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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Dec 08. 2021

아름다운 설악산의 가을 ㅡ수렴동계곡과 봉정암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 78 화 설악산 2

2020년 가을은 설악산에서 시작해서 설악산에서 끝냈다.

10월2째주 금강굴 산행을 시작으로 그 다음주에는 대청봉, 다시 일주일 후에는 백담사에서 봉정암까지 다녀오는 강행군을 했다.



백담사앞 계곡

결과적으로 외설악과 내설악, 그리고 남설악까지 두루 섭렵하게된 셈이었다.

백담사에서 봉정암까지는 편도 10.6km로 왕복 21km가 넘는 거리다.

거기에다 오르막 구간도 만만치 않기때문에 사실 당일 산행으로는 무리가 있다.



더군다나 백담사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교통편 때문에 생각보다 까다롭다.

백담사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하기때문이다.

셔틀은 들어가는 첫차가 새벽 6시, 나오는 막차가 저녁 8시란다.

그래서 6시에 맞춰서 출발했는데 몇 분 차이로 놓치고 다음 차를 탔다.



다음차는 7시 40분에 있었다.

버스는 구불구불 백담계곡을 15분쯤 달려 백담사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산길에 들어서자 이른 아침 내설악의 산길은 화사한 단풍이 마지막 아름다운 색감을 발산하고 있었다. 



백담사 탐방지원센터

설악산은 대청봉을 기준으로 소공원쪽을 외설악, 백담사쪽을 내설악, 그리고 오색쪽을 남설악이라 부른다.



오늘 대장정을 함께할 일행이다.

일행이지만 필시 나는 혼자일 것이다.

사진 찍다보면 같이 걸을 시간은 거의 없을테니까.



외설악과  내설악, 그리고 남설악.

그중에 설악산을 대표하는 풍경으로 치면 외설악이 단연 최고이지만 다양한 단풍 숲으로 치면 내설악도 만만치는 않다.



봉정암과 대청봉으로 오르는 내설악 등산로의 시작은 수렴동 계곡을 끼고 우거진 울창한 숲길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 백담사에서 수렴동 대피소까지를 수렴동계곡으로 부르는데 그 5km쯤의 거리가 거의 평지형 숲길이다.

그래서 사시사철 걷기 좋지만 단풍이 한창인 이맘때가 가장 아름답다. 



수렴동계곡은 외설악의 천불동계곡과 함께 설악산을 대표하는 계곡이다.

그러나 계곡의 분위기는 외설악과 내설악으로 불리는 이름만큼이나 판이하다.

천불동이 좁고 깊은 암반으로 이루어진 계곡형태를 하고 있는 반면에 수렴동은 넓은 자갈밭으로 이루어진 계곡이다.



그래서 천불동계곡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는 계곡인 반면에 수렴동계곡은 부드러우면서도 온화한 풍경을 연출하는 계곡이다.



하지만 올 가을은 가뭄이 심해서 그런 멋은 없다.

그렇지만 수량이 풍부할 때는 반영과 물안개가 어우러져서 평화롭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되는 계곡이다.



온갖 화려한 단풍 숲 사이로 가늘게 이어지는 숲길.

마치 영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아름다운 길이 계속되고 있다.



아무튼 설악산의 단풍도 이제 막바지를 향해서 가고 있다.

고도가 낮은 아랫쪽인데도 대부분의 단풍이 거의 지고 몇몇 늦은 단풍나무가 늦가을의 정취를 자아내고 있을 뿐이었다.



1.8km지점을 통과할 무렵 단풍나무숲 사이로 해가 떳다.

그 아침 햇살에 단풍색은 더욱 붉고 화사해졌다.



아니 화사해졌다는 표현보다는 황홀해졌다는 표현이 더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 황홀한 풍경때문에 나의 발걸음은 더욱 더뎌졌다.



끝없이 이어지는 평지형 숲길은 차분한 노란색이었다가 화사한 붉은 색이었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설악산의 산길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걷기 좋은 화사한 단풍길이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이윽고 백담사에서 3.5km지점인 영시암에 도착했다.

산행시작 40여분 만이다.

영시암은 숙종때 정비 인현왕후에게 왕자가 없어 후궁의 아들(훗날 영조)을 세자로 책봉하자 이에 반대하다 사약을 받고 죽은 영의정 김수함의 아들 김창흡이 세상과 인연을 끊고 영원히 세상에  나가지 않을 것을 맹세하여 영시(永矢)암이라 이름을 짓고 은둔하며 살던 암자다.

그러나 김창흡은 여기서 공역을 하던 찬모가 호랑이에 물려 변을 당하자 6년만에 춘천으로 돌아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는 서글픈 이야기가 있다.

물론 지금 있는 건물들은 일제때 화재로 소실된 것을 근래에 중창한 것이다.



우리 일행은 영시암에서 김밥으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다시 출발을 했다.

평지형 산길은 여기까지다.

영시암을 지나면서 산길은 조금씩 가파라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아직은 평지는 아니지만 산행 기분 내기는 적당한 산길이다.



그리고 곧바로 오세암 3거리에 도착했다.

왼쪽으로 가면 오세암과 마등령, 오른쪽으로 가면 봉정암과 대청봉으로 오를 수 있는 삼거리다.

여기서 오세암은 2.5km, 오늘 산행 목적지인 봉정암은 7.1km다.



여기서 잠시 오세암에 대해서 알아보고 가자.



오세암은 참 가슴 짠한 전설이  깃든 곳이다.

오세암은 원래 643년 자장율사가 창건하여 관음암이라 부르던 암자다.

훗날 1643년 설정대사가 이 암자를 중건하고 고아가 된 형님의 아들을 데려다 키웠다.

그러던 어느해 월동준비차 양양 장터에 갈때 조카가 몇 일 동안 먹을 밥을 지어놓고 조카에게 "이 밥을 먹고 저 어머니(법당 안의 관음보살)를 관세음보살,관세음보살,하고 부르면 너를 보살펴 줄 것이다" 라고 말한뒤 새벽에 길을 떠났다.



그러나 장을 보고 신흥사에 도착했을때 밤새 폭설로 고개를 넘지 못하고 다음해 3월에서야 돌아 올수 있었다.

암자에 돌아오니 법당 안에서 은은한 목탁 소리가 들려왔다.

스님이 급히 문을 열어보니 방 안은 더운 기운과 향내로 가득했고 죽었을 것으로 생각했던 조카가 목탁을 치며 관세음보살을 부르고 있었다고 한다.



5세의 조카가 관음상을 가리키며 "저 엄마가 밥을 주고 놀아주었어" 라고 하여 설정대사는 관음상 앞에 합장하며 예찬을 올렸다고 한다.

그리하여 5세 동자가 관음의 신력으로 살아난 것을 기리기 위해 이곳을 오세암(五歲庵)으로 바꾸어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세암의 대부분의 법당에는 동자승이 안치되어 있다.



오세암 삼거리를 지나면서 고도는 높아지고 더불어서 단풍은 끝나가고 있었다.



대부분의 단풍이 마르고 쪼그라 들어서 실제는 별로 볼 품이 없었지만 아침 햇살을 받아서 화사하게 되살아 났다.

덕분에 아직은 발걸음을 멈추기에 충분한 곳들이 많았다.

아무튼 올해 설악산 단풍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더욱 미련을 갖게 하는 풍경들 앞에서 멈추기를 반복했다.



몇 일만 일찍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풍경들이 이어졌다.

하긴 지난주에는 더 멋진 단풍과 함께 했으니 불만은 없다.



이제 수렴동 계곡도 끝나가고 있다.



아무튼 이제 단풍도 끝나고 수렴동 계곡도 끝나고 걷기좋은 완만한 산길도 끝나는 지점인 수렴동대피소에 도착했다.



백담사에서 5km지점에 있는 수렴동 대피소는 비교적 낮은 위치에 있는 아담한 대피소다.

10여년전 하루밤을 묵었던 곳인데 그때만 해도 시설이 열악해서 기억이 별로 좋지않다.



이제 수렴동계곡이 끝나고 구곡담계곡으로 이어진다.

수렴동대피소에서 봉정암에 이르는 5.9km 계곡을 구곡담계곡 [九曲潭溪谷]이라 한다.

구곡담이라는 명칭은 계곡 굽이굽이에 9개의 못[潭]이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명승 제 99호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계곡이다.



수렴동 대피소를 지나면서부터 경사도는 오를수록 높아진다.

지금까지 걸었던 낭만적인 길은 잊어야 한다.



그래도 아직은 늦가을 정취 정도는 남아있어서 황량하지는 않았다.




구곡담계곡의 아홉개의 담이 어느것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럴싸한 담 하나를 지난다.

구곡담계곡은 천불동계곡처럼 대부분 암반으로 된 계곡이다.

그래서 물이 맑을 수밖에 없다.



고사목이 있는 풍경.

자연 그대로의 고사목은 언제 어디에서 봐도 멋있다.

인고의 세월을 살아낸 흔적이 아름다움으로 되살아나는 듯 하다.



스산하지만 아직은 호젓한 늦가을 분위기의 산길을 혼자서 간다.

오르는 사람도 내려오는 사람도 없다.

일행이 있지만 예상 했던대로 혼자 떨어진 것이다.

코로나19때문에 사람들을 만나면 마스크를 써야해서 번거러운데 만나는 산객이 없어서 그런 불편이 없어서 좋았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주변 풍경은 삭막해지고 길은 더욱 거칠어지고, 덩달아서 내체력도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잠시 쉬어가고 싶지만 앞서간 일행들을 따라잡기 위해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수렴동계곡과 구곡담계곡은 잔돌이 많아서 돌탑 쌓기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계곡이다.

그 돌탑들이 삭막한 겨울모드의 계곡에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구비구비 구곡담계곡을 따라서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는 이제 더욱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



계속 이어지는 담(潭)

구곡담계곡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굽이마다 수정처럼 맑은 담이 나타났다.



험한 산길답게 데크길은 계곡과 절벽을 번갈아가며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있다.



데크길 걷는게 지루하고 질리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이런 계단이 없다면 과연 하루에 다녀올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쌍용폭포 아래 아름다운 암반계곡이다.

개인적으로 구곡담계곡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곡담계곡'이라는 이름이 연상되는 풍경이다.

억겁의 세월동안 물에 의해서 깎인 바위 홈이 인상적이다.



산행시작 4시간째

구곡담계곡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아름다운 소와 폭포가 연이어 지나가고 내설악의 준봉들이 빼꼼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쌍용폭포다.

두개의 폭포가 용이 승천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오늘은 수량이 없어서 그 위용을 볼 수 없었다.



쌍용폭포 상부다.

물만 많다면 우리나라 그 어떤 폭포보다도 위용이 대단할것 같다.



이제 이 그림을 끝으로 아름다운 구담곡계곡도 끝이다.

지금부터는 평탄한 길 없이 오직 오르기만 해야한다.

여기서부터 오늘의 목적지 봉정암까지는 1.6km가 남았다.



넘어진 고목나무가 길을 막고 있다.

나무에는 '고개를 숙이면 지나갈 수 있습니다'라는 간단한 문구가 쓰여있었다.




그 간단한 문구에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다는 것은 겸손을 뜻하고 겸손 하다는건 많은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하고 덤으로 호감을 얻는다.

다른 사람들의 호감을 산다는건 행복의 가장 기본이다.

결론은 행복하기 위해서는 고개를 숙일 일이다.

아무튼 산행에서 뜻밖의 교훈을 하나 얻고 간다.



나무와 바위가 한 몸이 되었다.

어디까지가 바위이고 어디까지가 나무인지 구분이 쉽지 않았다.



해탈고개.

이제 마지막 난코스인 해탈고개를 넘는다.

수렴동 ㅡ봉정암 코스의 최고 난코스인 해탈고개다.

워낙 가파른 고개라서 숨이 깔딱거린다는 의미로 깔딱고개라고 불렸다.

그러다가 해탈을 염원하는 봉정암에 오를수 있는 고개라고 해서 해탈고개로 바꿔부르게 되었단다.



해탈고개는 300m쯤 이어지는 고개지만 거의 직벽에 가깝다.

뿐만아니라 돌계단인데다가 체력이 거의 고갈된 상태에서 올라야하기때문에 더 힘든 고개다.



거의 두세발자국 오르고 쉬고를 반복한 끝에

해탈고개의 끝 사자바위에 올라섰다.

이제 봉정암까지는 200m.

거리도 거리지만 대부분 완만한 길이라서 여기가 목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디어 봉정암에 도착했다.

산행시작 후 6시간만이다.

하지만 보통 5시간이면 오를수 있다고 한다.




봉정암은 해발 1244m 높이에 있는 암자다.

그러나 그 규모는  믿기지 않을만큼 크다.

사실 봉정암은 3번째인것 같은데 워낙 힘들게 올라왔다가 바로 대청봉으로 가는 길목이라서 쉬어 간 기억 말고는 그렇게 기억에 남아있는게 많지 않다.



먼저 오른 아내와 일행을 만나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간단하게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그런데 아내와 같이온 일행은 벌써 108배까지 끝냈단다.

대단한 체력들이다.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석가사리탑을 향해서 오른다.

봉정암의 석가사리탑은 체력이 바닥이지만 꼭 봐야하는 보물이다.



참으로 절묘한 위치에 자리잡은 탑의 신성스러움에 저절로 경건해짐을 느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찌 이리 높은곳에 탑을 세워서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을까?...하는 우매한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석가사리탑(보물 제1832호)

신라시대에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석가의 사리를 모셔와 이곳에 탑을 세우고 사리를 봉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탑신 양식으로 보면 고려시대 작품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석가사리탑 앞 암봉에 오르자 내설악의 장관이 펼쳐졌다.

오른쪽에 공룡능선과 가운데 용아장성이 그리고 왼쪽 맨 뒤에 귀떼기청봉이 어슴프레 보인다.

역시 설악의 품은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그 크기도 대단하다.





봉정암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불교 순례지로 알려져 있다.

5대 적멸보궁중 하나로 643년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가지고 귀국하여 이곳에 사리를 봉안하고 창건하였다고 한다.

이후 원효와 지눌대사등 여러 큰 스님들이 중건하여 오늘에 이른 암자다.

봉정암이란 이름은 신라 애장왕의 조사 봉정스님이 이곳에서 수도하였다고 해서 봉정암(鳳頂庵)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봉정암은 보통 5시간이면 오를 수 있는 난이도인데 나는 6시간이나 걸려서 올랐다.

그래서 오래 지체하지 않고 바로 하산길에 들어야 했다.

사실 여기까지 올라왔으면 좀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내려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내려가야하고 셔틀버스 시간도 맞춰야해서 서두를수밖에 없었다.

하산은 거의 쉬지않고 빠른 걸음으로 3시간만에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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