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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Oct 04. 2022

금수산 정상에서 그린 산수화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산행기 제92화 금수산

그 뜨겁던 여름은 언제 어디로 갔을까?

또 가을은 언제 어디서 왔을까?

소리도 소문도 없이 가고오는 계절.

나는 가만히 있는데 계절이 아니 세월이 가는 것일까?

아니면 세월은 가만히 있는데 내가 가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

어쩌면 역설적으로 세월은 가만히 있는데 모든 만물이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계절은 어느새 코스모스 만발한 가을로 바뀌어 있다.

산행하기에 최적의 계절인 초가을날.

경치가 비단에 수놓은듯 아름답다는 단양의 금수산으로 향한다.

금수산은 백암산이라 불리다가 퇴계 이황이 단양군수로 재임하면서 경치가 비단에 수놓은듯 아름답다 하여 비단錦(금)자를 써서 금수산(錦繡山)이라 부르게 된 산이다.



금수산 산행의 들머리는 보편적으로 상천마을과 상학마을 두 곳을 많이 이용한다.

그중에 금수산 산행의 최단코스 들머리인 상학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상학마을은 산골이지만 과거 많은 인재들을 배출한 오래된 마을이라고 한다.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려는듯 마을 어귀에는 아름다운 수형의 노송이 옛마을의 영화를 말해주고 있었다.



금수산의 대표적인 들머리인 상천마을과 상학마을의 두 코스는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 상천마을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뛰어난 경치를 구경하면서 오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난이도가 높은 단점이 있다.

반면에 오늘 내가 지금 오르고 있는 상학마을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최단시간에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급경사와 특별히 볼거리가 없다는 단점이 있는 코스다.



상학주차장에서 정상까지는 3km쯤의 거리다.

주차장에서 나와 주로 펜션이나 카페로 단장한 아담한 마을을 지나자 완만한 시멘트 산길이 나오고 그 시멘트길이 끝나자 다시 자연석으로 조성해놓은 단풍나무 터널길로 이어졌다.

하지만 단풍터널길은 단풍이 들면 제법 운치있는 단풍길이겠지만 아직은 푸르기만 하다.



그렇게 쉬엄쉬엄 완만하고 넓은 등산로를 30분쯤 오르자 남근석 공원이 나왔다.

『커도 너무 크다.』

남근석 공원은 조금 남사스럽기는 하지만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 공원이다.

멀리서 보면 금수산은 여인이 누워있는 형상의 산이라고 한다.

그래서 음기가 강해 이 마을 남자들이 단명을 했단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그 음기를 중화시키기 위해서 이곳에 남근석을 세웠다고 한다.

그 후 이곳에서 신혼부부가 기도를 드리고 초야를 치르면 귀인(貴人)을 얻었으며 자식이 없는 여인이 치성을 드리면 아이를 갖게되었단다.

아무튼 꼭 그 전설의 진위를 떠나서 하나의 재미를 추가한 셈이다.



남근석 공원을 지나면서 길은 이제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그리고 약수터를 지나면서는 더욱 가팔라진다.



약수터에서 다시 10분쯤 오르자 설금전망대 삼거리가 나왔다.

설금전망대는 50m쯤 등산로에서 벗어나 있어서 망설여지기는 하지만 한 번쯤 가 볼만 한 곳이다.



당연히 나는 전망대로 향한다.

설금전망대에 도착하자 마침 운해가 깔려서 더욱 운치 있는 풍경을 선사하고 있었다.

원래 이 지역은 동남향의 따뜻한 지역이라서 서리와 눈이 늦게 내린다고 한다.

그래서 설금(雪禁)이라는 지명으로 불렸단다.



설금전망대에서는 확 트인 동남쪽 조망과 금수산 정상부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었다.

상학마을 코스에서 정상부에 올라설 때까지 첫 조망이자 마지막 유일한 조망이다.



전망대에서 돌아와 다시 정규 등산로에 들어섰다.

정규 등산로에 들어서서 잠시 목계단을 오르면 폐허 같은 옹달샘이 나오고 거기에서부터는 극단의 너덜길이 시작된다.



너덜길에 극심한 오르막 구간, 비켜서기도 쉽지 않은 구간인데 산악회 회원들이 몰려온다.

산악회 사람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기 위해서 비켜서 있는데 모두들 한 마디씩 한다.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산"이라거나

"비단으로 수놓은 것 같다고 해서 왔더니 너무 힘들다"거나...

동행한 아내도 한마디 한다.

"다시는 충청도 산은 안 올 거야"

작년 여름이던가?

서대산 너덜길에 진저리를 쳤던 기억 때문인듯 하다.



그렇게 급경사 너덜길을 30분쯤 오르고 나자 다시 끝이 보이지 않은 철계단이 앞을 가로막았다.



그래도 너덜길 오르막에 비하면 철계단은 양반이다.

더군다나 이 계단만 오르면 능선에 오른다는 희망이 있는 계단이기때문에 더욱 그렇다.



어떠한 고난도 끝이 있게마련이다.

그 지긋지긋한 오르막이 끝나고 드디어 쌀개바위에 올라섰다.

쌀개바위에 올라서자 환영이라도 하듯 확 트인 조망이 고단한 산객을 반겨준다.

여기서부터는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쌀개바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암벽을 돌아 올라서자 망덕봉 삼거리 전망대가 나왔다.

숨막힐듯 멋진 조망이 2시간쯤의 고생과 피로를 한방에 날려주는 전망대다.



저 산들의 파노라마.

구름 같기도 하고 넘실대는 파도 같기도 한 압도적인 풍경 앞에서 가슴 벅찬 심호흡을 한다.



감탄사에 비교적 인색한 아내도 감탄사를 연발한다.

"와~ 산수화 같다"

간단명료한 표현이지만 이보다 더 멋진 표현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파노라마로 담아본 장면이다.

가운데 봉우리가 망덕봉, 그 아래 마을이 금수산의 또다른 들머리인 상천마을이다.

그리고 저 멀리 넘실대는 산들의 파도 가운데 뾰쪽하게 솟은 봉우리가 월악산인듯 하다.



망덕봉 삼거리 전망대에서 내려와 이제 정상을 향해서 마지막 투혼을 불사른다.

정상부는 비교적 고도가 높기때문에 벌써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망덕봉 삼거리에서 정상은 300m쯤의 거리다.

그 300m가 모두 암벽 사이 사이에 설치된 데크와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구간은 금강산을 방불케 하는 아름다운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지고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단풍이 바탕을 이루어 마치 비단에 수를 놓은 듯했다.

퇴계 이황이 왜 금수산이라 부르게 되었는지 알 것 같은 풍경이다.

금수산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풍경이다.



아무데나 카메라만 들이대면 작품이 되는 풍경들이 자꾸 발길을 멈추게 한다.

아마도 이 구간이 금수산 최고의 산악미와 조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구간이 아닐까 싶다.



이제 정상으로 오르는 마지막 계단을 오른다.

이 계단을 오르면 또 어떤 멋진 풍경이 펼쳐질까?



계단을 오르다가 뒤돌아보고 올려다 본 풍경들이다.



그리고 드디어 올라선 정상이다.

비교적 천천히 2시간 20분이 걸렸다.

건각들은 1시간 30분이면 오를 수 있다고 하는 거리를 거의 1시간 가까이 더 걸린 셈이다.

금수산 정상은 정상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빼어난 암봉에 그림 같은 소나무 한 그루.

그리고 주변과 잘 어우러진 정상석.

사방의 확 트인 조망.

그중에 사방의 아름다운 조망은 정말 일품이었다.



먼저 청풍호 방향 조망을 좌측에서부터 둘러본다.

청풍호 물길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고 그 뒤로 산들의 파노라마가 넘실대고 있다.

저기 어디쯤엔 구순봉, 구담봉, 제비봉 등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뒤쪽으로는 월악산도 아스라이 보인다.

내가 모두 올라 본 산들이다.



그리고 가운데 망덕봉과 그 능선길이 뻗어나가고 그 너머로 산들의 파노라마 사이사이에는 운해가 가득 차 있다.

산수화보다 더 산수화 같은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이번에는 파노라마로 담아본 풍경이다.



금수산은 높이가 1,016m로 충북 단양군 적성면과 제천시 수산면에 걸쳐있다.



1000m급 산이지만 고도가 높은 상학마을에서 오른다면 의외로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물론 오르는 시간이 짧다는 이야기이지 난이도가 쉽다는 뜻은 아니다.

거리가 짧은 대신 가파르기 때문이다.



숨 막힐 듯 가슴 벅찬 조망을 앞에 두고 정성 들여 만든 아내표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느긋하게 하산길에 든다.



하산은 올라왔던 반대방향으로 원점 회귀하는 코스를 택했다.

정상을 한바퀴 도는 셈인데 상학마을에서 오르는 코스의 보편적인 코스다.



하산길도 경사도가 만만치 않다.

월악산 국립공원에 속해있는 산이어서 비교적 시설이 잘 되어있지만 그래도 군데군데 방치된 구간이 제법 있었다.



하산 시작 20여분만에 상천주차장과 상학주차장으로 나뉘는 금수산 삼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차가 있는 상학주차장 방향으로 진행한다.



삼거리에서 다시 5분쯤 하산하면 마지막 전망데크가 나온다.

상학마을 방향 전망대다.



정상에서 보았던 청풍호 방향과는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하는 조망이다.

저 아래 내려가야 할 상학주차장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다시 암벽을 내려가는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그 경사가 올라갔던 방향과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은 난이도다.



조금 전 전망대가 있던 아래쪽 바위다.

직벽의 암벽을 철계단으로 내려온 것이다.



철계단을 굽이굽이 돌아 내려와서 올려다본 전망대다.

이제 정상부의 암벽 구간은 끝이 났다



그렇지만 이후로도 암벽구간 못지않은 경사의 내리막길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런데 숲 속에 나무들이 엄청나게 많이 쓰러져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그 이유가 궁금하던 그때 마침 국립공원 관계자분들이 지나가기에 물어보았더니

"그냥 쓰러졌어요"

정말 영혼 없는 대답을 한다.

하기는 등산로 정비하는 업무를 하시는 분들인데 그 까닭을 알 수 없는 게 당연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하산 시작 1시간쯤이 지난 시간 임도를 만나고 비로소 길은 제법 걷기 좋은 전나무 숲길로 바뀌었다.



사실상의 하산이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제법 까다로운 하산길이었지만 2.8km로 비교적 거리가 짧아서 생각보다는 쉬운 하산이다.



그리고 조금 더 내려서면 펜션과 카페가 있는 마을이 나온다.

원점 회귀 지점이다.

여기서 다시 주차장까지는 500m쯤 남았지만 이런 길이야 뭐 식은 죽 먹기다.



다시 멋진 노송을 만났다.

도대체 몇 년쯤 묵묵히 저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까?

아무튼 세월을 이겨낸 그 늠름한 모습이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한 모습이다.



하산 완료.

주차장에서 뒤돌아 본 금수산 정상부 모습이다.

만만해 보이지만 만만하지 않았던 산행이 끝나는 순간이다.

정상부 모습을 다시 자세히 본다.

그렇고보니 여인이 누워있는 모습 같기도 하다.


*산행코스: 상학주차장 ㅡ남근석공원 ㅡ설금전망대 ㅡ쌀개바위 ㅡ망덕봉삼거리 ㅡ정상 ㅡ금수산삼거리 ㅡ상학주차장(5.5km 점심과 사진촬영 포함 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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