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영어 지문 안에서
인문학을 발견하다!

by 황 영


20년 동안 영어문제를 풀고 읽으며 수업 준비를 할 때마다 한결같이 느껴지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출제자들을 향한 무한한 존경심이다.


고등학교 대상의 거의 모든 영어의 지문들은 출제자 개인의 영작문이 아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글 중에서 교육적, 과학적, 도덕적, 상식적인 글들을 발췌하여 출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출제자들의 독서량을 생각해 보자. 책, 논문, 기사를 포함한 광대한 분량의 글들을 읽어야 한다. 단순히 독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중에서 각 문제 유형의 기준에 부합하는 문제들로 분류해야 하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지문 중에서 서로 중복되는 소재는 없는지, 각 분야별로 적절하게 균형이 맞는지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최근 역사교육으로 유명세를 떨치며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한 강사가 근거 없는 역사적 사실을 방송에서 언급했다는 이유로 대국민 사과를 하며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는 사건이 있었다. 물론 그 이유 하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 강사를 비난하고 질책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교육자로서의 모습에 실망감을 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검증되지 않은 사실, 왜곡된 사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들이 만약 대한민국 수학능력 평가 문제로 출제되었다고 상상해 보자. 앞서 언급한 이슈보다 훨씬 더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온갖 매스컴에서 이를 앞다투어 보도할 것이고, 국민들의 비난과 질책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 사과하며 국민들께 고개를 숙일 것이다. 일부는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대통령을 비난하고 교육부 장관은 더 이상 자리를 보전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보다도 이 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수능 출제자들이다. 출제자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중압감과 책임감을 짊어지며 일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분들께 진심으로 존경의 뜻을 표한다.





둘째, 출제자들은 이미 검증받은 타당한 내용만을 선별하여 그중에서 교육적, 과학적, 논리적인 글만을 추려내어 문제로 출제한다.


지난 10년 동안 가장 많이 출제된 지문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으며 꼭 읽어야 할 교양도서들도 주를 이뤘다. <코스모스>, <사피엔스>, <이기적 유전자>, <총, 균, 쇠>,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은 책들의 내용은 셀 수도 없이 많이 출제되었고, 그 책의 내용과 관련된 각종 논문들을 포함하면 세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많다. <국가>, <군주론>, <자유론>, <유토피아>와 같은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수많은 명저들도 다수 출제되었으며, 요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환경문제, 뇌과학, AI, 4차 혁명과 같은 현안에 포함되는 이슈들도 끊이지 않고 출제되고 있다. 다루기에 예민한 종교문제와 영어라는 과목과 성격이 맞지 않는 한국사을 제외한다면 예술을 포함한 거의 모든 인문과학적 내용들이 총망라되어 출제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앞서 언급했듯 출제자들은 이 내용들 중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논란의 여지가 없는 글들을 신중하게 골라 학생들에게 제시한다.


안타깝게도 많은 학생들은 이 글이 던지는 소중한 내용들의 깊은 맛을 음미하지 못하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듯 하며 지나간다. 이 음식이 건강에 많은 도움을 주기에 꼭 먹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아이들이 한번 혀를 대보고 맛없다고 뱉어버릴 때의 안타까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어 지문 모음집은 영어로 쓰인 교양 인문학 서적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며 전 세계적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은 사람들이다. 출판사는 대한민국이 운영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위원회'이며 지난 1994년부터 매년 평균 50만 명 이상에게 철저하게 검증받고 인정받은 곳이다.


읽어볼 만한 가치는 이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