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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바름 Mar 16. 2024

필라테스가 운동이 될까

40대 후반 인생 첫 필라테스 네번째 수업을 받았다.

필라테스를 일주일에 두 번 1대 1 개인 수업으로 받고 있다. 어제 네 번째 수업을 받았으니 시작한 지 2주가 지난 셈이다. 늘어난 지방을 줄이고 싶고 제대로 체형 교정을 하고 싶어 시작한 필라테스. 1대 1 수업으로 기초를 익힌 다음 4대 1 수업을 진행하는 6개월 과정으로 꽤 높은 금액임에도 호기롭게 등록했다.


40대가 되면서 매년 조금씩 살이 찌기 시작했다. 앉아 있으면 살이 붙은 배가 여러 겹으로 접혔고 바지 후크가 자꾸 고장 났다. 바지 후크를 여러 번 수선해 주던 수선집 사장님이 어느 날 내 동의도 없이 허리사이즈를 2인치 늘려 놓았다. 후크를 수선할 게 아니라 허리 사이즈가 몸에 안 맞는 거 같다면서...

수선집 사장님의 행동에 충격을 받은 나는 그동안 멀리하던 체중계를 꺼내 들었다. 몸무게를 재며 외면하던 현실을 직시했다. 체중계에는 63이라는 숫자가 찍혀 있었다. 임신시기 외에는 몸무게 앞자리가 6이었던 적은 없었다.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그날부터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독하게 살을 뺐다.


기상시간을 1시간 당기고 출근 전 1시간 동안 운동을 했다. 간헐적 단식을 시작하고 밀가루 음식을 비롯한 단당류를 가능하면 먹지 않았다. 일주일에 세 번은 퇴근 후 1시간씩 걸었다. 이런 노력으로 6개월 만에 10킬로그램을 감량했다. 그리고 53 킬그램의 몸무게를 2년 이상 유지했지만 최근 늦잠으로 아침운동을 안 하는 날이 많아지고 식사량도 늘었다. 체중이 조금씩 늘었다. 과식한 다음 날은 몸무게가 56킬로 후반까지 올라갔다.


체형을 교정하고 체중도 감량하겠다는 목적으로 필라테스를 호기롭게 등록하고 수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첫 번째 수업은 스트레스였고 두 번째 수업은 앞으로 내가 제대로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과 의심이 생겼다. 그리고 어제 4회 차 수업을 했다.


시작 전 강사는 수업 후 몸이 어떠했는지 질문을 한다. 별다른 이상이 없었기에 괜찮았다고 했다. 강사는 필라테스 시작 후 평소보다 목이나 어깨 통증이 줄어들었는지 물어본다. 솔직히 필라테스 시작하고 목어깨 통증에 별다른 변화는 못 느꼈기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했다. "어... 통증이요?.... 아.. 잘 모르겠는데요..." 필라테스 3번 하고 통증이 나아졌다고 하면 그게 거짓말 아닐까?

강사는 당황하는 내 얼굴을 보며 "아. 제가 물어보는 이유는 몸의 변화가 없다면 운동강도가 약하거나 타깃 근육 설정을 달리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라고 한다.


폼롤러로 목 근육과 허벅지 근육을 풀고 운동을 시작했다. 햄스트링을 풀어주는 스트레칭 동작과 하체를 강화하는 운동을 할 때도 기본자세는 흉곽은 좁히고 코어는 납작하게 힘을 줘야 한다. 그리고 힙은 뒤로 젖히며 오리궁둥이자세를 취해야 하고, 어깨는 올라가거나 앞으로 말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기본자세를 유지하는 게 힘들다.


사실 필라테스로 하는 동작들은 내가 집에서 홈트로 늘 하는 운동이다. 그런데 필라테스에서 원하는 기본자세 없이 따라 하는 것과 기본자세를 유지하며 하는 동작은 강도가 아예 달랐다. 수업시간에는 몇 번 안 되는 횟수에도 이마에 땀이 맺히고 숨이 찼다. 나 혼자 운동할 때는 내가 하는 동작과 자세가 정확한지 모르기 때문에 여러 번 따라 해도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강사는 "강도 높은 동작보다 강도가 낮더라도 정확한 자세로 하는 동작이 칼로리 소모가 훨많아요."라고 했다. 실제로 기본자세를 유지하며 하는 동작들은 10회 정도의 많지 않은 횟수로 누워서 진행하는 하체 운동에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수업 가기 전까지도 계속 의심했다. 필라테스 수업은 운동한 거 같은 기분이 안 들고 실제로 운동하는 거 같지도 않은데 운동이 되고 있는 건 맞나? 과연 몸이 변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래도 시작했으니 계속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그런데 네 번째 수업 이후 내 의심이 조금씩 줄어듦을 느낀다.


강사는 수업 후 내 확장된 흉곽이 처음보다 많이 수축되는 변화가 있다고 했다. 수업 후 자세 변화가 있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평소 편한 자세로 돌아가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소 사무실에서 일할 때 자세를 직선으로 세우고 흉곽을 축소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해 주었다. 몸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다고 하니 기뻤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숨이 찼다. 근육운동이 제대로 기분이다. 땀이 나고 머리가 헝클어졌지만 제대로운동한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강사님 터치나 태도가 처음보다 훨씬 부드럽고 친절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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