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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Dec 11. 2021

아름다운 설악산  ㅡ공룡능선을 넘다.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 78 화 설악산 3

2014년 10월 19일.

설악산 단풍이 절정이라는 뉴스에 그동안 가고싶었던 공룡능선 산행을 결행한다.

공룡능선은 우리나라 능선중에서 가장 빼어난 절경으로 유명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 힘들기로도 유명한 코스다.

그동안 워낙 힘든 코스라서 혼자서 가기가 망설여졌던곳.

더군다나 무박으로 갈 엄두는 더욱 못냈던 곳인데 무모하지만 용기를 냈다.



오색분소의 구름인파

산악회를 따라가면 편하기는 할테지만 체력면에서 민폐를 끼칠것 같고 무엇보다도 여유있게 사진을 찍으면서 다니기에는 적합하지 않을듯 하여 그냥 단독 산행을 하기로하고 계획을 세운다.

무박산행으로 오색에서 대청봉을 넘어 공룡능선을 오른 후 설악동으로 내려오는 일정을 정하고 하루 전날 오후 속초행 버스를 탔다.

속초에서 몇시간이라도 편히 쉬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컨디션으로 도전 해보려는 속셈에서다.



끝없이 이어진 불 빛

속초시는 설악산 단풍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모든 숙소는 만원이었고 찜질방 수면실도 넘쳐나는 사람들로 더이상 수면실이 아니었다.

무거운 배낭을 둘러매고 정처없이 몇 곳을 돌아다닌 끝에 겨우 허름한 방 하나를 5만원이나 주고 잡았다.

10여년전 이맘때가 생각났다.

아들녀석하고 무작정 왔다가 방이 없어서 그때도 정처없이 민박집 기웃거리다가 겨우 잡을 수 있었다.

몇시간 머물지도 않을 것인데.

잠을 자는둥 마는둥 하고 택시를 타고 새벽 2시 40분에 오색분소에 도착했다.

오색 들머리에는 벌써 야간 산행객과 산악회 버스가 뒤엉켜 도로가 마비가 될 정도였다.

이럴땐 국립공원 관리소도 좀 유연하게 대처했으면 좋으련만 출입문 개방 시간인 3시를 정확히 지켰다.

드디어 새벽 2시 50분.

출입문이 개방되자 물밀듯이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가는 헤드렌턴 불빛 행렬이 장관을 연출했다.



오색에서 오르면 어김없이 중간에 만나는 일출이다.

체력이 좋은 사람들은 정상에서 볼 수도 있다는데 나에게는 언감생심이다.

더군다나 이맘때 오색에서 대청봉에 오르는 코스는 차량정체가 아니라 극심한 사람정체가 일어 난다.

계단 하나 오르는데 한 박자씩 쉬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여름 산행과는 달리 일출시간이 많이 늦어진 오늘은 어쩌면 설악산 대청봉 일출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했었는데 오늘도 역시 8부능선에서 일출을 본다.



일출 후 얼마되지 않아서 첫 조망점에 올라섰다.

언제나 이순간이 오색에서의 새벽산행에서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이다.

대청봉의 9부능선쯤 될까?

체력의 한계점에 도달할 즈음 먼동이 트면서 첫 조망점에 도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 정상을 50여m 남겨둔 지점이다.

사실상의 정상에 올라선 순간이다.

여기 올라서면 언제나 운해와 산그리메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어 낸 한폭의 산수화를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대청봉에서 이쪽 방향 조망을 가장 좋아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 올라도 비슷한 풍경을 변함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맨 앞 점봉산의 넉넉한 품을 시작으로 부드럽게 너울지는 산의 파도.

수 없이 몰려오는 듯한 산의 파도는 너무 거칠지도 그렇다고 잔잔하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로 일렁이고 있었다.



몇년전 우여곡절 끝에 올랐었던 점봉산이다.

점봉산은 휴식년제에 들어가 있어서 정상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그래서 등산로가 제대로 표기되어 있지 않아서 많이 헤메이다 올랐었던 기억이 새롭다.



대청봉 정상이다.

정상엔 벌써 산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1,708m인 설악산은 한라산 지리산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번째로 높은 산이다.

속초시와 양양군, 인제군, 고성군등에 걸쳐 있으며 특히 이곳 정상 대청봉은 강원 속초시 설악동 산 1-1번지,

강원 양양군 서면 오색리 산-1번지,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산12-24번지 등으로 표기될 정도로 소유권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다행히 이날은  날씨가 쾌청해서 멀리 울산바위는 물론 동해바다까지 조망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적당한 운해가 있는 남쪽 조망에 비해서 북쪽 조망은 운해가 없어서 시야는 좋으나 밋밋했다.



정상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다시 한 번 정상을 한 바퀴 돌면서 사방의 조망을 섭렵했다.

그리고 바로 공룡능선을 향해서 출발했다.



장터를 방불케하는 중청대피소.

가는 곳마다 단풍대신 울긋불긋 사람꽃이 피었다.

공룡능선은 희운각 대피소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일단 중청과 소청을 지나 거기까지 하산을 해야 한다.



중청 가는 길에 본 공룡능선과 천불동계곡이다.



그리고 그 반대편 점봉산이다.



서북능선과 귀떼기청봉.



이제 중청을 지나 소청을 향해서 간다.

지금부터는 극심한 내리막 길이다.



소청을 지나면서 서서히 공룡능선이 가까워지고 있다.



저 바위들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는 암자 봉정암이 있고 그 너머에는 애잔한 전설이 서린 유명한 오세암이 있다.



저 아래 희운각 대피소가 보인다.

본격적인 공룡능선이 시작되는 곳이다.



친절한 소청봉 이정표다.

그러나 거기 적힌 거리는 더이상 친철하지 않다.

소청봉에서는 봉정암과 백담사 쪽으로 가는 길과 소공원쪽으로 내려가는 길로 나뉜다.

어느쪽으로 가든지 쉽지 않은 거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나는 어디로 가든지 10km안밖을 걸어야 하는 설악의 가장 깊숙한 곳에 서있는 셈이다.



당겨본 울산바위다.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했다.

희운각 대피소는 공룡능선의 시작점이다.

또다른 한쪽 길은 소공원으로 바로 내려가는 길이다.

나는 시간 절약을 위해서 별다른 휴식 없이 생수만 한 통 보충하고 바로 공룡능선으로 들어서려는데 산악회 진행요원인듯한 분이 지금 그길로 가면 늦어서 안된다고 한다.

5시까지 못내려간단다.

나는 그냥 개인이니 시간은 별 의미가 없어서 무시하고 진행했다.

그렇게 염원했고 동경의 대상이었던 공룡능선에 들어서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오전 10시 50분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했전 공룡능선으로 들어섰다.

이 시간에 들어서는데도 늦는다고 들어가지 말라니...

아니나다를까 능선에 들어서자마자 그 많던 산객들이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공룡능선에 들어서는 희열이 금새 두려움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미지의 세게로 들어가는 순간, 희열과 불안이 교차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동경의 세계, 신비의 세계, 설악의 속살 공룡능선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갔다.



희운각대피소에서 천불동 계곡을 끼고 좌측길로 들어서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동경의 대상이자 공포의 대상이기도 한 그 유명한 공룡능선의 시작점인 무너미고개가 나온다.

무너미고개는 물이 넘는다는 뜻으로 무너미고개를 정점으로 물은 두갈래로 나뉜다.

천불동쪽으로 흐르는 물은 천불동계곡을 지나 동해바다로 흘러들고, 용아장성쪽으로 흐르는 물은 가야동계곡을 지나 서해로 흘러드는 것이다.

물의 운명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지점인 셈이다.



무너미고개 덕분에 공룡능선이 시작되는 등산로는 완만한 오솔길이었다.

그래서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두려움을 어느정도 떨쳐버릴 수 있었다.

그러나 걷기 좋은 오솔길은 얼마 가지 않았다.

200m쯤 진행하자 공룡의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공룡능선상에 있는 넘어야 되는 7개의 봉우리중에 첫번째 봉우리가 앞을 가로 막았다.

공룡능선의 험난함을 예고라도 하듯이 쇠줄을 타고 올라야 하는 난코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긴장을 해서인지 체력이 벌써 한계점에 도달 한것인지 대청봉에 오를때부터 수상쩍던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가져간 에어파스를 뿌리고 충분한 휴식을 위해 조금 이른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공룡능선 최고의 조망지 신선대에 도착했다.

와~

외마디 감탄사를 연발하는 사람들.

우리나라에 이런 절경이 있다니...



일명 '천화대'다.

하늘에 핀 꽃처럼 아름답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동안 사진으로는 많이 봐 왔지만 실제 눈앞에 펼쳐진 환상적인 풍경은 자연이 아닌 신의 예술품이었다.

중국의 황산,장가계등도 가 보았지만 그에 전혀 손색이 없는 풍경이다.

벅찬 감동....

온몸의 피로가 일시에 풀리는듯 했다.



범봉이다.

높이는 1,134m로 천화대 능선의 우두머리 봉우리다.

봉우리 꼭대기에 범이 앉아있는 모습 같다고 해서 범봉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과 큰 선단을 이끌고 유유히 나아가는 범선 같다고해서 범봉이라고 했다는 설등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에 한표다.



천상의 꽃과 같다는 풍경, 그래도 아쉬운건 운해도 없고 단풍도 없다는 것이었다.

차라리 푸르름이 있는 봄 여름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풍경이다.

사실 단풍산행이라고 벼르고 별러서 왔는데 단풍은 커녕 최악의 조건에서 이 멋진 풍경을 보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토록 아름다운데 단풍이 있었다면 얼마나 더 멋있을까?

에휴~그래도 이 풍경만으로도 감지덕지지.

아무튼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다시 좀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이런 절경을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까?'

중국의 황산이나 장가계처럼.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 하는 선에서 케이블카나 모노레일등의 시설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산악인이나 환경운동가들은 반대를 하겠지만 일반인들에게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고려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 절경을 뒤로 하고 다시 험난한 길을 간다.

그런데 다리가 다시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쥐 난 다리를 이끌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되느냐 뒤로 되돌아 가야 되느냐? 의 기로에서 잠시 고민을 한다.

그러나 앞으로 가나 뒤돌아 가나 거리상으로는 비슷한 상황,

단지 뒤돌아가면 조금 더 수월할 뿐이다.

그래서 비상약으로 준비한 진통제를 먹고 앞으로 계속 전진하기로 결심했다.



희운각에서 1.5km지점. 

다시 고개 하나를 넘는다.



바위와 나무뿌리가 뒤엉켜있는 고개다.

서서히 공룡능선의 명성을 실감케 했다.


 

그리고 또 한 봉우리를 넘는다.

진통제 덕분인지 걷기는 좀 수월해졌지만 오르막에서는 여전히 힘들었다.

조금 쉬엄쉬엄 가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덕분에 사진 촬영을 더하고 풍경 감상을 더 즐기면서 천천히 진행 했다.



공룡능선은 희운각 대피소에서 마등령에 이르는 5.1km의 능선을 말한다.

능선이 마치 공룡의 등뼈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능선의 난이도도 엄청나지만 희운각이나 마등령, 어느곳을 시작점으로 하든지 그 시작점까지 접근하는데 벌써 체력이 바닥난 상태로 타야하기 때문에 더욱 힘든 것이다.

나도 오늘 벌써 오색에서 대청봉을 넘어 희운각까지 8km가까이 걸은 상태로 시작하는 것이다.



공룡능선은 조망도 빼어나지만 바위 전시장을 방불케하는 기암괴석이 즐비한 능선이다.



건너편 산골짜기에는 벌써 얼음이 얼었다.

설악산 정상부나 공룡능선에서 가을을 만나려면 초가을에 올라야하는데 설악산 단풍이 절정이라는 뉴스를 접하고 올라왔으니 상식적으로 좀 어이없는 판단을 했다.



이번 고개는 성문을 넘듯 바위 사이를 통과해야하는 고개다.



그 바위문을 통과하면 다른 세상이라도 되는듯 또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아무튼 연신 넘나드는 힘든 고갯길이지만 이렇게 운치있는 고갯길도 있다.

고개 하나를 넘을때마다 힘든 몸 걱정 보다도 '고개 너머에는 또 어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질까?' 하는 기대감이 더 앞섰다.



그렇게 하나의 절경이 지나면 또다른 고개가 나오고 그 고개를 넘으면 또 새로운 절경이 극한의 피로를 풀어주기를 반복 했다.

이런 매력이 이 고난의 코스를 사람들이 찾게 하는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늦은 시간이지만 또하나의 위안은 간간히 만나는 또다른 산행객들이었다.

물론 반대쪽에서 오는 산객이지만 서로 반갑다는 인사 한마디 건네는 것만으로도 깊은 산중의 적적함을 달래주었다.



또하나의 거친 암봉이 길을 막아선다.

저기 첫번째 봉우리와 두번째 봉우리 사이에 또하나의 멋진 고개가 기다리고 있다.

멀리서 보면 저 거친 암봉 사이에 길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길은 어김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보니 아까 봤던 그 고개가 눈앞에 있다.

지금 반대쪽에서 오는 산객들은 희운각이나 중청아니면 소청대피소에서 1박을 할 사람들이다.



방금 지나온 봉우리다.

암릉 사이사이를 굽이굽이 돌아나온 길이 신비롭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다시 뒤돌아본 지나온 길이다.

도저히 사람이 오르내릴 수 없을것 같은 경사도의 암봉사이를 내가 걸어왔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



1275봉.



이제 공룡능선의 후반부에 들어섰다.

후반부는 지치고 지친 산객을 시험이라도 하려는듯 더욱 가파라지고 더욱 거칠어졌다.



넘고 또 넘어도 끝이없는 고갯길은 계속되고 있다.



촛대바위.

1275봉 오르는 중간에 있는 바위다.

1275봉은 공룡능선에서 가장 높은 고개라고 한다.



이제 1275봉 고개를 넘는다.

여섯번째 봉우리다.

공룡능선 끝지점 마등령이 2.1km 남은 지점이다.

이제 2/3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도 험난한 길이 많이 남았지만 숫자상으로는 기분이 좋은지점이다.



멀리서 보면 그리 뾰쪽하던 1275봉 상부가 이렇게 뭉툭하다니.

아무튼 저기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끝없이 오르내리는 험난한 암봉길 구간구간에서 만나는 기분좋은 완만한 길이다.

그렇지만 완만하기는 해도 대부분 거대한 암봉을 우회하는 길이다.



이 분도 나처럼 혼자 오신분일까?

아무튼 동병상련을 느끼며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지나친다.



멀리 대청봉과 중청, 소청이 한눈에 보인다.

오늘 내가 걸어온 길이라는 생각을 하자 가슴이 뭉클해져왔다.

"사람의 눈이 가장 게으르단다."

어렸을때 아버님께서 하신 말씀이 실감났다.



이제 큰새봉을 향해서 간다.

큰새봉은 큰새가 날개를 펼친모양을 닮았다는 봉우리로 공룡능선에서 1275봉 다음으로 난이도가 높은 봉우리다.



드디어 마지막 고개를 넘는다.

7번째 봉우리 나한봉이다.

이 고개를 넘으면 공룡능선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없던 힘이 솟는다.



저절로 경외감이 드는 나무다.

바위 낭떠러지에 위태롭게 자리잡았지만 그 어떤 다른 나무들보다도 꿋꿋이 살아가는 나무.

그 강인한 생명력에 찬사를 보낸다.



지나온 공룡능선이다.

끝나는게 아쉬운듯 공룡의 마지막은 더욱 높고 더 뾰쪽하게 솟아있는 모습이다.

저 길을 내가 걸어왔다니...

내 자신이 너무 대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성취감 보다는 무사히 넘어 올 수 있었다는데 대한 안도감, 감사함이 앞서는 순간이다.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을것 같은 생각과 그래도 또 오고싶어 질것 같은 생각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나한봉이다.

높이가 1,281m로 공룡능선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나한봉 정상 옆으로 길이 나 있다.

이제 나한봉을 지나 마등령으로 넘어간다.



드디어 마등령 3거리가 보인다.

말의 등을 닮았다고 해서 마등령이다.

거칠은 공룡의 등에 지친 몸이 부드러운 말등을 보는 순간 다시 힘을 받기 시작했다.



마등령 삼거리다. 

내가 왔던 희운각대피소와 대청봉으로 올라갈 수도 있고 그리고 오세암과 백담사로 내려갈 수도 있는 마등령 삼거리는 그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소박했다.

말등처럼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정표 하나 덜렁 세워져있는  조금은 황량하기 까지 한 풍경이지만 워낙 거칠은 산길을 헤쳐온 나에게는 포근하고 안온한 그 느낌이 오히려 좋았다. 



걸어온 공룡능선, 그리고 그뒤로 대청봉과 중청봉이다.

마등령에서 잠시 과일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고 비선대를 향해서 다시 하산길에 든다.



이제 비선대 까지는 3.5km다.



마지막 사진이다.

지금부터는 내리막 길이라서 체력적인 부담은 덜하지만 대부분 이런 돌계단 길이라서 지루하고 피곤한 길이다.

그리고 고도가 낮아지면서 단풍이 눈에 띄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급격히 어두워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카메라를 집어 넣고 하산에 집중해야 했다.



지금부터는 하산길에 볼 수 있는 다른 날의 사진이다.



금강굴에서 본 천불동쪽 조망이다.

산행시작 15시간째.

아직도 비선대를 지나 주차장까지는 4km가 남은 상황인데 산길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해드랜턴을 켜고 다시 너덜길을 내려 가는데 아까 신선대에서 내 인증샷을 찍어주었던 미국인 커플이 지나간다.

반갑게 손짓 발짓 눈짓으로 인사를 나누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내려오는데 나보다 더 심한 사람들을 만난다.

내심 반가운 마음에 공룡에서 내려오는 중이냐?고 물었더니 백담사에서 오는 중이라고 한다.



금강굴이다.

마등령에서 내려오는 길은 이 금강굴 아래에 있다.



비선대에 내려섰을땐 6시 40분.

다시 주차장까지는 3km를 가야한다.

매점에서 생수 한병을 사서 목을 축이고 다시 출발한다.

비선대에서 주차장까지는 평지라서 모처럼 속도를 내서 걷는다.



7시 30분에 하산을 완료했다.

그러나 버스 막차 시간은 이미 지난 상황.

동서울에서 택시로 가던지 아예 여기서부터 택시로 가든지 해야한다.

소공원 주차장에는 다행이 택시는 많이 있었다.



*산행코스:오색분소 ㅡ대청봉 ㅡ중청봉 ㅡ소청 ㅡ희운각대피소 ㅡ공룡능선 ㅡ마등령 ㅡ비선대 ㅡ소공원 주차장(20km 1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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