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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바름 Apr 01. 2024

잘 모르면 함부로 얘기하지 마라.

남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세상에 재미 삼아 말할 수 있는 죽음은 없다.

사람들은 남의 일에 관심이 없다. 관심도 없으면서 남 말 하기를 좋아하고 남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도 참 쉽게도 남 얘기를 한다. 그리고 금세 잊어버린다. 


최근 몇 년 사이 내 주변에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나와 직접 같이 일 하지는 않았어도 조직에 있다 보면 한두 번 마주쳤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자살을 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며칠 동안 주변 직원들은 사망한 직원 신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말들은 다른 사람들 입을 통해 퍼진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다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던 대상은 어느새 잊혀버린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나에게 일주일 중 가장 피곤하고 힘듦을 선사하는 요일이다. 

월요일 오전 조용한 사무실은 한 직원의 톤 높은 목소리를 시작으로 갑자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제 OOO 자살한 거 들었어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독할 수 있지? 소름 끼치지 않아요?" 

"뭣 때문에 그랬대요?" 

"가정사 아닐까요? 설마 업무 때문은 아니겠죠."


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야기로 고요하던 사무실은 한순간 하하 호호 웃음소리까지 나면서 화기애애해진다. 사람이 죽었고 그것도 자살이라는데 그게 저렇게 웃으면서 할 이야기인가... 

피곤한 월요일 웃는 얼굴로 남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나는 귀를 막았다.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하는 뒷담화는 재밌다. 

사람이 2~3명만 모여도 은근슬쩍 그 자리에 없는 대상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흉을 본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남을 욕하고 비하할 때 상대적으로 우월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대화 중 남 뒷담화가 가장 재밌다.



아주 오래전 같은 팀에서 일하던 직원이 다 같이 외부에서 업무를 마치고 차로 귀가할 때 있었던 일이다. 

시간이 늦어져 운전하는 직원이 집 근처로 한 명씩 내려주었다. 

6명이 다 같이 차를 타고 오며 그날 있었던 업무이야기를 했다. 화기애애하게 웃고 떠들었다. 

그러다 1명이 내리고 5명이 되었다. 

남은 5명 중 누군가가 차에서 내린 직원을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방금 내린 OO 씨 집이 이 근처였구나~ OO 씨는 집도 가까운데 늘 시간에 딱 맞춰서 다니더라." 

"맞아 맞아. 늘 늦게 다니더라고. 원래 집이 가까우면 더 게을러지나 봐." 

"조금만 일찍 서두르면 될 텐데 그게 안되나 보지?" 

"이 거리면 걸어 다녀도 되겠어요. 그러면 살도 빠지고 좋을 텐데, 다이어트한다고 말만 하지 말고 실천도 좀 하지." 


조금 전까지 함께 있던 동료가 내리자마자 누구 하나 빠지는 사람 없이 자리에 없는 사람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한다. 누군가 시작한 말을 서서히 없는 사람에 대한 뒷담화로 바뀐다. 뒷담화는 하면 할수록 재미있다. 중독성 있게 자꾸 빠져든다. 


시간이 조금 지나 또 한 명이 차에서 내렸다. 4명이 되었다. 4명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방금 내린 직원에 대한 평가를 한다. 당연히 뒷담화를 섞어서. 그 자리에 없는 사람 뒷담화는 얼마나 재미있는지 서로 배꼽을 잡으며 웃고 즐긴다. 


그리고 또 한 명이 차에서 내려 3명이 남았다. 남은 3명은 또다시 방금 내린 사람 이야기를 시작했다. 웃고 떠들다 보니 또 한 명이 내릴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내릴 사람이 웃으며 한 마디 한다.

"내가 내리고 나면 이번엔 내 차례야? 내 뒷담화할까봐 겁나서 못 내리겠네?" 

그 말을 들은 남은 자들은 머쓱하다. 그러다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차가 설국열차야? 정거정 지날 때마다 한 명씩 그냥 죽는 거야? 한 명씩 내릴 때마다 그 사람을 말로 죽여버리네"


설국열차는 그 당시에 최고 흥행 하던 영화다. 자세한 스토리는 기억나지 않지만 시베리아 횡단을 하는 멈추지 않는 열차에서 사람이 죽어나가고 버려지는 내용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영화를 빗대어 우리가 타고 있는 차가 설국열차라는 말에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자리에 없다고 뒷담화하면 안 되는 거 알면서도 우리가 그러고 있다고, 그런데 왜 이렇게 재미있는거냐며 쑥스러워하면서도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남 이야기를 좋아하고, 없는 사람 뒷담화하는게 즐거운 게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나 그저 재미로 하는 가십으로 누군가는 가슴에 못이 박히고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 말이 그렇게 무서운 거라는 걸 알면 나오는 대로 기분 내키는 데로 남 얘기를 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게 생명이다. 재미 삼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해도 되는 죽음은 세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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