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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유주 Oct 26. 2021

텅 빈 공연장을 바라보며

조선일보  연재_칼럼니스트 손유주

새벽 명상을 시작했다. 30분간 요가 선생님과 온라인으로 만나는 비대면 명상이다. 전에도 혼자 명상을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사흘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비록 비대면이지만,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생각이 인내심을 발휘하게 했다. 명상은 매번 밀려오는 졸음으로 마무리되었지만, 나는 다음 날 새벽이면 다시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명상에 들어가기 전 선생님은 “잡념에 사로잡힌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하셨다. 나는 눈을 감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수많은 상념이 지나간 후, ‘감은 눈 사이’로 텅 빈 공연장이 들어왔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공연계는 팬데믹이 장기화될 것이라곤 생각조차 못했다. 어색하기만 했던 공연장 방문 수칙도 지금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체온 측정, QR 체크, 객석 거리 두기···.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일들이다. 극장에서 대면 공연이 어려워지자 무대를 온라인으로 옮겼다. 관객들과 채팅 창으로 실시간 소통했고, 객석 점유율은 시청률로 대신했다.

처음에는 이런 변화에 ‘과연 익숙해질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졌다. 지금은 그 의문이 무색할 정도다. 오프라인 공연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무대에서는 마스크 너머 관객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대면’의 시대가 점점 막을 내리는 기분이다.

                   


‘비대면 시대’를 맞이한 공연장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 한 곳이 허전한 이유는 ‘관객’과 함께 자유롭게 호흡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공연장 로비에서 만나는 상기된 관객들의 미소, 약간은 소란스러운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무대가 떠나갈 듯 손뼉 치는 객석. 이들이야말로 최고의 무대에 느낌표를 쾅! 찍는 주인공들이 아니었던가.

명상을 하며 나는 이런 생각들에 사로잡혀 있었다.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이 감염병을 ‘결코’ 환영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로 인해 놓치고 있던 가장 소중한 가치를 새삼 깨닫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예술은 어쩌면 지금보다 더 따뜻해질 것이다. 우리는 이미 깨우쳤기 때문이다. 무대와 관객이 서로를 더 열렬히 사랑할 때 최고의 작품이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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