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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의 생각노트 Oct 09. 2021

변화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한국, 홍콩, 캐나다를 거쳐 일본까지 살게 되며 느낀 ‘변화’의 의미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유년시절 홍콩에서 거주했었고, 몇 년 뒤 다시 한국에서 중학교 때까지 학창 시절을 보내며 발레를 전공인 마냥 열심히 했다. 돌아보면 발레를 하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과 즐거움은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느꼈는데 이 즐거움과 나는 급작스러운 이민때문에 이별하게 되었다. 사랑하던 발레와 새로운 환경의 적응 가운데 나는 없을 줄 알았던 사춘기를 맞이해 가족들과 혼돈의 시기를 겪었고, 얼떨결에 대학은 범죄학 전공으로 입학을 했다. 진학한 지 1년 뒤 나는 발레 무대를 잊지 못해 영문학과 연극학, 복수전공으로 전과했고 덕분에 4년 내내 유일한 한국인으로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 이 시절 나의 모습을 본 경제학도 친구는 왜 저렇게 불지옥 위에서 줄타기하듯 돈 안 되는 공부를 하면서 고통스러워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회사는 1년 뒤 뛰쳐나와 홀로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은 매일이 변화였고, 여행길에서 만난 친구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지만 이들 가운데 아직도 연락을 하고 지내는 친구들이 있다. 여행을 통해 시야의 확장과 깨달음을 얻은 나는 오랫동안 마음속으로 거부했던 한국을 피하기보다 맞서 싸우기를 선택했다. 짧은 방문으로 계획했던 한국 여행은 생각보다 길어졌고, 어느새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4번의 이직과 3번의 이사를 했고 7번째 해가 되는 내년에 나는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의 삶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삶의 모든 변화를 써내려 갈 수 없지만 가까운 지인들은 나에게 잦은 변화를 겪은 것에 비해 유난히 변화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쉽게 납득할 수 없었지만, 돌아보니 어쩔 수 없이 변화를 맞이한 것 일뿐 내가 변화를 반기는 편은 아닌 것 같았다.  




왜 나는 변화가 어려울까?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 삶에 큰 변화들을 먼저 둘러보았다. 큰 변화들 중 가장 최근에 겪은 변화는 '결혼'이다. 평소 나는 이성관계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남자가 싫어서가 아니라 우리 시대가 원하는 여성상은 이전 세대의 여성과는 너무 달랐기도 했지만 나에게는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모든 것을 공유한다는 게 이해불가의 영역이었다. 그보다 커리어가 시간, 돈, 그리고 감정적인 부분에서 연애보다는 비교적 덜 낭비 혹은 더 효율적이게 느껴졌고 (연애 고자 형 INTJ) 나의 이런 무지막지한 고집을 꺾을 수 있는 매력적인 대상을 만나지도 못했다. 또 나는 요새 한국 남자들이 (혹은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지향하는 여성상에 스스로 부합하지 않다는 점을 너무 잘 알았기 때문에 누군가를 위해 나를 변화해야 하는 연애는 나에게 그야말로 시간낭비 그 자체였다.


과거 몇 사례를 써보자면 부모님 소개로 만난 A는 나에게 '돈은 내가 벌어 올 테니 여자는 밖에서 일하지 말고 집에서 가사를 담당해야 한다'라고 했는데 (물론 지금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제안을 한다면 나는 마다하지 않고 가사에 집중할 수 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상상 속의 나는 이미 이마에 빨간 띠를 두르고 마음 다해 A를 향해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또 B는 나에게 본인이 지지하는 특정 정당이 있다며 여러 테스트(?)를 통해 나를 검증하더니, 우리가 함께 결혼을 하게 되면 '함께 맞서 싸우러 나가자'라고 말하는 바람에 A를 만났을 때 둘렀던 빨간 띠를 황급히 풀러 어떻게 도망갈지 생각했다. 이런 극단적인 만남들을 통해 '이런 인간들을 위해 내가 변화를 해야 한다니'라며 스스로 '연애는 불필요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연애로 소모될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방지하기 위해 나는 연애와 관련된 모든 것을 중단했고, 성공했다.  


결단의 결과는 목적을 성공적이게 달성했다. 그런데 에너지 소모는 없는데 그만큼 얻는 것도 없었다. 물론 연애가 모든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가 무색무취의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 기간 동안 나는 이전의 생각과 방식에 대해 조금 더 굳어져갔고 시야는 좁아져갔지만 삶의 효율성을 따지다 보면 이런 삶의 방식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지나가던 시간 씨도 내 모습이 답답했나 보다. 그래서 회색이 되어버린 나에게 결은 비슷한데 나보다 호기심도 많고 긍정적인 친구를 데려다주었다. 현재 내가 대서양 씨라고 부르는 이 친구는 내가 쌓아 올린 벽 조차도 호기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만져보고, 노크도 해보기도 하다가, 대답이 너무 없으면 발로 툭툭 건드려보기도 했다. 이런 반응에 나도 점점 대서양 씨가 궁금해졌지만 '연애는 불필요한 에너지. 이건 에너지 소모'라며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답답했던 대서양 씨는 빗물에 바위가 파이듯 주기적으로 똑같은 날과 시간에 연락을 해줬고 나는 그 노력이 고마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왜냐면 나는 대서양 씨의 호기심과 용기가 아니었으면 영영 이 자리에 서있었을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결혼'이라는 엄청난 인생의 변화를 어렵지 않게 맞아드리게 되었다.


이 과정을 써 내려가면서 나는 왜 변화가 어려운지 깨달았다. 나는 옛것이 익숙했기 때문에 새로움을 즐거움보다는 두려움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객관적으로 좋은 것과 안 좋은 것의 명암의 구분이 명확하더라도 나는 이미 '옛것은 안전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의 가장 큰 벽이 되어 나의 발전에도 가장 큰 장애물이 되기도 했다. 이런 변화의 과정 가운데 느끼는 생각들을 하나씩 써내려 가다 보면 자연스레 변화가 두려움보다는 편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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