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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바름 Mar 08. 2024

필라테스 두 번째 수업

47세 인생 첫 필라테스 두 번째 수업 소감입니다.

인생 처음 경험한 일대일 필라테스 수업은 실망과 속상함의 시간이었다. 

필라테스 수업은 이전에 내가 해보지 못한 뭔가 특별한 내용이 있을 거라는 기대가 산산히 무너졌다.

모든 동작의 기본이라고 하며 강사가 요구하는 가슴과 흉곽 사이에 힘을 주는 자세는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자세는커녕 감도 잡히지 않았다.

 

첫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첫 번째 감정은 기본자세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짜증이었고,

두 번째는 다소 거칠게 내 몸을 터치하며 티칭을 하는 강사에게는 서운함이었다.

결론적으로 필라테스 첫 경험은 내게 스트레스 그 자체였다.


첫 수업 후 이틀 만에 두 번째 수업이 잡혔다. 첫 수업 후 시간이 날 때마다 강사가 말한 흉곽에 힘주는 자세를 반복해서 연습했다. 연습을 하면서도 내가 하는 자세가 맞는 건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걸을 때나 서 있을 때, 자리에 앉아 있을 때도 의식적으로 흉곽에 힘을 주려고 노력했다. 


드디어 두 번째 수업 날, 강습 룸으로 들어갔다. 강사는 내게 첫 수업 후 몸은 어땠냐고 물어봤다. 

"필라테스 수업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근육통이 좀 있었어요. 등 쪽이 아프더라고요. 별 거 안 한 거 같은데 그러네요..." 

강사는 '별 거 안 한 거 같은데'라는 내 말이 걸렸나 보다.

"회원님. 별 거 안 한 건 아니었고, 처음이라 근육 풀어주고 등 운동도 하지 않았나요?"

"네...  폼롤러로 목 풀고 겨드랑이 풀고.. 엎드려서 가슴 들어 올리는 거 그런 동작했어요..."

"필라테스는 동작이 격렬하지는 않지만 타깃 근육을 집중적으로 훈련하기 때문에 근육통이 생길 수 있어요."


두 번째 수업은 코어와 하체를 단련하는 운동을 했다. 누운 자세에서 흉곽에 힘을 주고, 다리는 들어 올린 상태에서 90도로 굽히고 들어 올린 허벅지 앞쪽에 커다란 볼을 올리고 볼 위에 두 손을 올렸다. 손은 볼을 밀고 흉곽은 힘을 주라고 했다. 강사는 내 등 아래에 손을 넣어 내가 흉곽에 힘을 제대로 주고 있는지 체크했다. 

한쪽 다리와 한쪽 팔을 상하로 들어 올리는 동작들을 코어에 힘을 잔뜩 준 상태로 진행하다 보니 이마에 땀이 맺히고 숨이 찼다. 코어 근육을 키우는 동작들이라고 했다. 

강사는 동작을 하는 동안 내 흉곽에 힘이 조금이라도 빠지면

"더 눌러야죠~ 더더더~ 더! 더! 더!!!"라고 엄하게 목청을 높였다.

자세를 잘 유지하면서 동작을 할 때는 "좋아요! 잘하고 있어요!"라고 격려도 했다.

잘하고 있다고 격려를 받으니 내심 기뻤다. 역시 채찍보다는 당근이 더 좋다.


내 몸은 코어가 약하고, 허리는 제대로 펴지지 않으며, 견갑골 사이가 벌어져 등 근육 또한 약하다고 했다. 내 엎드린 자세에서는 고관절과 내전근이 경직되어 있다고 했다. 몇 가지 동작만으로도 전문가들은 관절과 근육의 문제점들이 보이는가 보다. 


코어와 하체 운동에 이어 신전운동이라는 몸 전신을 펴는 운동을 했다. 

기구에 앉아 팔로 끈을 당기는 동작인데, 허리는 펴고 코어에는 힘을 주며 견갑골 사이가 좁혀지도록 힘을 주라고 했다. 어깨는 아래로 내리라고 했다. 

그런데 허리를 펴면 수축하라는 가슴은 펼쳐졌고, 코어에 힘을 주면 허리가 굽어지고, 견갑골에 힘을 주면 어깨도 힘이 들어가 어깨가 위로 딸려 올라갔다. 동작할 때 도대체 몇 가지를 신경 써야 하는 건지...

강사가 시범을 보여줄 때는 너무나도 쉬워 보였다.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다 싶다. 하지만 막상 해보면 자세가 전혀 안 나온다. 

내 이 몸뚱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필라테스는 나랑 안 맞는 운동인가... 

필라테스 동작이 가능해는 날이 오기는 할까...


어릴 때부터 내 몸은 뻣뻣하고 유연성이 부족했다. 지금은 몇 년간 꾸준하게 홈트와 스트레칭을 하며 과거에 비하면 아주 많이 유연해진 거다. 그럼에도 앉아서 허리를 곧게 세우거나 고관절 유연성이 필요한 동작은 아무리 해도 안된다.

나는 태생에 허리가 안 펴지고 고관절을 펼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 몸을 바꾸는 건 불가능할 거라 생각해 왔다. 

그런데, 강사는 몸은 바꿀 수 있다고 한다. 과연, 정말 바꿀 수 있을까. 이 몸뚱이를...? 이렇게 생겨먹었는데? 강사가 나를 지도하다가 이 몸은 안 되겠다고, 바꿀 수 없다고 포기하면 어떡하지...


두 번째 수업을 마친 내 소감

"필라테스 이거... 보통일이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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