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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Jun 26. 2022

산막이옛길을 걷다.(하)

충청도 양반길 1코스 ㅡ연하협 구름다리

걷는다는 건 다시 말하면 이동한다는 뜻이지요.

탈것이 없던 옛날, 마차나 말, 당나귀나 낙타 같은 동물마저 탈 수 없었던 일반 사람들의 이동수단은 걷는 방법이 유일하다시피 했습니다.

그래서 이동을 위해서는 걸어야 했지요.

그러나 탈것이 다양하고 접근성이 좋아진 현대인들은 이제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걷기 위해서 걷습니다.

이동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걷기를 통해서 건강을 얻고 경치를 구경하기 위함이지요.

걷기를 위한 걷기에 나선 우리도 산막이옛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한번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더 걸을 것인지, 돌아갈 것인지, 유람선을 탈 것인지...

걷기를 좋아하는 우리는 이견없이 내친김에 더 걷기로 합니다.



산막이 마을을 지나면서 길은 이제 충청도 양반길 1코스로 이어집니다.

산막이옛길이 편도 4km쯤이니까 체력이 좋은 사람은 이어서 더 걸어도 좋은 길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1코스를 통해 연하협 구름다리까지(약2km쯤)걷고 거기에서 다시 산막이 마을까지 유람선으로 이동한 후 산막이옛길을 걸어서 주차장으로 회귀하기로 계획을 세웁니다. 



산막이 마을에서 연하협 구름다리까지는 2.3km로 30분쯤 걸린다고 안내판에 안내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 산막이마을과 인접해 있는 초반 길은 완전한 평지길입니다.



거기에다 수변과 가까이 걷기 때문에 더욱 자연 친화적이고 운치가 있습니다.



괴산호는 협곡에 건설되었기 때문에 깊이는 깊지만 넓이는 마치 강처럼 좁습니다.

그래서 호수 느낌보다는 강 느낌에 더 가깝지요.



우리 부부는 인적 없는 청자빛 호숫가를 양반처럼 걷습니다.

양반길, 그래서일까요?

성격 급한 아내도 오늘은 내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 주면서 천천히 걷습니다.



데크길과 평길이 끝나는 지점입니다.

산막이 마을에 온 사람들이 여기까지는 많이 왔다가 가는 곳이지요.



평지길이 끝나면서 길은 이제 산길로 접어듭니다.

산길이지만 아기자기 걷기 좋은 오솔길입니다.

청자색 물빛과 나란히 나 있는 황톳길이 아름답기까지 한 길이지요.

깊은 산중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물가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버드나무가 아니라 소나무가 튼실하게 자라는 모습이 색다른 운치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가늘게 이어지는 꾸밈없는 길이 어렸을 때 걸었던 학굣길 같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산막이옛길보다 옛길 느낌이 더 나는 길입니다.



중간쯤에 있는 삼신바위입니다.

괴산댐이 생기기 전에는 경치가 빼어나고 강물이 빠르게 흘러서 살여울이라고 부르던 곳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삼신(해, 달, 별의 신)이 내려와 목욕을 즐기다가 날이 밝아 승천하지 못하고 바위가 되었다지요.

이후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서 아이를 점지해 달라고 치성을 드렸다고 합니다.



다시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합니다.

잔잔한 호수 수면 위로 굵어지기 시작한 빗방울들이 점점이 박히는 모습이 신비감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토끼 샘이라는데 가물어서 물이 없습니다.

아무튼 산막이 옛길 못지않게 양반길 또한 다양한 이야기가 서려있는 전형적인 둘레길입니다.



호수의 물빛이 어찌 이리 아름다울까요?

우리나라에서 이런 물빛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니...

양반길 1코스는 이 청자빛 호수를 보다 더 가까이서 보며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40분쯤 아내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구름다리 하나가 나타납니다.

처음 들어보는 연하협 구름다리라고 합니다.



그동안 가늘게 내리던 빗줄기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우산을 꺼내 들고 나는 비옷을 챙겨 입습니다.



그리고 유람선을 타기 위해 구름다리를 건넙니다.



그런데 유람선이 40분 후에나 있을 거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매표하시는 분이 저쪽으로 올라가면 작은 출렁다리가 있다면서 다녀오시면 시간이 맞을 것 같다고 안내를 해주십니다.

그래서 잠시 충청도 양반길을 조금 더 걷습니다.



양반길 2코스로 이어지는 작은 출렁다리입니다.

그런데 별로 많이 다니지는 않는 모양인데 꼭 다리가 필요했을까요?

우리는 일단 시간 소비를 위해서 잠깐 건너갔다 되돌아옵니다.



온다고 했던 40분도 훨씬 지나서야 유람선이 옵니다.

그래서 다른 일행들은 매표원과 실랑이가 붙었습니다.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고.

그러나 비정기 편이라서 딱히 뭐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드디어 유람선이 출발합니다.

사실 유람선을 기다리는 시간에 걸어가도 되는 거리인데 그래도 한 번 타보고 싶어서 탄 것이지요.



우리가 조금 전에 지나왔던 삼신바위입니다.

선상에서 보는 모습이 더 멋집니다.

 


유람선이 출발한 지 10여 분 만에 중간 선착장인 산막이마을에 도착합니다.

저 멀리 우리가 올 때 걸었던 산 능선이 보입니다.

가운데가 등잔봉 왼쪽 끝이 천장봉인듯 합니다.



탑승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쉽기는 하지만 우리는 중간 선착장인 산막이마을에서 내립니다.

산길로 왔기 때문에 산막이 옛길을 마저 걷기 위해서입니다.



유람선에서 내려 다시 옛길을 걷습니다.

제법 세차게 내리던 비가 그쳐서 걷기에는 최적의 조건입니다.



비 온 뒤의 호수 풍경입니다.

한 여름에 접어들었는데도 마치 봄 풍경처럼 상큼합니다.



위에서 보았던 한반도 지형입니다.

개인 소유의 과수원과 집도 있다고 합니다.



좀 억지스럽게 이름 붙여놓은 '괴산 바위'입니다.

뫼산(山) 자처럼 생겼다는데 그리 공감은 가지 않습니다.



비 온 뒤의 호수 풍경이 마치 새벽 호수 풍경 같습니다.

어느새 산막이 마을이 호수 저 멀리 있습니다.



앉은뱅이약수

살아있는 나무에서 약수가 나오는 신비한 약수입니다.

일명 '앉은뱅이'약수라고 합니다.

옛날에 앉은뱅이가 이 약수를 마시고 서서 걸어갔다고 하지요.

믿거나 말거나 재미는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미녀 나무입니다.

여인이 다리를 다소곳이 하고 앉아있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스핑크스 바위입니다.

스핑크스 느낌이 있는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것 같기도 합니다.



여우비 바위굴입니다.

옛날 산막이길을 오가던 사람들이 비를 피하거나 한 여름 더위를 피하던 곳이라지요.



아무튼 구비구비 이어지는 길을 따라 크고 작은 명소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중에는 제법 그럴싸한 곳도 있고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쪽에 해당되어도 상관없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걸을 수 있는 꺼리를 만들어 주고 있으니까요.



호랑이  굴입니다.

1950년대까지 호랑이가 살았다고 전해져 오는 굴이라고 합니다.

주변 산세를 보면 실제 호랑이가 살았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이번에는 사랑나무입니다.

척박한 지형 때문일까요?

연리목, 정사목, 사랑나무...

산막이 옛길 부근에는 그 밖에도 다양한 수형의 나무들이 특히 많습니다.



드디어 오늘 트레킹이 끝나갑니다.

지금부터는 갈 때 걸었던 길입니다.



아침에 갈 때 돌아갔던 출렁다리 걷기에 도전합니다.

흔들림이 심해서 생각보다 스릴이 있습니다.

웬일인지 익스트림을 즐기는 아내가 나보다 더 무서워합니다.

의문의 1승을 한 기분으로 오늘의 산막이 옛길과 충청도 양반길 트레킹을 마무리합니다.



그네 의자.

산막이옛길과 충청도 양반길 1코스는 많은 쉼터와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길입니다.

이야기 주제가 끝날만 하면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연속성 덕분에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걷기 좋은 길입니다.

걷다가 힘들거나 싫증 나면 유람선으로 복귀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라도 후회하지 않을 여행 명소입니다.



*오늘 걸은 코스: 주차장 ㅡ망세루 ㅡ등잔봉 ㅡ천장봉 ㅡ산막이마을 ㅡ연하협구름다리 ㅡ유람선 ㅡ산막이마을 ㅡ산막이 옛길 ㅡ주차장(총9.5km, 4시간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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