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바름 Nov 23. 2023

글 쓰는 세상

글을 쓰며 세상을 배우는 중입니다.

글쓰기 수업시간, 강사님이 내가 쓴 글을 읽으며 피드백을 한다.

"OO님이 쓰신 이 부분을 보면 OO님은 조금 신경질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라는 게 느껴져요. "

수강생들은 웃었고 나는 솔직히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아셨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정해진 시간과 틀에 갇혀 매일 바쁘게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정신없이 출근 준비를 하고 나도 모르게 회사 일이 떠오르고 마음이 괴롭다. 괴로워도 또 출근을 하고 일을 한다. 사람들과 같이 점심을 먹고 궁금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은 대화를 한다.


강사님이 읽은 내가 쓴 글의 일부다. '사람들과 같이 점심을 먹고 궁금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은 대화를 한다.' 이 부분에서 내 신경질적인 모습이 느껴진다고 다. 천천히 다시 읽어봐도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신경질적인 부분이 있다는 말씀이 너무 정확하니 그분의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역시 전문가.


다른 수강생 글을 읽을 때도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글쓴이의 감정을 강사님이 알려주신다. 소름이 돋는다. 내용 전혀 드러나지 않는 우울감, 무기력함, 억눌림, 아픔 등의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에 나는 감탄한다. 강사님이 글 속  감정을 이야수강생들은 본인의 마음꿰뚫어보는 거 같다며 놀란다.  


10회 차 수업 마지막날, 강사님은 수강생 한 명 한 명마다 앞으로 글 쓰는 방향에 대해 조언을 하고 질문을 받으셨다. 글을 읽고 글쓴이 감정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 물어봤다. 강사님은 글을 통해 감정 이외에 더 많은 것도 볼 수 있다면서, 본인이 공부를 죽도록 많이 했기 때문이라며 큭큭 웃는다.


글쓰기는 심리를 치유하는 기능이 있다고도 알려주신다. 마음에 걸려있는 깊은 고리를 꺼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회피하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속 감정에 정성을 들일수록 다각도로 들여다볼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내 감정에 거리를 둘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얼마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글을 쓴 적이 있다. 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부터 돈을 벌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어느 날은 동생들과 밖에서 놀다 왔는데 집에 오자마자 아버지에게 뺨을 맞았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받은 충격은 30년이 훨씬  지나도 잊히지 않는 장면으로 나를 힘들게 한다. 나는 무능력하고 폭력적인 아버지가 무서웠고 아버지가 없어지길 바랐다. 서른이 넘어 독립한 후에 있었던 몇 가지 기억글로 쓰면서 나는 많이 울었다. 쓴 글을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났다. 글을 쓰면서 이렇게 많이 울어본 적이 없었다. 이런 게 심리치유과정인가 싶었다. 나는 아버지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꺼내는 게 아직 많이 어렵다. 기억하고  않은 기억이 너무 많다. 그렇지만 마음속 응어리를  꺼내고 글로 푸는 연습이 나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다. 글을 통해 성격도 드러나고 , 글쓰기로 마음속 상처가 치유되기도 하다니. 나는  신기하고 아름다운 글 쓰는 세상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후배에게 배웁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