Box clerk… 이거 있는 게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단의 사이트 주소. 진짜 같은 가짜. 무서운 놈들. 아래 비교 사진 보면 깜놀 할 듯.


왼쪽 게 진짜. 오른쪽 게 스캠.


 한 가지 궁금했다. 진짜 재배달 요청 시에도 돈(배달료)을 청구할까. 해봤더니 ‘네 주소론 재배달 안돼. 우체국으로 가서 받아’ 이런 빨간 글 안내. 아~왜.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직접 방문하란다. 이런. 근데 돈 달라는 얘기는 없는 듯. 뭐, 그건 확인 불가.


속지 말자. 돈 내라거나 카드 번호 입력하라는 요구 나오면 무조건 강퇴하자.


*원글보기

작가의 이전글 시카고에서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3차접종) 맞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