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내는 아빠의 편지 (어쩌면 세상 모든 딸에게) - <1>
사랑하는 딸아, 아빠는 오늘 이 편지를 시작으로 앞으로 내 힘이 닿는 그날까지 너에게 편지를 쓸 것이고, 이곳에 남길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빠가 너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이거뿐이다.
오늘은 아빠 생일이다. 매년 잊지 않고 내 생일케이크를 '서프라이즈' 하게 준비하는 네 모습이, 아빠 눈에는 늘 귀엽게 보인다. 고맙다. 생일날 너에게 평생 편지를 쓸 기특한 다짐을 했다. 아빠는 어쩌면 꽤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백세 인생이라고 하는데, 아빠는 이제 반백년을 살았다. 여담이긴 한데, 아빠는 아직도 세상을 잘 모르겠다. 철도 아직 안 든 것 같다. 앞으로 또 다른 오십 년을 더 살아봐야 알 것 같은데, 철이 들지는 확실치 않다. (사실 철이 든다는 게 뭔지 모르겠다. 꼭 들어야 하는 걸까?)
카뮈의 말처럼 나에게 주어진 불확실한 삶을 원망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내 보려고 한다. 원망하기보다는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반항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기! 카뮈의 많은 저서 중에 <이방인>은 꼭 읽어보길 권장한다.
아빠가 무명작가이긴 하지만 이렇게 좋은 책을 추천할 수 있는 자격은 있다고 자부한다. 앞으로 이어질 편지에는 내가 인용하는 수많은 책, 영화 등이 등장할 것이다. 부디 시간 날 때마다 챙겨보길 바란다.
너도 알다시피, 못난 아빠는 365일 거의 쉬는 날 없이 일만 한다. 그렇다고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아빠 현재 삶이 그렇게 세팅되어 쉽게 바꿀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너랑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늘 미안하다. 일주일에 두 번, 아침에 학교까지 널 데려다주는 그 시간. 비록 우리가 대단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공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아빠는 너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 덜어낼 수 있어서 좋다. 그러니 '밤에 늦게 들어와서 피곤할 테니 아빠는 아침에 나 학교 데려다주지 마.'라는 말은 안 해도 된다.
난 결코 좋은 아빠가 아니다. 그저 열심히 돈을 벌어 나 때문에 생긴 빚도 갚고, 우리 사랑하는 가족 (나, 엄마, 너, 그리고 시루)이 굶지 않게 만드는 역할만 하는 것 같다. 그마저도 결과가 시원찮다. 그래서 난 결코 좋은 아빠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너에게 좋은 아빠이고 싶다. 오늘부터 글을 다시 쓰기로 했다. 책을 낸 이후 3년 동안 아빠는 하루에 있었던 일을 끄적였던 일기 빼고는 글 다운 글을 쓰지 않았다. 오늘부터 다시 글을, 너에게 편지를 남기기로 했다. 그렇다고 꼰대 아빠처럼 잔소리만 늘어놓는 말은 하지 않겠, 아니 최대한 자제하겠다. 대신 아빠의 삶을, 그리고 우리의 삶을 소소하게 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남겨 둘까 한다.
사랑하는 딸아. 아빠는 네가 아이돌이 되기 위해 많은 땀과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빠는 네가 아이돌이 되건 말건 상관없다. 결과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네가 원하는 대로 아이돌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가수가 될 수도 있고, 아님 뭔가 다른 어떠한 존재가 되어있다 할지라도, 네가 나의 딸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 나는 계속 너의 편일 것이고, 영원히 응원할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아빠는 네가 아이돌이 되건 말건 상관 안 한다. 하지만 부디 올바른 가치관을 장착한 사람으로 그 안에서 너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이 편지를 쓰는 가장 큰 목적이다.
일주일 한 번씩 편지를 쓰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그러기 위해 노력하겠다.
P.S. 집에 돌아오니 네가 아침에 체중계 위에 올라갔다 내려오며 오열을 터뜨렸다는 말을 엄마에게 들었다. 체중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빠는 너의 건강을 걱정한다. 그렇다고 먹을 거 먹으면서 관리하라는 말은 말도 안 되는 말이라 말 같지 않아서 말을 못 꺼내겠다. 안쓰럽다. 그러니까 아빠가 생일케이크는 없어도 괜찮다고 했잖아. (회만 있으면 된다고 했잖아) 과일 생크림 케이크가 눈앞에 있는데 먹지 않고 참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그러므로 넌 참된 사람이다. 울지 마라. 파이팅이다.
2025. 8.3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