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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윤정인 Jan 20. 2019

검은 땅과 구름 사이를 거닐다, 에트나 화산

시칠리아 여행


에트나 화산 가는 길. 가이드 파블로의 에트나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호스트 가브리엘라에게 에트나 산에 대해 물어봤다. 그녀는 가이드와 함께 에트나 산에 오를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카타니아에서 에트나 산까진 멀지 않아 버스를 타고 가도 되지만 가이드 동반이 편할듯해 예약을 부탁했다. 이른 아침 숙소 앞에 도착한 가이드 파블로. 이날 투어에는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참여했다.  차를 타고 곧게 뻗은 도로 위를 달리며, 파블로는 쉴 새 없이 에트나 화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에트나는 안심해도 좋지만, 검은 연기는 위험 신호라고 했다. 저 멀리 끊임없이 흰 연기를 뿜어내는 에트나가 보였다. 






에트나 산이 가까워지면  누구나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초록빛으로 가득했던 풍경이 짙은 흑색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거무죽죽한 흙더미가 끊임없이 펼쳐지는 풍경을 보며, 이곳이 화산 지대임을 깨닫는다. 차는 중간에 딱 한 번 멈춘다. '용암에 집이 파묻힌 곳' 현장인데, 말 그대로 화산이 폭발하면서 용암이 집을 그대로 덮친 흔적이 남아있다. 영화로만 봐왔던 일이 실제 여기서는 실제로  벌어졌을 것이다. 에트나 산에서 화산 폭발은 오래전부터  600여 차례나 된다고 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카타니아까지 미쳤다. 화산 때문에 수없이 도시가 파괴되고 복원했다는 이야기들이 이제야 와 닿는다.





에트나 산 공영 주차장.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에트나 산 탐방이 시작된다.




에트나 산 탐방 지도


차가 멈춘 것은 산 위를 한참 오르고 난 후였다. 산 중턱, 해발 약 2,000m 되는 곳에 공영 주차장이 있고, 여기서부터 에트나 산의 본격적인 탐방을 시작할 수 있다. 에트나 산은 해발 3,340m의 유럽 최대 활화산이다. 관광이 허용된 지점은 2,800m까지로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곤돌라를 타고 2,500m까지 오른 후 다시 지프를 타고 올라야 한다. 파블로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 의견을 물었다. 끝까지 갈 순 있지만,  추가 비용 60유로를 더 내야 한단다. 나는 조금 솔깃했는데, 다른 참가자들 모두 단호하게 안 하겠다고 해서 대세에 따르기로 했다. 후에 화산섬 스트롬볼리에 갈 예정이기에 지금 아쉬움은 그곳에서 달랠 것이라 다짐하며.





산 중턱까지 운행하는 곤돌라




에트나 중턱까지 올라가는 길. 처음은 걷기 좋은 평탄한 길로 시작한다




이번 투어에 함께 참여한 사람들



열정이 굉장했던 가이드 파블로. 에트나 산 지질에 대해 여러 가지 설명을 해줬다. 돌조각을 기념품으로 챙겨주기까지.





어디를 봐도 검은흙의 땅이다. 푸른 하늘과 명확히 대비된다.



우리 투어팀은 트래킹을 하기로 했다. 곤돌라로 올라갈 수 있는 지점까지 걸어 올라가기로 한 것. 물론 길이 매끄럽진 않았다. 밑창이 두꺼운 운동화를 신었지만 부드러운 흙에 발이 빠지기도 여러 번. 그럼에도 직접 오르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광활한 에트나 산의 흔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서다. 에트나는 신비로운 곳으로 여겨져 그리스 신화의 배경으로도 자주 등장한다. 대장장이신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이 있는 곳, 100개의 뱀머리를 한 티폰을 제우스가 가둬둔 곳으로 등장했다. 그만큼 오래된 세월, 많은 사람이 에트나에 대한 두려움을 지니고 있었다. 반면 비옥한 화산성  땅이 실은 농사짓기에 적절해 산 인근에 포도 밭이나 과수원도 많다고 한다. 죽음과 생명의 땅. 상반된 두 얼굴을 지닌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평탄한 길을 지나자,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진 것이 느껴졌다. 녹지 않은 눈도 곳곳에 보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까맣게 타버린 잿더미처럼 보이지만, 실제 화산이 흘러내려간 상상을 하니 그저 신비롭게 보인다.




위쪽에서 바라본 에트나 산. 움푹 팬 구덩이가 여럿 보인다.



화산이 분출되었던 봉우리 중 하나.


최종 목적지는 이곳이다.  monte escriva eruzione 2001이라는 이름이 붙은 봉우리다. 2001년도에 화산이 분출되었던 곳으로  움푹 들어간 거대한 구멍을 볼 수 있다. 생각보다 굉장히 넓어서 한 바퀴 도는데도 시간이 좀 걸린다. 게다가 이 정도 높이에 올라서니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구름이 잔뜩 끼기 시작했다. 단단히 채비를 하고 왔음에도 추위가 느껴졌다. 




에트나 산을 탐방하러 온 강아지도 있었다. 게다가 상주하는 듯한 큰 세 마리의 개는 이런 추위가 익숙한 듯 느긋하게 잠들었다.




봉우리 가장자리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누군가 돌로 만들어놓은 흔적.




관광객 모두 사진으로 에트나 산 풍경을 담기에 여념이 없다.




에트나 산 풍경.




산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




일렬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개미 떼처럼 보인다.




에트나 산 풍경



에트나 산 풍경




에트나 산 풍경





에트나 산 풍경



에트나 산 풍경


봉우리 한 바퀴를 돌고 이어지는 길을 따라오니, 어느새 산에서 내려오는 길이다. 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추위와 뿌연 안개구름, 검은색의 땅이 기억난다. 나중에 결국 스트롬볼리를 못 가게 되었으니 에트나 산 끝까지 못 가본 것이 후회로 남지만, 또 한 번 시칠리아를 가기 위한 여운을 남겨두었다 생각한다.





산에서 조금 내려오니 원래 푸른 하늘을 다시 볼 수 있었다.




하늘에 어울리는 핑크색 캠핑카




피라미드 모양의 해시계




기념품점 구경 역시 빠뜨릴 수 없다. 재미있는 물건이 많다.




검은색 동상이 역시 가장 많았는데, 실제 용암으로 만든 물건도 있다.




에트나 엽서, 다양한 맛의 꿀과 술, 시칠리아 전통과자. 특히 과일 모양의 마르차파네는 유명하다.



다음 코스로 가기까지 30분간 쉬는 시간이 있어서 기념품점에 들렀다. 에트나에서 직접 용암을 떠서 만들었다는 돌로 된 기념품이 있었고, 꿀이 유명하다더니 다양한 맛을 첨가한 꿀도 있었다. 에트나 화산이 폭발하는 순간이 담긴 엽서 몇 장과 레몬향 꿀 한 병을 샀다.



화산 동굴 Grotta dei Tre Livelli



화산 동굴 Grotta dei Tre Livelli



차를 타고 산을 내려와 한 동굴에 들렀다.  화산 동굴 Grotta dei Tre Livelli로, 1792년에 분출한 용암 때문에 생긴 동굴이다. 이 동굴은 여러 코스로 나뉘어 있는데, 첫 번째 상부 길은 60m 정도 된다고 한다. 입구 근방만 돌아봤다. 동굴 탐험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용암이 흘렀다는 상상을 하니 조금 색다르게 느껴졌다.





화산 동굴 Grotta dei Tre Livelli




화산 동굴 Grotta dei Tre Livelli



동굴을 본 후 마지막 코스는 단체 관광객이 갈만한 꿀 대형 판매점이었다. 나는 꿀을 미리 샀기에 구경만 했는데, 몇 병씩 사 가는 사람이 많았다. 돌아오는 내내 노곤함이 느껴져 차에서 졸았던 것 같다. 카타니아에 도착했을 땐 늦은 오후였다. 하릴없이 거리를 돌아다녔는데, 며칠 안된 카타니아지만 한 달 내내 살았던 것처럼 익숙했다. 여행 온 도시에 익숙해지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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