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여행
두오모 광장 한쪽에 나폴리 조각가 티토 안젤리니가 만들었다는 우아한 분수대가 있다. 카타니아의 모든 건물과 장식이 예술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분수대 옆 비좁은 길을 돌아 들어가면 카타니아에서 가장 활력 있는 곳, 피쉬 마켓을 만날 수 있다. 첫날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계속 늦잠을 자거나 다른 도시에 다녀오는 바람에 놓쳤었다. 카타니아에서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아서, 모처럼 마음먹고 일찍 일어나 피쉬 마켓부터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시끌벅적하다. 평소에는 썰렁한 광장이지만 이른 아침에는 생선 가판이 가득 들어찬다.
카타니아 피쉬 마켓, La Pescheria
(Via Pardo, 오전 7시~2시)
*2시까지 열리지만, 제대로 된 마켓을 보려면 오전 이른 시간에 가야 한다.
분수대 옆으로 이어지는 길은 주로 야채와 육류를 파는 시장이고, 좌측으로 내려가면 피쉬 마켓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시장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카타니아의 명물인 피쉬 마켓을 구경하려는 사람이나 좋은 생선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일 것이다. 재밌는 건 여자보다는 남자가, 그것도 중년 남성이 대부분이라는 것.
가이드북에서 묘사하기로는 핏빛 물 위를 하이힐 신은 주부가 우아하게 걷는 아이러니한 풍경을 이 시장해서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정 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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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들은 어떤 풍경을 보고 있을까. 구경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서 함께 내려다봤다. 큰 소리로 흥정을 하거나 생선 이름을 외치는 소리. 바쁘게 생선을 나르는 장사꾼들. 거칠게 생선을 토막 내는 사람. 피쉬 마켓은 그야말로 가장 역동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카타니아의 명물이었다.
광장에서 시작된 마켓은 아치문 안쪽으로 이어진다.
가까운 항구에서 지중해에서 막 건져 올린 생선을 공수해 온다.
이름 모를 싱싱한 해산물이 잔뜩 진열되어 있었다.
조개류, 홍합, 정어리, 황새치, 참치 등 이름 모를 수많은 생선이 있다. 이른 시간인데도 부지런한 사람들이 이미 쓸어간 듯 텅 빈 가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눈에 띄는 건 황새치나 참치 같은 거대 생선이다. 큰 칼로 내리치거나, 큰 소리로 흥정하는 장사꾼들을 보면 저절로 눈이 갔다. 부위별로 잘라서 전시하듯 진열해 놓은 것도 재미있다.
바로 옆 시장에는 고기와 야채를 파는 가게들이 있다. 이쪽은 조금 한산하다. 많은 야채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이다.
피쉬 마켓이 끝나면 같은 자리는 쓸쓸해진다. 뜨거웠던 열기는 없어지고, 그 흔적만 남은 곳. 늦은 시간에 갔을 때는 매번 이런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피쉬 마켓을 구경하던 그 자리에 간단한 튀김류를 판매하는 가게가 있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평이 좋아서 한번 먹어보기로 했다.
튀김 한 박스에 4~6유로 선. 여러 종류 생선이 믹스된 걸 주문했다.
어디서 먹을지 고민했다. 가게 바로 앞에 테이블이 있긴 한데, 거리 정 중앙에 테이블 하나만 달랑 있는지라 혼자 앉아있기는 민망하다. 근처 공원으로 가기로 했다.
벤치에 앉아 박스를 열었다. 잘잘한 생선이 가득 들어있다. 양은 넉넉하고, 먹을만했다. 특출나게 맛있다기보다는 출출할 때 끼니 때우기 좋은 정도였다. 카타니아에서 거의 막바지 일정이다. 오후에는 투어버스를 타고 인근 지역을 돌아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