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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Dec 07. 2021

아름다운 설악산의 가을-대청봉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 78화 설악산 1

설악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세계의 어느 산에 견주어도 아름답기로는 손색이 없는 산이다.

단지 다른나라들의 산에 비해서 관광개발이 되지 않았을 뿐이다.

실질적인 관광개발은 권금성 케이블카가 유일한 셈이다.

그 흔한 구름다리 하나 정도도 없다.

지금 상태로도 몸살을 앓고 있는데 그런 편의 시설까지 조성된다면 감당키 어려울수도 있겠지만 개발이 너무 안 된 것은 사실이다.



권금성 케이블카

때문에 사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산인데도 설악산의 진면목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하긴 설악산을 수 십번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다닌 나도 화채봉등 생소한 곳이 많다.

워낙 범위가 크고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설악동, 오색, 백담사등의 주변 관광에 그친다.



그렇게 규모가 큰 설악산의 산행기를 한 번에 뚝딱 해치울 수가 없어서 '몇 번에 나누어서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나눈다면 계절별로 해야할지, 코스별로 해야할지 고민 끝에 코스별로 하고 '설악산의 사계'를 간단하게 기록하는 선에서 마무리 하기로 일단 계획을 세웠다.



오색에서 새벽산행 시작

그 첫 번째는 오색에서 설악산의 정상인 대청봉을 오르고 희운각을 지나 소공원으로 내려오는 정통 코스를 택했다.



오색에서 오르는 중간에 본 일출

오색에서 소공원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고난이도의 오르막과 16km에 달하는 긴 산행거리때문에 보통은 1박2일 코스로 통한다.

그러나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서 대피소 운영을 하지 않기때문에 무박산행으로 대신해야 한다.



그래서 밤 1시에 집을 나서 새벽 3시 30분에 산행을 시작했다.

오색에서 오르는 코스는 거리로는 5km쯤이기때문에 대청봉에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이지만 난이도는 그만큼 높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 5km가 거의 대부분 급경사로 이루어졌다.



더군다나 어둠 속에서 오르기때문에 더욱 지루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오색에서 몇 번을 올랐는데도 주변 경치는 거의 머릿속에 없다.


 

연리목

내가 발견한 연리목이다.

큰 나무가 또다른 작은 나무를 품어주는 모습이 참 정겹다.

혼자 살아내기도 쉽지 않을 바위 위에서 전혀 다른 종류의 이질적인 나무를 품고 살아내는 포용력...

언제나 나무에게서는 배울게 많다.



산행시작 3시간쯤이 지나면서 해가 떳다.

아울러서 어둠에 갖혀있던 삭막한 주변이 드러나고 있었다.

오색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원래 볼거리도 별로 없지만 어둠을 뚫고 오르기때문에 삭막한 돌계단만 보고 올라야 한다.

그런데 중간중간 시설해 놓은 등산로가 엉망이다.

우리나라의 첫째가는 설악산 국립공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은 광경이다.



오색에서 대청봉에 오르면 가장 먼저 조망되는 풍경이다. 

4시간 반의 악전고투 끝에 정상에 올랐다.

아무리 岳자가 들어간 산이 힘들다고는 하지만 설악산의 오색코스만큼 힘든 코스는 없는것 같다.

말 그대로 이를 악물고 오르고 또 올라야 설 수 있는 정상...

수없이 많이 다닌 설악산이지만 정상으로만 한다면 7번째 대청봉에 서는 순간이다.



설악산의 정상인 대청봉은 1,708m로 한라산, 지리산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번째로 높은 산이다.

처음에는 멀리서 보면 봉우리가 푸르게 보인다고 해서 푸를 靑자를 써서 청봉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후 중청,소청,끝청등과 구분하기 위해서 대청봉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국토의 70%가 산이라지만 산행하면서 정상에 서면 언제나 느끼는 감정은  '무슨무슨 산들이 저리 많을까?...'이다.

특히 설악산 대청봉에 서면 더욱 그렇다.



처음 산행을 계획하면서 어차피 정상은 가을을 지나 초겨울로 들어섰으리라는 생각을 하고 올랐지만 정상의 풍경은 생각보다 더 삭막했다.



그래도 대청봉에 올라서면 봄,여름,가을,겨울 변함없이 반겨주는건 끝없이 펼쳐진 저 산그리메다.

산의 바다, 산해(山海).

대청봉에 오를때마다 저 감격스러운 풍경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곤 한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나는 어린 아이의 동시가 생각났다.

'산들의 단체사진.'



몇 년전 수리산 산림욕장에 어린이들의 동시를 전시해 놓았었다.

그중에 '산들의 단체사진' 이라는 동시가 있었다.

"앞산은 앉고 그 다음산은 약간 구부리세요.

그리고 가운데 산은 똑바로 서고, 맨 뒷산은 발꿈치를 들고 고개를 내미세요."

정확히 외우지는 못하지만 아마 그런 의미의 시였다.

어린이 다운 기발한 표현이 아닐수 없다.



대청봉에서 본 천불동 계곡이다.

천불동계곡은 천여개의 불상이 늘어서 있는듯 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설악산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계곡중에 하나다.

아니 어쩌면 우리나라 최고의 계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파노라마로 담아본 외설악 전경이다.

왼쪽 사나운 능선이 공룡능선, 가운데 계곡이 천불동,오른쪽 능선이 화채능선이다.



다시 남쪽방향이다.

거친 설악산과 달리 부드러운 산세가 인상적인 점봉산을 필두로 수많은 이름모를 산들이 첩첩겹산을 이루고 있다.

설악산에 올라 점봉산을 보면서 항상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골짜기 하나 건넌것 뿐인데 산세가 어찌 저렇게 다를까?' 하는 생각이다.



잠시 정상에서의 가슴 벅찬 조망에 취해 본다.



중청대피소

중청대피소.

현제는 코로나19로 인해서 매점과 화장실만 이용이 가능하다.

정상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거의 11km에 달하는 대장정의 기나긴 하산길에 들었다.



중청대피소를 지나면서 본 천불동계곡이다.

중청은 1,665m로 서북능선과 소청으로 나뉘는 삼각점에 있다.

중청을 지나 서북능선으로 가는 길에 끝청이 있고, 희운각대피소로 가는 길에 소청이 있다.



공룡능선 방향이다.

공룡능선은 설악산의 가장 핵심적인 대표능선이다.

공룡의 등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름에 걸맞게 멋진 풍광을 자랑하지만 일반인들이 쉽게 갈 수 없는 거친능선이어서 나도 딱 한번 가 본 능선이다.



다시 중청 부근에서 담아본 남쪽방향 산들의 단체 사진이다.

저 산들이 모두 특유의 이름을 간직하고 있을터이다.

저 산들의 이름을 다 아는 사람도 있을까?



파노라마로 본 공룡능선이다.

중청에서 소청을 지나 희운각대피소로 이어지는 하산길은 오색에서 대청에 오르는 만큼이나 가파르다.

워낙 가파르다보니 내려서는것도 만만치 않다.



중청에서 뒤돌아 본 대청봉.

이제 소청을 향해서 간다.



멀리 울산바위가 거대한 위용을 뽐내고 있다.



왼쪽 서북능선을 지나 귀떼기청봉이 보이고 중앙의 어디쯤에는 어린 스님의 애절한 사연이 깃든 오세암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곳에 위치해 있다는 봉정암도 있을 것이다.



소청을 지나 계속되는 급경사 구간을 내려서는 발걸음은 천근만근 같다.

요즘 체력이 나를 능가해버린 아내는 벌써 보이지도 않고 왼쪽 아래 급경사 구간의 종점인 희운각대피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서북능선

서북능선은 중청에서 끝청을 지나 귀떼기청봉,대승령을 거쳐 안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이다.

길이가 무려 13km로 설악산의 능선중에서 가장 긴 능선이지만 가장 부드러운 능선이기도 하다.



왼쪽 봉우리가 귀떼기청봉이다.

귀떼기청봉은 100%돌무더기 산이다.

그 돌무더기에는 진귀한 털진달래가 자생한다.

초여름이면 그 털진달래가 삭막하기 그지없는 돌산을 화려한 꽃산으로 바꿔놓는다.

그래서 그 꽃산을 담기위해서 두번이나 찾았었던 곳이다.



소청대피소를 지나 멀리 봉정암 사리탑이 보인다.

백담사로 내려가는 길에 있으며 사리탑 너머로 오세암으로 갈수도 있다.



이제 소청봉을 지난다.

소청은 백담사 방향과 설악동 방향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다.

나는 소청에서 희운각을 지나 설악동으로 하산하는 길을 택했다.

하산 종료 지점까지는 아직도 11.1km가 남았다.

거리도 거리이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돌계단이 문제다.



공룡능선의 위용이 100%씽크율로 다가온 한 컷이다.

실제 공룡의 등뼈를 닮은 위풍당당한 공룡능선을 한 참을 우러러본다.

그와 동시에 몇 년 전 혼자서 무려 17시간의 투혼을 했던 기억이 영화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있었다.



공룡능선의 핵심부다.

공룡능선은 아름다운 경치를 선사하기도 하지만 다이나믹한 암릉타기의 재미가 일품인 코스다.

그래서 산을 조금 좋아한다고 하는 산객들의 로망이기도 한 능선이다.



드디어 급경사구간인 소청 구간이 끝나고 희운각대피소를 지나간다.

희운각대피소는 공룡능선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휴식없이 공룡능선 삼거리를 지나 이제 설악산의 대표 비경인 천불동계곡으로 들어간다.




아직도 설악동까지는 8km가 남았지만 이제부터 힘들고 지루함을 잠시 잊어도 되는 구간이다. 

눈을 뗄 수 없는 비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천불동계곡의 물길

천불동계곡은 천개의 불상이 늘어선듯 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공룡능선과 화채능선 사이 비선대에서 오련폭포 구간을 말한다.

기암괴석과 크고작은 폭포가 즐비하고 설악산 최고의 단풍 명소이기도 하다.



천당폭포

천당폭포는 천불동의 끝에 있어서 속세의 사람들이 이곳에 오르면 마치 천당에 온 듯 마음의 평온을 얻는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아름다운 암반을 적당한 각도로 흘러내리는 모습도 아름답고 억겁의 세월동안 그 폭포수에 둥글게 패인 폭포소도 아름다운데 오늘은 가뭄때문에 수량이 적어서 폭포로서의 제멋을 뽐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천불동계곡은 대부분의 물길이 암반으로 되어있어서 수정처럼 맑은 물이 흐른다.



이제 양폭산장에 도착했다.

양폭산장에서 본 천불동이다.

설악산다운 아름다운 가을 풍경이다.



양폭대피소는 천불동 가운데 위치해 있으며 설악산의 5개 대피소중에서 수렴동대피소와 함께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해 있는 대피소다. 

대청봉에서 4.5km거리, 설악동 탐방지원센터까지는 6.5km 거리에 있다.



아직도 내려가야 할 거리가 6.5km.

그래도 양폭대피소에서부터는 난이도가 조금씩 낮아지기 시작한다.



오련폭포 상부에서 본 풍경이다.

설악산 단풍도 올 해는 개별로 본 단풍은 별로 곱지 않았지만 풍경으로 본 단풍은 역시 설악단풍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건 단풍이 아니라 형형색색의 꽃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한 폭의 수채화였다. 



어느 화가가 이토록 아름답게 색을 표현 할 수 있을까?

색이란 색은 다 가져다 쓴 진한 유화 같다.



오련폭포 아래 계곡이다.

천당폭포를 지나온 수정같은 맑은 물이 이곳 오련폭포를  다시 휘돌아 내려간다. 



오련폭포는 다섯개의 폭포가 연이어 있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매끈한 암반위를 휘돌아 쏟아지는 맑은 계류와 오색단풍의 어우러짐이 아름답다 못해 환상적이다.



그러나 역시 수량이 적어서 오늘은 폭포의 위용은 없지만 용처럼 굽이쳐 흐르는 모습이 환상적이었다.



아무튼 눈을 뗄 수 없는 황홀한 풍경때문에 하산은 더디기만 하다.



귀면암

이어서 나오는 귀면암이다.

귀면암은 보는 방향에따라서 기이하고 험상궂은 모습이 마치 귀신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귀면암을 지나면서 단풍은 최고조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9월말에 대청봉부터 들기 시작한 설악의 단풍은 하루 100~150m의 속도로 내려온다고 한다.

그렇게 내려오던 단풍이 지금 오련폭포와 비선대 사이를 물들이고 있는 것이다. 



오색단풍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설악의 단풍은 역시 계곡의 맑은 물과 어우러졌을때 가장 아름답다.



비선대가 가까워져올 무렵 단풍은 이제 다시 싱그러워지고 있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막 물들기 시작한 단풍의 모습은 또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드디어 미륵봉이 고개를 내민다.

여기까지가 지난주에 왔던 곳이다. 



지난주 일주일 전 같은 장소의 사진이다.

일주일 사이에 단풍색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주에는 거의 푸른색을 띠던 비선대 주변이 일주일새에 화려한 단풍 옷을 입었다. 



비선대에 도착했다.

비선대는 와선대에 누워서 주변경관을 감상하던 마고선이 이곳에서 하늘로 올라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넓은 바위에 작은 폭포와 못을 이루고 있고, 그 위로는 금강굴이 있는 미륵봉과 형제봉, 선녀봉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 신비로운 풍경 앞에서 잠시 쉬어간다. 

비선대에서는 아직도 3km가 남았지만 여기서부터는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하산길이다.



비선대에서 600m만 오르면 금강굴이 나온다.

그러나 600m를 만만하게 보면 큰 코 다치는 난이도다.

600m 전 구간이 가파른 오르막이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담아 온 금강굴 풍경들이다.



금강굴

금강굴은 자연동굴로 알려져 있으나 일정부분 다듦지 않았을까? 싶은 동굴이다.

원효대사를 비롯한 고승들이 수도를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어떻게 장비가 없던 그 옛날에 저기까지 올랐을지가 궁금했다.



설악산은 명실공히 단풍산행 1번지다.

그렇지만 산이 깊고 높아서 온 산이 붉게 물든 모습을 보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어느때 가느냐에 따라서 단풍 든 위치가 달라진다. 



절정의 붉은 단풍보다 개인적으로는 이맘때의 단풍이 더 좋은것 같다.

다양한 색감이 섞여있어서 화려하다는 말보다 이쁘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풍경이다.

그렇지만 산에서 일괄적인 단풍을 구경하기란 쉽지 않다.



물결무늬.

반짝이는 수정같은 물결무늬가 예술적이다.

아니 예술적이라기보다 과학적인 패턴이 이채롭다. 




입맞춤 바위.

설악산은 아름다운 산세와 단풍 말고도 다른 산에서 보기 힘든 계곡미가 있다.

수정처럼 맑은 물과 큼직큼직하면서도 모나지 않은 바위와 돌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이색적이다.

그중에 세개의 바위가 아치를 이루며 마치 입맞춤이라도 하는듯한 모습의 바위에 개인적으로 입맞춤 바위라고 명명해 본다.



오후 4시 길고 긴 산행을 완료했다.

12시간 30분이 걸린 셈이다.

원래 생각했던 시간보다는 조금 덜 걸렸지만 몸은 어차피 녹초가 되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대청봉에 올랐다는 성취감과 오랜만에 절정의 설악산 천불동계곡의 단풍을 만끽했다는 기분좋음을 동시에 충족한 멋진 가을 산행이었다.



*산행코스 :오색분소 ㅡ대청봉 ㅡ희운각 ㅡ비선대 ㅡ설악동(16km. 천천히 1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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