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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재선 Feb 10. 2020

오늘같이 이런 창밖이 좋습니다

신승훈- 가사의 틈을 상상한다


그대가 떠나고 두 번의 동백꽃이 피었습니다.

곧 하염없이 사라지겠지요

이 세상에 가득했으면 하는 게 있다면

땅 위에 꽃일 텐데...

하늘의 별일 텐데....

이상하게도 가득해지는 건

보이지 않는 그대뿐입니다.


이렇게 누군가의 기척을 기다리며

머리를 단장하고, 산책을 하고,

창밖을 보는 시간이 싫지만은 않습니다.


그리운 이 없다면 노을을 보며

고작 저녁식사나 생각했겠지요

기다리는 이 없다면 비가 내릴 때

고작 꽃신이나 들여놓겠지요


비를 맞으며 뛰어오고 계신가요

달려가서 젖은 얼굴 닦아드리겠습니다

아니겠지요... 오늘도 안 오시겠지요

 손수건은 제가 써야 하겠지요.

   

오늘같이 이런 창밖이 좋습니다

비가 내리니까요

창밖을 보며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립습니다... 라고 쓰려다가

기다립니다... 라고 쓰려다가

비가 내린다고 적습니다  


비가 내립니다.




신승훈 1집 '오늘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

가사의 틈을 상상해 봅니다.


제가 노래 가사를 쓰는데 가장 크게 영향을 준 노래를

한 곡 뽑으라면 바로 이 노래일 겁니다.

비 오는 날 라디오에서 이 곡을 듣고

그때부터 신승훈 테이프만 온종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중학생이 커서 이제 신승훈씨의 노래 가사를

쓰고 있으니

간절한 생각은, 생각하는 그것에 닿게 한다는 진리가

양자역학의 이론만은 아님을 인생으로 깨우칩니다. ^^


한참 글쓰기를 포기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어르고, 달래고, 조심스레 곡을 들려주고

아낌없이 칭찬해주며 다시 가사를 쓸 힘을 준,

아티스트로서든, 인간적으로든 한 번도 실망한 적 없는

신승훈씨의 30주년 앨범이 곧 나옵니다. ^^

살짝 엿보기엔 역대급입니다.

오랜 팬으로서 기다리며...




오늘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                        신승훈 작사



오늘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

비가 오니까

찻집 유리창에 팔을 기대고

기다리네 그대를


우산도 없이 뛰어올 거야 그대

젖은 얼굴 닦아줘야지

아니야 그대는 안 올지도 몰라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찻잔엔 눈물이 떨어지는데

그대는 오지를 않네

이 비가 그치면 그대 와줄까

비야 내려오지 마


오늘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

슬프기는 하지만

창밖을 보며 편지를 써야지

비가 내린다고

비가 내린다고


 


그림 출처 : Art By He Jia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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