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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윤주 Jun 02. 2024

눈깜짝할 새 6월, 올해 시즌은 다 끝난걸까

2월에 올리려했는데 6월이 되어버린 글 

꽃을 파는 사람은 상반기가 가장 바쁘다. 

특히 우리 가게는 대학가에 위치해 있어 2월 졸업시즌이 매우 바쁘다. 

2월이 끝나면 졸업장사 소회를 남겨봐야지 했는데, 벌써 6월이 되어버렸다. 

5월 가정의달 장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3~4월도 정신이 없었고 

5월은 뭐 말도 못할 정도로 바빴다. 바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2월 졸업시즌이 바쁜 이유는 여러가지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특정일 하루, 그것도 아침나절 몇시간 동안 손님이 몰리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즌에는 졸업식이 없고, 졸업사진 촬영도 날짜를 나눠해서 오히려 그 때가 일하기 수월했다. 

생화는 미리 만들어 둘 수 없기에, 손님이 한 번에 몰린다면 놓치는 사례도 종종 생긴다. 

특히 졸업식은 정해진 시간 안에 꽃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손님에게 긴 시간 웨이팅을 요구하기도 어렵다. 


졸업식 전날에는 예약건을 맞추느라 로드 구매 손님들이 바로 사갈 수 있는 꽃다발을 만들 시간이 없다. 

식당도 예약이 필수가 된 시대인만큼 요즘에는 꽃다발도 예약하고 바로 픽업하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이 때 가장 나를 괴롭히는 건 손님마다 요청하는 디자인이 다르다는 것.

수도권 대부분 대학교가 비슷한 주간에 학위수여식을 열고, 그 때문에 시장은 난리법석이다. 


꽃 가격이 200% 상승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돈을 준대도 필요한 꽃을 못구할 때가 많다. 

그래서 디자인이나 꽃 종류를 콕 집어 예약하는 것 보다, 색감 위주로 예약을 해달라고 손님들에게 부탁한다.

겪어보지 않은 이는 모른다. 손님도 마찬가지다. 왜 내가 돈주고 물건을 산다는 데 꽃 지정을 하지 말라는건지 이해하지 못하는 손님도 많다. 하나 하나 설명하는 게 맞지만 하루에 수십건 예약을 받다보면 설명하기 힘들 때가 생긴다.


꽃이라는 게 굉장히 미학적인 영역이라, 내 눈에 예쁘다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잘 알고 있다. 

째뜬 올해는 그래도 많은 손님들이 예쁘다고 좋아해 주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5월 어버이날, 스승의날 시즌은 1년 내내 준비한다고 보는 게 맞다. 

6월부터 내년 5월에는 어떤 패키지를 준비해야 가성비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다. 

여기서 패키지는 꽃이 담기는 바구니, 박스, 포장지 등을 말한다. 


패키지도 절대 저렴하지 않다. 예쁜 걸 고르면 하나에 도매원가 1만원에 육박할 때도 많다.

그러면 패키지 가격을 원가에 처리해도 꽃상품 가격에 1만원을 붙이고 시작한다는 건데, 

저렴한 상품을 많이 찾는 우리 동네에서 이 가격은 파는 사람에게도, 사는 사람에게도 부담이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저렴하고 트렌디한 거기다 품질까지 괜찮은 패키지를 구해야 한다.


6월에는 재료상이 시즌오프를 시작한다. 한 시즌 장사이기 때문에 그들도 창고를 비워야 해서 

더 이상 수요가 없어진 5월 시즌 패키지를 저가에 처분한다. 

한 두번은 이 때 패키지를 구매해 1년간 보관하는 방법으로 상품가를 최대한 낮춰 보았으나 

뭐든 신상이 예쁘다. 크게 도움되지 않는 방법임을 체득했다. 


올해는 가격대를 줄이기 위해 여러 곳에서 작은 소품 소품을 사서 우리만의 패키지를 만들어봤다.

전년만큼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나름 원가율을 낮출 수 있었고 그 덕에 물가 폭등 시대에 

상품가액을 전년과 비슷하게 맞출 수 있었다. 

이렇게 패키지 생각하고, 가을 졸업, 크리스마스, 평소 장사하다보면 2월이된다. 

2월에 미친듯이 졸업장사하고나면 3월이다. 


3월은 무슨 달이냐하면 5월시즌 카네이션 선주문하는 달이다. 

우리가게는 콜롬비아산 최고급 카네이션을 쓴다. 

간혹 국산이나 중국산 잘못걸리면 '저장'카네이션을 받게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2월에 손님이 한 번에 몰려서 놓치는 매출이 있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 

밭은 한정돼 있고 5월에 맞춰 출하할 수 있는 카네이션도 그만큼 한정적이지 않겠나.


그래서 농가에서도 5월 전에 미리 카네이션을 수확해 두고 오랜기간 저온저장 후 시장에 내놓는다. 물론 안그런 농가도 많다. 특히 국산 카네이션 중 가격이 매우 비싸게 유통되는 좋은 품질의 카네이션은 콜롬비아산보다 품질이 훨씬 좋다. (중국산은 반은 버린다고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고)


콜롬비아의 장점은 퐁실한 화형과, NO저장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콜롬비아산 수요가 높아지면서 저장되어 들어오는 카네이션이 점점 많아졌다. 

요즘에는 어디 바다 위에 배 띄워놓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아니 비행기타고 모셔와야 할 애들을 배에 띄워서 빙빙 돌려서 들어온단다. 

일찍 수확해두고 늦게 배송해서 마치 싱싱한 카네이션을 갓 입고시킨 것 처럼 속이려는 의도일까.


전년도에는 참 좋은 카네이션을 받았는데 가격이 매우 비쌌다. 시장가보다 50%가 비쌌다.

(시즌에는 기본적으로 시장가가 오르니까 그 시장가 대비 50%비싸다면 평소의 70~80% 비싼 가격에 산다는 거) 올해는 리스크 헤징을 위해 거래처에서 나눠서 카네이션을 예약해 받아봤다. 

역시 비싼게 좋더라. 내년에는 꼭 카네이션 예약에 완벽 성공하리라,, 다짐하지만 안되겠지.


예약을 안하고 시장 나가서 사면 되지 않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는데, 

그러면 원하는 컬러가 없다. 인기 많은 색은 이미 품절이 되거나 말도 안되는 가격에 판매하기 때문에

예약을 하지 않고는 도저히 장사를 할 수 없다. 


6월이 되면서 나는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다. 5월 중순부터 회사에 복귀해 열심히 기사를 쓰고 있고 

점심, 저녁 거의 매일 하루 두 번의 식사미팅을 하면서 체력을 모두 소진했다. 올해 시즌은 끝난거겠지? 

장사가 잘되면 좋다가도 몸이 힘드니까 이제 다 끝난거였음 좋겠다는 양가적인 감정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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